[군북면 이백2리] 단골 소풍지로 각광 받았던 '이지당(二止堂)'
[군북면 이백2리] 단골 소풍지로 각광 받았던 '이지당(二止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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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5.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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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북면 이백2리

옛부터 옥천으로 향하는 더없이 좋은 관문이었기에 마을 앞산에 성을 쌓고 지켰으리라. 가만히 들으면 군사들의 함성소리, 말발굽소리. 천하를 호령할 듯 우렁찬 고함과 함께 우리 옛 선조들의 호방한 기상이 군북면 이백2리를 감싼다.

모르긴 모르되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백제와 신라 군사들은 죽기살기를 무릅쓰고 앞으로 전진만을 외치며 서로 맞닥뜨렸을 터. 앞산인 고리산과 이백리 뒷산에 위치한 노고산성 사이에 있는 그리 넓지 않은 이 마을은 한때는 군사들로 가득 찼을 터이다.

백제의 성왕이 고리산 승지골 싸움에서 신라군을 대파한 후 아들 창을 고리산성에 남겨두고 할미성으로 가려다 신라군의 매복에 걸려 죽음을 당했을 때 아들 창은 상보들 벌판을 통해 올라온 소식을 전해듣고 비통한 눈물을 삼켰으리라.

고리산성의 남쪽 최전방 망루가 이백2리 앞의 우뚝 솟은 산이고 보면 이백리의 역사적 유래는 고대사회로까지 더듬을 수 있다. 그래도 명색이 이백2리는 현재의 군북면 소재지이다. 실상 명색만 소재지일 뿐 상권은 거의 형성되어 있지 않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당이 다섯, 양복점 한곳, 이발소.미장원 각 한 군데, 슈퍼마켓 두군데 등 헤아릴 수 있을 만큼 초라하다. 오죽했으면 면소재지 치고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적더라'라는 말이 나올까? 편리한 교통으로 인해 상권을 대전이나 옥천읍에 뺏기는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행정기관을 포함해 각종 기관만 입주해 있다. 면사무소, 지서, 우체국, 예비군 중대본부에 옥천읍의 하수를 처리하는 환경사업소도 따지고 보면 2리 구역이다.

군내 레미콘 업체가 자리잡고 있는가 하면 정신질환자 시설인 부활원도 이백리이며 뭐니뭐니해도 이지당의 존재가 마을을 빛나게 한다. 조헌 선생의 친필인 覺新書堂(각신서당)과 송시열 선생이 친히 쓴 二止堂(이지당)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는 충북도 유형문화재. 옛날 초교시절 단골 소풍지역으로 꼽히던 경관 좋은 곳이었으나 물의 오염 등으로 인해 옛날과 같은 정취를 느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큰 흠이다.

면 소재지의 특성상 원 토박이를 찾기보다는 거의 객지에서 들어와 정착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총 세대수는 1백4세대. 부활원 식구 70여명까지 합한 마을 주민의 수는 5백여명에 이른다. 마을은 소재지인 평지말과 흰돌골이라 불렀던 백석과 이지당으로 나뉘어져 있다.

자연마을인 이지당(4가구 거주)과 백석(24호 거주)을 합성해 이백리라고 일컬었다. 백석 마을에서는 옛부터 흰 돌이 많이 난다 해서 이름까지 백석이라 붙었으며 과거에 많이 채굴해 간 흔적이 아직도 남아 명칭의 유래를 뒷받침해준다.

농촌 마을치고 농사를 짓는 비율도 적다. 30% 가량만 농사를 짓고 있을 뿐 거의 노인네들이 집을 지키고 있어 농사짓기조차 어려운 상황. 때문에 주민들은 대다수가 직작생활을 하는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포도를 재배하는 3∼4농가 이외에는 거의 특수작물 재배농가는 없다. 벼농사가 아직까지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작물. 포도 재배농가 중에는 여자의 몸으로 혼자 살면서 1천그루가 넘는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전광자씨가 돋보인다.

주민들에게는 현재 가장 큰 숙원이 있다. 소재지 발전을 위한 대책을 세워달라는 것. 자연보호 지역에다, 수질보전대책 지역이다, 고속도로 가시지역 등 규제사항이 얼추 따져본 것만해도 여덟가지에 이른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 규제 사항 중 주민생활에 실질적인 불편을 주고 있는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 대책 중의 하나이다.

옥천군 하수종말처리장을 이 마을에 두고도 이백리는 차집관로가 매설되지 않아 맑을 물을 흘려보낼 수 없다는 것도 커다란 불만사항 중의 하나다. 마을 및 소재지에서 나오는 하수를 차집관로로 흘려보낼 수만 있어도 자연환경 보전지역 규제 등의 완화는 현재보다는 쉬운 것이라는 주민들의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노인회를 비롯한 주민대표들은 94년에 규제완화 및 하수종말 처리를 위한 차집관로 매설 진정서를 충북도 등 관련기관에 제출했다.

주민들의 숙원이 언제 해결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이지만 환경보전을 내세우는 현실로 볼 때 차집관로 매설은 멀지않은 장래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소 박찬웅 보건행정계장과 대전 서부경찰서 박봉관씨, 대전시 소재 충남공업사 윤석성 상무 등이 이곳 출신 출향인이다. 자연환경보전지역에서 해제돼 3만5천평에 이르는 상보들까지 소재지가 확대되는 그런 날을 이백2리 주민들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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