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면 도덕1리] 둥그나무 아래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비는 동제가 열리는 곳
[안남면 도덕1리] 둥그나무 아래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비는 동제가 열리는 곳
<1996년 11월 30일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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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6.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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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남면 도덕1리

마을 어귀엔 시내버스 승강장이 있고 둥그나무 한그루가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수령 2백30년, 지정년도 1982년.  옥천군수가 정한마을 보호수에 수종은 팽나무.

지금은 빛바랜 페인트 사이로 여러군데 녹물이 스며들긴 했어도 보호수 안내판은 이 나무가 적어도 도덕1리에서는 유래깊은 나무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나무는 수령이 2백30년이라고 추정되었을 따름이지 실제로는 몇 년전 부터 이 자리에서 마을 어귀를 지키며 드나드는 마을 사람들과 친분을 맺었을 지 모를 일이다.

양쪽으로 가지가 벌어져 여름에는 논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휴식처 역할을 했을 것이고, 매미 울음소리에 시원함을 느끼게 한 장소였을 터이다.  이 나무가 마을 주민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고 있는 것은 언제인가 부터인지도 모르지만 이곳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년농사를 비는 동제가 열리는 곳이라는 점이다.

해마다 정월 초사흘 날이면 이 나무 앞에 마을 주민들이 모인다. 한해의 풍년과 무병함을 빌기 위함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마을에서 사람을 선택해 제사를 모셨으나 이제는 서로 안모시려하는 상황이 되어 마을 사람 전체가(적어도 남자들은) 함께 제주가 되어 1년간의 안녕을 빌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한밤에 제사를 지냈지만 지금은 마을 사람들이 가장 편한 시간인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지내곤 한다. 현대식으로 개량된 동제사라고나 할까? 이 동제를 잘 지내야 마을이 편하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이 마을에 17세때 시집을 와서 68년간을 살아왔다는 정구열 이장의 어머니 박광연(85)씨는 마을 보호수인 팽나무가 맨 처음 시집을 올 당시에도 저렇게 늙어(?) 있었다는 말로 나무의 오랜 역사를 전한다.  도덕리라고 불리우게 된 것은 도근리와 덕곡리라는 두개 마을을 합해 부른 데서 유래되었다. 이는 1914년 일제에 의해 행정구역이 통폐합되면서 불려졌던 것이고 이전 기록에 도덕1리를 지칭하는 도근리는 1890년 신유장적의 기록이다.

신유장적에는 도근리에 29호가 거주했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더 거슬러 1739년의 여지도서에서는 도근리라는 기록은 보이지않고 덕고리가 도덕리를 관할한 것으로 되어 있다.  마을의 자연마을은 대체로 3개로 구분되어 있다. 도근이가 그 하나고 윗서당골과 아랫서당골이 그 둘, 셋이다.

마을 지명을 이렇게 불렀던 이유는 현재 마을 내에서 제대로 전해오는 바가 없으나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서당골에는 옛부터 아랫말에 서당이 있어 도근이와 성당골, 턱실이 사람들이 글을 배웠다는 얘기가 전한다. 그래서 아직까지 '아랫말 글방집 할아버지'라는 택호가 있다고 한다.  도근이는 한자의 뜻과는 별도로 마을이 독(항아리)의 안과 같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현재 도근이에는 20가구, 윗말에는 31가구, 아랫말에는 19가구가 거주하는 등 모두 70가구에 이르러 재지를 제외하고는 청정, 종미리 다음으로 안남면내어서는 큰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마을에서는 지난해 마을의 숙원이었던 몇가지 일을 해냈다. 첫째가 마을에 주차장 및 타작터로 활용할 수 있는 4백18평의 넓은 공터를 만든 것이다. 이 일에는 행정기관의 지원도 지원이었지만 주민들이 십시일반 힘을 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두번째로는 마을에 자랑비를 해놓은 것이었다. 특히 이 마을에서 주목해야 할 일은 매년 8월15일만 되면 주민화합잔치가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8.15 해방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되었다는 이 행사는 언제 시작되었는 지 모르는 일이 되고 말았으나 이제는 그날만 되면 주민들은 물론 외지에 나가 있는 출향인들까지 포함해서 한바탕 잔치가 펼쳐진다.  도근이는 도근이대로, 아래말, 윗말이 별도로 시작한 잔치는 술 한잔씩 들어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저절로 화합의 한마당이 된다. 그래서 도덕1리는 매년 면 단위로 개최하는 8.15 경축행사에 참석을 하지 못하는 마을이 되었다. 도덕1리만의 독특한 주민 단합법이다.

옛부터 도근이에는 무송유씨가 많이 살아왔고 서당골에는 초계주씨가 많이 살아왔다. 지금도 도근이에는 유씨가 7가구, 서당골에는 주씨가 11가구 가량에 이른다.  마을의 주요산물은 벼와 지금은 7가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잎담배이다. 젊은이들이 없는 지금 다른 특작은 손댈 여유가 없다.  옛부터 인물이 많이 배출된 곳 하면 도덕1리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민주평화통일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박상범씨가 도근이 출신이고 재경향우회장을 지낸 주재우 변호사가 서당골 출신. 주민들과 출향인들과의 교류가 많다보니 눈에 익은 출향인들도 많다.  주태종(대전), 주선종(대전), 주대종(부산), 주문종(대전), 안백순(서울), 주섭종, 주기종씨 등이 이 마을에 관심을 쏟고 있는 출향인이다.  현재의 가장 큰 숙원으로는 노후화 되고 협소해 사용이 불편한 마을회관을 다시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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