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면 소도리] 마을공동체 놀이문화 전승, 한우사육으로 농가소득
[동이면 소도리] 마을공동체 놀이문화 전승, 한우사육으로 농가소득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3.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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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이면 소도리

올해는 이래저래 큰 피해를 보게 생겼다. 여름철의 이상저온으로 벼농사가 큰 피해를 입은데다 소도리 주민들의 가장 큰 소득원인 포도마저도 '발아'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20일 오후 소도리 마을앞 과수집하장에는 하나 둘 포도상자를 실은 경운기가 모여들고 상품으로 나가는 포도상자가 차곡차곡 쌓였다. 작업을 하던 도중에 비가 간간이 흩날리는데도 시작했던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발아포도를 운반하는 대형트럭이 집하장에 꽁무니를 대고 새마을지도자이자 과수작목반 총무를 맡고 있는 최장근씨가 일일이 포도의 수량과 생산자를 확인하며 상차작업을 서두르게 한다.

92년보다 훨씬 많아진 발아포도. 이 모든 것이 저온현상과 자주 내린 비 때문이라는 분석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소도리에서 생산된 포도는 한해 평균 1억4천만원의 농가소득을 올려주었다. 그렇지만 올해의 경우 평년같은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과수조합원들의 한결같은 평이다.

특히 상품성이 떨어지는 발아포도가 많이 생산되고 있는 것이 좋지 않은 징조로 군내 포도농가 전체의 고민을 함께 안고 있다. 현재 32농가가 과수조합에 가입해 있지만 지난해나 올해 새로이 포도재배를 시작, 내년부터 포도를 생산할 농가까지 합치면 40가구에 가까운 농가가 포도재배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 중 일부에서는 포도생산 과이이에 따른 가격폭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우려의 근거는 최근 2~3년 사이 포도시세가 강세를 보이면서 포도를 새로 심는 농가가 군 전체적으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소도리만 해도 전체 67가구 중 40가구 정도가 포도재배에 참여하고 있으니 가격폭락에 대한 우려를 할만도 하다.

소도리는 법정리동상 평산리에 속한다. 평산3리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옛부터 마을주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많았던 곳으로 평촌.상촌리보다는 적으나 성주이씨가 전체 10% 정도니 6~7집에 달한다. 가장 많은 성씨는 전주최씨로 12가구, 그 다음으로 경주김씨 11가구, 그 뒤를 성주이씨.밀양박씨 등이 따르면서 13가지 성씨로 이루어져 있다.

자발적인 협조가 많았다 함은 간이상수도나 마을회관 등과 같은 마을전체의 공동시설을 완공하는데 군소리없이 모두가 자기 일하는 양 나선다는 얘기이다. 요즘도 마을주민들의 잔치가 있다거나 큰 일이 있어도 일손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지 않는다. 마을 부녀회원들이 모두 발벗고 나서기 때문이라는 최재근 이장의 설명이다. 

마을단합에는 노인회나 청년회도 빠지지 않는다. 마을단합을 이렇듯 잘 이끌어내는 것은 아마도 소도리가 아직까지 공동체 의식을 행하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마다 정월 열나흘. 정원대보름 전날이 되면 언제부터 행해졌는지 모를 이 마을만의 특이한 '액막이 의식'이 행해진다. 이날 생기복덕한 마을주민들 중 제주로 뽑힌 사람은 지금은 마을의 상수원이 되고 있는 검지내, 또는 깊은골 옹달샘물을 길어 밥을 짓고 음식을 만들며 목욕한 후 '두살맥이 고사'를 올린다. 

마을로 들어오는 두곳에 마련된 제단에서는 제주가 각 성씨별로 모든 주민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것을 비롯하여 농사가 잘 되고 가축이 병없이 잘 크게 해달라고 기원한다. 보름날에는 흔히 윷놀이를 하는데 불과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소도리 주민과 평촌.상촌 주민들간의 '회싸움'을 통해 액을 막고 풍년을 기원했던 풍습이 있었다. 

서로 나뭇가지를 들고 쫓고 쫓기던 이 옛풍습은 이젠 60~70대 마을 어른들의 아련한 추억이 되었지만 배고프던 시절, 옛 조상들이 어떻게 가난을 이겨내고 역경을 헤쳐나가는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던 우리의 옛 놀이문화였다.

군내의 많은 마을중 대보름날 행사로 '산제'가 전승되어오는 곳은 있으나 두곳에서 한꺼번에 고사를 지내는 곳은 드물다.  한우사육은 포도와 함께 이 마을의 주요한 소득원이다. 많이는 10여두를 사육하고 있는 농가로부터 적게는 두세두까지 사육하고 있는 전체 한우의 수는 대략 150두에 이를 전망이다. 

마을문고와 함께 마을회관에 마련된 마을 공부방은 마을 청소년들의 면학 공간으로 자리잡아 호평을 받고 있다. 최재근 이장이 문고지도자로서 문고의 관리까지 맡고 있어 운영의 성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결혼한 지 60주년을 맞아 화제를 모았던 김주은, 박희월 부부의 금슬좋은 부부애를 비롯하여 최장근 지도자의 어머니와 며느리 윤귀녀씨 고부 등이 마을의 인물로 꼽힌다. 

군 박희태 교통행정계장과 사회과에 근무하는 진유환씨가 이 마을 출신이며, 김연종(서울), 김재철(대전지방철도청), 김운종(울산), 정관형(울산)씨 등이 기억에 남는 출향인들이다.  아직도 마을안길 포장 등 많은 숙원을 안고 있는 소도리지만 올해 오랜숙원이던 마을앞 지방도의 2차선 확장공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어 주민들에게 또다른 기대감을 가져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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