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읍 문정3리] 군내 아파트로는 처음, 410세대가 한마을 이뤄
[옥천읍 문정3리] 군내 아파트로는 처음, 410세대가 한마을 이뤄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3.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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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3리 전경 사진

옥천읍에서 처음으로 건립된 아파트촌 가구수만도 410세대에 이르는 이 문정아파트는 건축될 당시인 70년대 말만 해도 온통 논에다 화장터 등이 옆에 위치해 무서운 곳으로 통하던 곳이다.

현재의 문정아파트가 1개리로 제구실을 하게된 때는 79년 11월19일 아파트에 첫입주를 하고 부터이다. 이후 81년 3월 입주가 완료되면서 오늘의 아파트촌이 형성하게 되었다.  이 문정아파트 또는 문정3리는 현재 군내에 세워진 어느 아파트보다도 많은 가구수를 자랑한다.

당시는 전국적으로도 읍단위의 아파트 입주가 처음 있었던 터인지라 아파트는 주민들 사이에 호화주택 쯤으로 여겨지며 어깨를 으쓱하는 분위기였다고 송병례 부녀회장이 귀띔한다.  79년 첫입주한 이후 붙박이로 살고 있는 송병례씨는 말 그대로 아파트촌의 산증인이다.

"지금이야 대형 아파트들이 얼마나 많아요. 심지어는 60평 이상도 있는데요. 지금 어디 13평부터 17평짜리 작은 아파트에서 살려고 합니까?"  세상이 좋아져 지금은 가장 규모가 작은 아파트로 밀리고(?) 말았지만 당시만 해도 옥천읍에 나가 문정아파트에서 왔다고 하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는 말을 덧붙인다.

"주위가 모두 논밭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별다른 전설이 있을리가 없지요. 주위에는 지금의 옥천여중 자리에 큰 못이 있었고 아파트 주위로는 일본인 화장터와 옹기가마터 등이 자리잡고 있어 이 부근을 걸을 때 조차도 고개를 못돌리고 통행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옥천여중 부근을 못둑거리, 아파트 부근을 모산(못안이라는 데에 어원)골이라고 부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적용된 곳이 바로 이 문정아파트임을 실감나게 느끼는 사람들이 바로 아파트 주민들인 것이다.  도심지역 주민들의 생활이 점차 삭막해져가고 회색빛 인심으로 가게 하는 역할을 아파트가 맡았었다면 문정아파트 주민들은 최소한 앞집에 누가 살고 있나 정도는 관심을 기울이는 심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1동에서 12동까지 놀러가도 어디에서 놀러왔는지 안다는 얘기이다. 아파트내에서 너 나 없이 한 이웃으로 살게된 데에는 커다란 계기가 있다.

해마다 가을을 맞아 아파트 체육대회와 노래자랑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이 그 비결이다. 아파트가 주택공사에서 관리하던 시기에도 종종 주민들의 단합을 위해 열렸던 체육대회와 노래자랑은 주민 자치관리를 시작했던 5년전부터는 없어서는 안될 문정아파트만의 큰 행사로 자리잡았다. 

옥천이라는 군단위에서 가장 처음으로 생긴 아파트라는 자긍심에서인지 특성상 자주 바뀌는 입주자들 사이도 체육대회와 노래자랑대회가 끝나면 절친한 친구마냥 어깨동무를 하게 된다. 같은 동민들끼리는 서로 이기기 위해서 응원으로 뭉쳐지고 게임에서 승부를 가렸던 다른 동민들과는 체육대회가 끝난 후 갖는 한바탕 놀이마당에서 친해지기 마련이다. 

체육대회 전날 열리는 노래자랑대회도 동민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중요한 자리. 노래다 운동이다 해서 이틀간을 어울리다 보면 아파트 주민들의 단합은 자연히 이루어진다. 1년중 가장 중요한 행사이자 문정아파트 주민이라는 자긍심을 높여주는 이 행사는 1년 내내 준비된다. 매달 반상회를 통해 얼마간씩 경비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행사 당일에는 부녀회원들이 나서 제철만난 듯 일을 나눈다. 

이렇듯 주민단합을 위한 행사일지라도 한 업체의 휴일과 맞춰야 한다. 다름아닌 국제종합기계이다. 410세대 1천5백여명의 주민중 50세대가 넘는 주민들이 국제종합기계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 근무하는 주민들 이외에 옥천읍이나 군 본청에 근무하는 가구수가 20여가구, 여기에 경찰계통 공무원도 15가구 정도에 이르러 가히 공무원들이 많이 입주해 있는 아파트라 할 수 있다. 

최근 옥천읍 장야리와 성암리에 그린아파트와 현대아파트가 건축되면서 40~50세대가 좀더 넓은 주거공간을 찾아 이주했지만 이주 자체를 보는 주민들의 시각은 매우 희망적이다. 역설적이긴 해도 돈벌어 더 큰집 얻어 나간다는 사실이 희망을 주고 있는 것.

주민구성을 볼 때는 역시 공무원을 포함한 직장인이 많고 신혼에서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는 세대가 많다. 이러한 핵가족화를 이룬 특성 탓인지 노인층이 많지 않아 노인회 자체가 구성이 안되어 있다.  경로당만 노인들을 기다릴 뿐 직장인들이 대부분인 가운데에서도 5가구 정도는 농사를 짓는다.  

건물은 비록 오래되었으나 주거공간은 다른 아파트보다 훨씬 좋다는 것이 주민들의 또하나의 자랑이다. 세월이 오래된 만큼 아파트 사이에는 잘 가꾸어진 잔디와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여름철이면 주민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곤 한다.  이러한 주거환경 탓인지 최근들어 아파트를 내놓기가 무섭게 매매가 잘 된다며 김종선 이장이 강조한다. 

생활쓰레기 줄이기와 재활용품 활용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쓰레기 분리수거운동이 본격화 될 무렵부터 송병례 부녀회장을 중심으로 한 새마을부녀회원들의 분리수거운동은 많이 정착되었다. 11개동 가운데 1.2.3.5.7동은 누가 강조하지 않아도 재활용품 모으기에 적극적인 한편 다른 동으로의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재건축 시한인 20년이 다가오면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는 문정아파트에 대해 지형상 맨손으로 들어와 주먹쥐고 나가는 형국이라고 한 지관이 얘기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면적으로 보면 7천6백39평에 불과한 문정3리 문정아파트 주민들은 화합잔치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읍청사를 비롯한 행정타운이 고속도로와 아파트 사이에 건립될 예정이고 옥천읍 동부우회도로가 올해 착공, 한층 더 주가가 높아질 장소에 아파트는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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