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세요?] ``새 식구가 생겼어요''
[어떻게 지내세요?] ``새 식구가 생겼어요''
제비식당 이상순씨 가족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4.07.10 00:00
  • 호수 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상순(왼쪽), 이계석씨 부부와 딸 지수.

만일 그곳에 제비가 날아들지 않았다면 이상순(42·옥천읍 양수리), 이계석(42)씨 가족은 이미 옥천을 떠나 대전에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군서면 상중리 출신으로 한번도 옥천을 떠난적이 없다는 이상순씨에게는 너무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10여년동안 양수리에서 `보성회관'이라는 간판을 걸고 했던 삼겹살집. 최근 불경기로 그는 지난 5월초만 해도 막 장사를 접고 옥천을 떠나려 했었다.

지난 5월3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5월3일은 이상순씨의 동갑나기 부인 이계석씨의 생일이었다. 생일 즈음에 날아 온 제비부부는 식당 천막에 둥지를 틀었다.

물론 이를 예사롭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씨 부부는 이를 자신들의 기회로 삼고 다시 일어섰다.

순전히 ‘제비’때문이었다. 옥천을 떠나려던 마음과 장사를 그만두려는 생각을 다 잡은 것도 ‘제비’였다. 이들 부부는 결국 ‘보성회관’이라는 낡은 간판을 버리고 ‘제비식당’으로 호기롭게 시작했다.

그런 제비가 4개의 알을 품었고, 얼마 전 성공적으로 모두 부화돼 지금은 훨훨 날아다닌다. 이씨 부부는 둥지 밑에 얇은 나뭇판을 대줘 제비집을 보호했고, 그런 제비들은 손님을 하나 둘씩 끌어 모았다.

이계석씨는 요즘 초등학교 2학년 딸인 지수와 제비 관찰기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 사진과 함께 정성스럽게 기록한 일지는 제비와 함께한 소중한 기록들이다. 여기서 재밌는 우연의 일치 한 가지를 귀띔한다. 제비 가족 네 자녀는 이씨 부부의 자녀 수와 동일하다.

첫 딸 현승이(옥천여중 3), 둘째 지애(중2), 셋째 지수(삼양초2), 막내 지범(3살)이 등 이씨의 네 자녀들은 자신들을 상징하는 제비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를 말하자면, 얼마 전 가엾어 받아준 떠돌이 개도 제비가 새끼를 낳을 즈음에 네 마리 새끼를 낳아 고마운 주인에게 안겨줬다. 그러고 보니 제비식구와, 떠돌이 개 식구, 이씨의 가족 들이 ‘4’라는 뜻 깊은 숫자로 연결돼 있다.

진정 제비가 이씨 가족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 것일까? 그것은 분명 제비만이 가져다 준 행운이 아닐 것이다. 제비를 곱게 품어준 이씨 가족들의 착한 심성, 떠돌이 개를 보살펴 준 고운 심성이 이제야 아름답게 피어나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