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세요?] 고향에서 풀어놓는 우암의 이야기
[어떻게 지내세요?] 고향에서 풀어놓는 우암의 이야기
상예곡 광산김씨들의 이바구
  • 이안재 기자 ajlee@okinews.com
  • 승인 2004.07.03 00:00
  • 호수 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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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태중, 김용옥, 김용성씨

“아! 집에 있는가! 없나?”

옛날 진사집이었다는 청산면 상예곡리의 넓직한 기와집으로 들어서서 소리를 하니 잠시후 집안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악수를 하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세 사람. 상예곡에 살고 있는 김용옥(80·청산면 상예곡리)씨와 김태중(58)씨는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가끔 고향에 들르려 오는 김용성(79)씨를 만나러 온 길이었다. 상예곡리에 대한 옛 얘기를 해달라고 기자가 조른 탓이다. 

넓다란 마당에 높은 마루, 한켠에는 누마루까지 지붕의 기와가 요즘에 생산된 것이어서 그렇지, 영낙없이 옛 진사집의 모양새를 갖춰 넉넉한 마음을 갖게 한다. 김용옥씨와 김용성씨는 같은 항렬이고 김태중씨는 집안 조카벌로 상예곡에서 대대로 씨족을 이루고 있는 다 같은 광산김씨들이다.

“에이! 김선일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됐댜. 잘 조치를 해서 살렸어야지.”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되어 피살된 김선일씨를 애도하는 팔순 노인들의 말에서 살리지 못한 생명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이 묻어난다.

“상예곡리하면 옛날 송우암(송시열) 선생이 터를 봐주었다는 데여.(김용옥)”
“송시열 선생의 이모가 여기에 사셨데요. 외가쪽에는 신경도 안썼는데 이모에 대한 애정만은 각별했던지, 이모 돌아가신 후 묘비에 직접 글을 새겼어요. 그런데 대한해협에서 가져왔다는 해금석이라고, 몇 백년된 비석이 이끼 하나없이 깨끗해요. 참 희한하지.(김태중)”
“옛날 훌륭한 사람은 다 그랬다는데 우암이 축지법도 했고, 힘도 장사였댜.(김용옥)”

송시열과 호랑이, 300명의 제자들과 줄다리기를 한 전설 등을 풀어놓는 김용옥씨에, 김용성씨는 송시열과 상예곡리 김씨 문중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족보까지 내왔다. 마을을 지키는 두 사람과 비록 서울서 생활하지만 잊지 않고 고향을 다니러 오는 세 사람이 풀어내는 집안 얘기는 다른 사람의 눈과 귀를 붙들어두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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