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세요?] "가족들이 와보니까 좋다네!"
[어떻게 지내세요?] "가족들이 와보니까 좋다네!"
주말농장 가꾸는 박재명씨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4.06.26 00:00
  • 호수 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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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들의 주말농장을 가꾸고 있는 박재명씨
“감자, 비 잔뜩 맞아서 못 캐! 마르면 나중에 캐서 맛나게 쪄줄께. 고추가 물을 싫어한다는 것을 이번에 확실히 알았지”
 
8m×5m짜리 온실을 포함한 132평의 밭에는 박재명(67·옥천읍 삼양리)씨의 소박한 노년의 꿈이 영글어 있다. 옥천읍 대천리 끝자락에 마련한 그의 농원에는 ‘주말농장’이라는 번듯한 간판과 밭 한켠에는 아기자기하게 지은 원두막도 있고, 또 한켠에는 아들, 손자, 며느리의 이름이 다 적혀있다. ‘박재명, 류재륭’ ‘자 박동수, 자부 유성옥’, ‘손녀 박성연, 박희연, 손자 박준섭’
 
이 주말농장에는 온실에 들어있는 채소, 약용류 18가지, 밭에 있는 20여 가지 곡식류, 밭 둘레를 감싸고 있는 나무 33종 270그루가 밭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다 저마다 이름표를 달고 있다. 짐작했겠지만, 이름표를 달게 된 사연은 손자·손녀들의 교육적인 배려차원이다. 어느 날 놀러온 손자 녀석의 말 때문에 참외, 수박도 심었다. 손자 왈, “할아버지, 원두막이 있는데, 뭐가 하나 빠졌어요.”
 
뭐가 빠졌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외’, ‘수박’이었단다. 그래서 바로 그 작물도 심었다.  이 밭은 박재명씨 가족의 훌륭한 놀이터이다. 옆에 졸졸졸 흐르는 도랑에는 올챙이도 살고, 검정콩, 두릅, 더덕, 도라지, 당귀, 닥나무, 감나무, 사과나무, 감자, 고구마, 고추 등 왠만한 작물과 나무는 쉽게 찾을 수 있다.
 
88년 8월 죽향초에서 퇴임한 교사 박재명씨는 15년이 지난 후 새 인생을 다시 찾은 것 같았다. 흰 수염이 까칠하게 난 맘씨 좋은 할배같은 인상의 박재명씨는 작물과 나무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해준다.
 
그 곳에 가면 무공해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조금씩 자라나는 자연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며 소중하게 가꾸는 그의 모습에서 구수한 향이 났다. 운이 좋으면 강의 뿐 아니라 맛나게 찐 감자도 얻어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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