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세요?] 서대리 김영자·정순복·주안식씨
[어떻게 지내세요?] 서대리 김영자·정순복·주안식씨
"마을회관에 놀러오세요"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4.06.19 00:00
  • 호수 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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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정순복, 김영자, 주안식 할머니

가뭄이 오래가는 듯 싶더니 여지없이 비가 내린다. 모자라면 채워주는 자연은 기다림의 수레바퀴를 타고 그렇게 순리대로 돌아간다.

지난 17일 찾은 옥천읍 서대리 마을회관에 들렸다. 평소에 시끌벅적하던 마을 회관은 빗소리에 잠겨있다. 할머니 두 분이 인기척을 낸다. 흰 머리를 살포시 빗어 내린 서대리 최고령 할머니 김영자(87)씨와 두 번째 고령자 정순복(85)씨가 소파위에서 일어선다.

“비오는 데 어째 왔어?”

안면이 있던 김영자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김영자씨와 정순복씨는 둘 다 토담집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다. 두 분 다 마당이 있는 오래된 흙집에 사신다.

“옛날집이여. 흙벽돌로 지었지. 옛날에는 나무 해다 때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힘들어서 나무도 못혀. 딸네가 기름 넣어주니까 그걸로 때는 거지. 우물물 써서 수도세도 안내고.”

혼자살기 심심한 두 분은 아침 일찍 마을회관으로 출근을 했다. 9시에 나와 마을회관 청소까지 다 끝마친 상태이다.

“날씨 좋은 날에는 사람들 많이 오는데, 오늘은 더디 오네. 마을회관 있으니까 좋지. 같이 점심때 국수도 해먹고, 이바구도 하고.”

뒤늦게 주안식(74)씨가 등장한다. 서대리에서 다섯 번째로 나이가 많단다. 둘이 같이 사진을 찍는 걸 보고 샘이 났던지 같이 찍자고 한다. 마을회관은 그렇게 한 사람씩 채워졌다. 공동체가 조금씩 해체되는 요즘, 마을회관은 마지막 구심점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나이 많은 어른들은 마을 지킴이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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