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세요?]"자연 소중하다는 것 인제 알았어"
[어떻게 지내세요?]"자연 소중하다는 것 인제 알았어"
고리산과 함께하는 양대석·이종년 부부
  • 이안재 기자 ajlee@okinews.com
  • 승인 2004.05.22 00:00
  • 호수 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양대석.이종년 부부

고리산 허리를 따라 군북면 한가운데를 휘도는 대청호 강변길은 농익은 봄 햇살에 이미 활짝 핀 온갖 야생화들이 줄을 잇는다.  추소리를 넘어 비포장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이평리 갈마당.  지난 93년 당시 67세의 나이로 고리산 등산로를 내고, 정상에 고리산 표지석을 만든 양대석(78)씨와 부인 이종년(77)씨가 여생을 보내며 사는 곳이다. 

옥수수에 비료를 주고 있는 양씨를 집 뒤 밭에서 만났다. 활짝 웃는 얼굴에서 80이 다된 노인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순수함이 묻어난다. “처음 들어올 때는 전기도, 전화도 없었어.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 추소리까지 버스 들어오는 것도 감사한 거야.” 

대전에 살면서 건강이 좋지 않았던 양씨는 갈마당에 들어온 첫 외지인이었다. 벌써 20년 전 얘기다.  갈마당에 정착할 당시에 느꼈던 혼자 있음에 대한 무서움이 없어졌다. “아닌 말로 처음에는 무서웠지. 해만 떨어지면 문 닫아걸고 말야” 라는 부인 이씨의 말에 양씨는 “밤늦게 술 한 잔 먹고 한 시간 넘게 이 길을 걸어오거든. 그래도 뭐 이제는 무서운 것 없어”라고 대답한다. 

양씨 부부는 농사를 짓는다. 콩, 옥수수, 배, 복숭아에 호도, 감, 옻나무까지 없는 게 없다. 이른 봄이면 산에 가서 두릅도 따고, 자작나무 물을 빼내기도 한다.  지난 2001년에는 청주에서 양한설정형외과를 운영하는 양씨의 아들 양한설(53)씨가 마을에 찾아와 이평·추소·환평리 주민들을 무료진료해 주기도 했다.

그래서 양씨의 고향은 이제 이평리 갈마당이다.  “지금 대전같은 시내 나가면 숨이 콱 막혀. 이렇게 공기 좋고, 물 좋은 자연 속에서 살다보니까 이만큼 오래 살고 있는 거지. 이제야 자연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 내년 4월말쯤 와봐. 두릅 따서 줄께.”  양씨 부부는 고리산에 동화되어 옥천사람으로 살아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