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답답함
주민들의 답답함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1999.07.24 00:00
  • 호수 4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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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흥-본사 편집국장>

"도대체 우리가 뽑은 군의원, 도의원, 국회의원은 다 어디에 있느냐" 최근들어 지역내 최대 이슈로 등장한 군서.군북 그린벨트와 관련 해당지역 주민들이 답답증을 호소하는 단적인 표현이다.

요즘 이지역 주민들은 바람 한점없이 푹푹 찌는 날씨만큼이나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이 답답증을 느끼는데는 생활터전 전체가 30년 가까이 개발제한구역에다 상수원보호 특별대책지역으로 묶인 이중 삼중의 규제에도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 더 심한 이유는 '주민 자치'의 틀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주민들이 이토록 심각하게 고통을 느끼고 있지만 누구하나 나서 자신의 일처럼 생각해 주는 주민대표가 없다는데 더 큰 허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지역현안은 언제나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런 현안문제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과정이 무시되고 이들이 선택한 주민대표의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지방자치의 위기감마저 느끼는 것이다.

과거 권위적 중앙집권제하에서는 결과만을 중시하고 절차는 무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절차를 무시하는 결과는 좋을 수가 없다. 뿌리나 줄기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는 건실한 열매를 기약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따라서 뿌리와 열매를, 절차와 결과를 모두 소중히 여기는 제도가 현재 시행중인 풀뿌리 민주주의로 일컫는 지방자치제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 군서.군북지역의 그린벨트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주민대표라는 사람들이 보여준 모습은 현지주민들이 주장하는대로 '답답함' 그 자체였다.

지난해 군의회에서 이들 지역에 대한 그린벨트 해제 건의서를 건교부에 보낸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이 문제가 표면으로 떠오르자 군의회는 발빠른 대응을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다가 여론에 밀려 이달 말로 예정돼 있던 임시회 일정을 1주일정도 앞당기며 22일 개원 첫날 당초 일정에도 없던 건의서를 채택한 것이 전부다.

군의회는 나름대로 이번 대응을 놓고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지만 주민들의 시각은 정반대다. 평상시 군의회 방청석이 썰렁했던 것에 비해 이 날 70여명의 주민들이 군의회를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한 의원은 순수한 의미의 방청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참석주민 대부분은 '항의성 방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주민들 곁에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할 군의회가 같은 사안에 대해 주민들과이처럼 시각차를 드러내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군의회가 이번 일에 대해 주민들의 주장처럼 현지 방문 등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못한데는 한심한 이유가 깔려 있다. 해당지역 출신의원의 체면을 염두에둔 나머지 다른 의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해 군의회차원의 대응을 못했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일이다. 상황이 이 정도면 해당지역 의원의 자질을 나무라기 전에 군의회에 무엇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우리지역 전체주민들의 편의증진이나 지역발전보다는 출신지역에 연연하는 소아병적인 군의원들의 의식이 확인된 셈이다.

주민들이 군의회에 바라는 것은 그다지 큰 일이 아니다. 주민들이 고통을 받을 때 가까이서 해주는 따듯한 말 한마디일 수도 있고, 손 한 번 건네주는 따듯한 마음일 수도 있다. 군의회는 이제부터라도 무엇이 진정 주민을 위하는 길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그린벨트 규제지역 주민들을 위해 애정어린 관심이 모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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