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전문대 창업벤처동아리 I2
옥천전문대 창업벤처동아리 I2
  • 이용원 yolee@okinews.com
  • 승인 1999.07.17 00:00
  • 호수 4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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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 슬리퍼, 옷가지, 냄비, 휴대용 가스버너, 주전자, 체육복, 수건'

도립옥천전문대(학장 김광홍)에 등록된 창업벤처동아리 'I2'(Idea Incubator)동아리 방에 들어섰을 때 눈에 들어오는 것들.

컴퓨터와 설계 중으로 보이는 회로판, 상자마다 가득 차있는 실험 기자재 사이로 자취방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1학년들에게 주어진 여름방학 일과표에는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일과로 새벽 2시까지 계속 세미나와 회로 설계, 기초실험실습, 기사시험대비 공부 등으로 빼곡히 기록되어 있다.

"몇 시에 자는지를 물으면 대답할 수 없어요, 개인별로 틀리고 또 밤 세울 때도 있고……. 그냥 보통 3시간 정도 자는 것 같아요. 많이 자면 5시간."

지난 주에 한 달 반만에 찾아간 충북 음성 집에서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며 즐거워하는 김성중(전자과1)씨.

대부분 청주, 음성 등 외지에서 온 학생들은 임시 기숙사도 있었고, 자취방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별 의미는 없는 것 같았다. 동아리방에 있는 의자 세 개만 연결하면 훌륭한 잠자리가 되고, 운이 좋아 넓은 탁자라도 차지하면 그나마 편하게 잠들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허리도 아프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아침 목욕탕에 가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면 형제같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인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성취감도 느낀다는 `I2' 회원들.

"많은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서 제품을 기획해내도 작업에 들어가면 예산과 기자재의 한계로 처음 구상했을 때보다 많이 축소된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 제일 아쉽죠."

현재 `I2'를 이끌어가고 있는 김동규(전자과 2) 회장의 말이다. 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해주는 벤처동아리 지원자금을 따내는 것은 마케팅과 회계 등의 종합적인 부분을 평가하기 때문에 역부족이고, 산학협동의 공식적인 채널이 아직까지는 없는 상태며 학교도 신설학교이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I2' 앞에 놓인 가장 큰 난제다.

군생활도 마친 김동규씨는 몇 개월 후면 치열한 취업전쟁에 나서야 한다.

"우선 제가 배운 학문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전공분야에 맞춰 취업을 할 생각입니다. 물론 'I2'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계속 참여할 것입니다."

취업 문제 때문에 조금 답답하고 걱정도 되는 눈치지만 김동규씨의 눈빛에서는 희망이 읽혔다.

"기본적으로 창업을 목표로 한 동아리이기 때문에 그쪽으로 주력을 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서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상품화하는데 주력하는 거죠. 지난번 `99충북과학작품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 중에서 '도망가는 자명종'은 특허여부를 확인해서 아직 출원된 것이 없으면 특허 출원을 할 생각입니다."

본인도 집에 들어가는 날 보다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더 많은 `I2'의 지도교수인 진경수 교수는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은 사이즈의 전화기(일명, 사오정 전화기)를 예로 들며 일종의 고도화 되는 정보/지식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틈새를 얘기한다.

"지금 아이들은 초/중/고 시절에 받았던 주입식 교육에서 쉽게 벗어나지를 못합니다.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 제도화된 사고의 틀을 깨는데는 4~5년의 시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의 문제점을 꿰뚫는 지적이다.

수시로 개최하는 아이디어 회의에서 별의별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하지만 진 교수는 이들의 창의력 개발 훈련이 빛을 발하는 것은 졸업을 하고 직장생활에 들어섰을 때라고 생각한다.

또한 노하우가 축적되고 좋은 아이템만 나온다면 학교내에 벤처기업을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동아리 출신 졸업생들이 직장생활을 통해 경험을 쌓고 그것을 다시 동아리 후배들에게 전수해주고 졸업생들도 다시 학교로 돌아와 보충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I2'의 장기적 계획이다.

연애할 시간도 없을 것 같은 'I2' 동아리원 중에는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애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

김한선(전자과 2)씨. 애인이라고 당당히 밝히는 정은영(식품영양학과 2)씨도 옥천전문대의 또 다른 벤처동아리 `NI-GF'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선이가 없어지면 바로 'NI-GF'에 연락하면 돼요"

한선씨와 은영씨는 생활리듬이 비슷해서인지 연애하기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은 눈치다.

"아무래도 서로 비슷한 부분에 관심이 있으니까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넓다고 볼 수 있죠."

"가끔은 하루정도 바람도 쐬고 싶고, 쉬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실행에 옮긴적은 없어요."

가끔 치열한 삶에서의 과감한 탈출도 생각해보는 20대 초의 혈기 왕성한 이들이지만 대부분의 정열을 연구실과 동아리방에서 발산하고 있는 'I2'.

"사회의 어른들이 전문대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4년제 대학에 합격하고도 실무교육을 받기 위해 전문대에 들어오는 학생도 많이 늘었고, 밤을 세워가며 학구열을 불태우는 학생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박인철(전자과 2)씨는 끊임없는 지적탐구와 노력 끝에 얻는 결과물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건강한 젊은이들도 많다는 것을 강조한다.

"전자라는 학문이 대학교 2년 가지고는 기초 이상은 배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요.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일주일에 4~5일씩 밤 세우며 노력하는 학생들은 4년동안 배운 학생들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실력은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아니 실무 능력에서는 더 앞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진 교수는 업체에 학생들을 내보냈을 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도록 학생들을 육성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 부분을 기르고 업체에 홍보하는 방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기업체로부터 프로젝트를 받아 학생들과 함께 밤을 세우며 연구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진교수를 동아리 회원들은 큰 형쯤으로 생각한다. 덥수룩한 수염도 깍지 못한 진교수가 학생들 속에서 나이먹은 복학생쯤으로 보이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인가 보다.

방학을 맞아 한산한 옥천전문대 캠퍼스는 오늘도 'I2' 동아리회원들이 밝혀 놓은 연구실의 불빛과 그들이 발산하는 뜨거운 열기로 달궈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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