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이 필요한 까닭
원칙이 필요한 까닭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9.07.17 00:00
  • 호수 48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영천-원불교 옥천교당 교무>

지난 6월30일 경기도 화성에서 일어난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의 화재로 인하여 23명의 귀중한 목숨을 잃고 말았다. 대부분의 희생자가 어린 아동들이어서인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관계 수사기관은 이 화재에 대한 원인규명과 수련원 허가과정을 조사하고 있으며 아울러 관련자의 처벌과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예상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 그들의 아픔을 다 위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고 그 유가족들에게 만분의 일이나마 위안을 주려면 모든 사람들이 원칙(原則)에 대한 의미와 그 필요성을 다시금 각성하고 확립하는 계기를 삼아야겠다. 원칙이란 기본 룰이요, 모든 질서의 틀이며, 또한 인천(人天)의 암묵적인 약속이다.

따라서 원칙은 안으로는 양심으로 존재하고 밖으로는 실정법과 각종 규약과 관습으로 나타나 사회의 안녕질서와 공생공영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원칙이 부재(不在)하는 곳에는 항상 무질서와 혼란과 불신과 탈법과 인재(人災)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씨랜드 수련원 참사의 경우는 민관이 원칙을 무시한 결과이다. 원칙없는 시설물 건축과 준공허가 그리고 원칙을 벗어난 안전관리가 대형 화재와 참사를 불러온 것이다. 이것은 원칙없는 일의 결과가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때문에 원칙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는 것이다.

삼국지에 읍참마속의 고사가 나온다. 제갈공명이 울며 마속을 베었다는 이야기이다. 마속은 젊은 장수로서 병법에 밝았고 무용이 뛰어났으며 매사에 의욕이 많았다. 공명은 그러한 마속을 가까이 두고 칭찬하곤 하였으나 한편으론 마속의 넘치는 재기를 위태롭게 여겼다.

한번은 공명이 위나라를 평정하기 위하여 대군을 휘몰아 중원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이때 사마중달이 이끄는 위나라 군대가 전략적 요충지인 가정 땅을 급습해 오자 공명은 마속에게 그 지방의 진지구축 지점과 적을 응대하는 방법 등을 자세히 일러주면서 가정을 수비하게 하였다.

그러나 마속은 공명의 당부를 가볍게 여기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적을 대처하다가 크게 패하면서 가정을 빼앗기게 된다. 이에 공명은 군령을 바로 세우기 위하여 자신의 후계자로 키우려 했던 마속을 울며 베었다는 고사이다. 군대의 원칙은 군법과 군령과 군기이다. 이 원칙이 서지 않는다면 무기의 신예화나 숫자의 우위를 막론하고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아무리 뛰어난 병법가라도 오합지졸을 데리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공명은 눈물을 흘리며 마속의 목을 잘랐던 것이다. 원칙이 선 군대가 전쟁에서 살아날 수 있듯이 개인과 가정도 그러하고 정치와 경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그러한 것이다.

원칙이 바로 서려면 첫째는 각자가 원칙에 대한 각성이 있어야 한다. 원칙속에 안녕질서가 있고 이것이 서로를 평화롭게 공존시킬 수 있는 잣대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매사 그 일의 원칙을 생각하고 존중하며 그 원칙에 맞게 계획하고 추진하려는 자세가 확립되어야 한다.

둘째, 원칙은 윗 사람부터 철저히 지켜야 한다.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했다. 윗사람인 사회의 지도층과 기득권 층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원칙의 확립은 요원한 일이다. 마치 주정뱅이 부모가 자식에게 금주(禁酒)와 권학(勸學)과 근면(勤勉)을 간곡히 훈계하고 강조하여도 별반의 효과가 없듯이 말이다. 또한 자신은 `바담 풍'하면서 자식에게는 `바람 풍'을 강조하는 격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셋째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준법여부에 대한 상벌이 분명해야 한다. 제갈량이 군령을 세우기 위하여 자식같이 아끼던 마속을 베었듯이 준법여부에 대한 상벌이 분명할 때 원칙이 살아있게 된다. 그래야 유전무죄니 무전유죄니 하는 암울한 이야기가 사라진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원칙을 바로 세울때 비로소 질서와 신뢰가 살아나고 모든 분야에 참다운 개혁이 일어날 수 있다. 물론 과거시대의 숱한 격식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대에 원칙만을 주장하고 권장한다는 것은 매우 구태의연하게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평화와 질서와 신뢰속에 보다 많은 자유와 평등과 번영을 누리려면 과거시대보다 더 굳건한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 왜냐하면 산업화시대를 지나서 정보화시대에 접어든 지금의 시대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과학문명의 발달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핵 에너지의 활용과 생명복제가 가능해지고 우주여행이 머지 않은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대는 훨씬 복잡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는 작은 실수 하나가 주위에 엄청난 피해를 끼칠 수 있지 아니한가 다같이 원칙을 존중하고 잘 지켜가도록 힘써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