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체납 압류만이 해결책인가?
국민연금 체납 압류만이 해결책인가?
`가입·탈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야' 볼멘소리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4.03.06 00:00
  • 호수 71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국민연급 가입자 및 징수 현황

2급 장애인 옥천읍 이씨,  소득없이 체납액 200여만원
노란종이에 인쇄된 ‘국민연금 체납에 따른 재산압류예고’장. 국민의 안정된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복지제도를 시행하면서 ‘국민의 재산을 압류’하는 현실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분명 `모순'이다.

독촉장을 비롯해 노란 재산압류예고장까지 받은 옥천읍 이아무(53)씨도 38개월분 205만3천310원의 국민연금이 체납되었다. 

“국민연금에 가입하겠다고 동의한 기억이 없다. 당장 수입이 없어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연금을 납입하나? 지금까지 옥천에 살면서 교통 법칙금을 내본 적도 없이 성실하게 살았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입자가 된 국민연금 때문에 신용불량자까지 되어야 하나?” 

이씨가 신용불량자로 등록될까봐 우려하는 것은 재산압류예고장에 기재된 다음과 같은 친절한 설명 때문이다.  ‘보도에 의하면 일정기간의 국민연금보험료를 체납할 경우에는 신용불량자로 신규등록 돼 대출이나 신용카드 가입 등 금융기관과의 거래에 있어 제한을 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씨는 2급 장애인으로 형님 부부와 함께 한 건물에서 살고 있다. 동거인이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형님과 분식집으로 근근이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이씨의 형수까지 동거인 모두 연금이 체납된 상태다. 

셋의 체납보험료는 500여만원. 지금으로서는 갖고 있는 재산을 정리하지 않고는 체납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씨의 마지막 말은 “가입을 원하는 사람만 가입을 하도록 하고, 탈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남부 3군 체납처분 2천18건, 1천43건에 대해 압류조치
지난해 4월1일 우리 군에 사무실을 개소한 국민연금관리공단 충북남부지사에 따르면 옥천·영동·보은 지역의 당월 국민연금 징수율은 54.1%(2월10일 현재)다. 1만6천160건을 부과해 8천735건이 징수됐다. 부과금액으로 따지면 10억1천784만9천원을 부과해 5억815만4천원을 징수, 부과금액대비 징수율은 49.9%다. 

2월10일 현재 누적 부과건수는 3만4천275건에 누적 부과액은 493억499만9천원으로 이 중 388억4천98만4천원을 징수해, 76.9%의 징수율을 보이고 있다. 2월10일까지 남부3군에서 1만1천678건에 104억6천401만5천원이 체납된 상태다. 

2월25일 현재 남부 3군의 체납자에 대해 남부지사는 2천18건의 체납처분을 결정하고 이 중 1천43건에 대해 압류조치 등을 취했으며 763건은 아직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다. 

남부지사 박희정 팀장은 “압류조치 등으로 개인의 재산권 행사에 제한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부동산의 공매 등을 통해 직접 처분한 사례는 없다”라며 “하지만 사업자에 대한 카드채권압류를 통해 미납 연금을 회수한 사례는 있다”라고 설명했다.

남부 3군의 국민연금 지역가입대상자는 2월25일현재 2만6천878명이다. 이 중 소득신고를 통해 연금을 납부하고 있는 인원은 58.9%인 1만5천819명이고, 1만1천59명은 납부예외자다.

연금지급을 통해 노후생활의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국민연금 가입대상자 10명 중 납부대상자로 선정된 인원은 6명꼴, 그리고 그 중에 또 2명 내외는 체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에서 의도한대로 국민연금에 가입해 노후생활에 대한 안정적인 삶을 준비하고 있는 인원은 많이 잡아도 10명 중 5명꼴밖에는 안된다.

농민 박씨 미납액 300여만원, 빚이 1억2천, 신경쓸일 없다

더군다나 점점더 어려워지는 농촌의 현실을 고려할 때 농업군인 우리지역의 국민연금 체납율이 줄어들 지는 미지수다. 

옥천읍 서대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박아무(44)씨는 정부에서 야심을 갖고 육성한 쌀 전업농이다. 농업기반공사로부터 토지를 매입하고, 힘들게 일해 마련한 논이 8천평이 넘는다. 여기에 다른 사람의 논을 위탁한 것이 4천평. 1년에 1만3천여평의 논에 농사를 짓는다. 규모면에서 결코 소농이라 할 수 없는 박씨 역시 2∼300만원의 국민연금이 체납된 상태다. 

하지만 박씨는 국민연금에서 날라 오는 ‘독촉장’이나 ‘재산압류예고장’에 심드렁하다. 해결할 자신감이 있어서가 아니다. 이미 농협에 진 빚을 모두 합하면 1억2천만원이 넘는 상황에서 2∼300만원의 체납 국민연금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그 해에 농사짓는데 들어간 돈을 정리하고 나면 일년에 손에 쥐는 돈은 3천500만원 정도다. 여기서 농업기반공사에 매년 갚아야 하는 돈이 700만원, 농기계 할부에 각종 정책자금과 영농자금 등의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면 손에 쥐는 것은 1천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것 가지고 6식구가 살아야 한다. 그나마 작년에 쌀 생산조정제를 신청해 3천평을 놀리면서 받는 돈이 큰 도움이 됐다. 그것마저 없었으면 살지 못했을 것이다.” 

박씨는 스스로를 ‘바지사장’이라고 표현했다. 8천평이 넘는 땅을 가지고 있지만 그 것이 온전한 자신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농업기반공사에 갚은 돈 만큼은 자신의 소유지만 그 마저도 농협에 담보로 들어가 있고, 지금상황에서 농사를 지어서는 빚을 도저히 갚을 수 없는데 어떻게 그게 자신의 땅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꼬박꼬박 나오는 종합토지세가 야속하기만 하다.

“얼마 전 쌀 전업농이었던 친구도 결국은 무너졌다. 나도 다 정리하고 농촌을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빚에 눌려 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한 두 번이 아니다.” 

농어민의 경우 국민연금을 납부할 때 7천700원의 연금이 정부에서 보조가 되지만 그것도 본인이 납부를 할 때 얘기다. 박씨처럼 아예 납부를 하지 못하면 정부보조금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당장 생활비가 부족하든 남든 간에 박씨는 소득이 있기 때문에 정해진 국민연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한달에 8만원을 내고, 60세가 넘어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라’는 정부의 제안이 아무리 정당하고 타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상황의 박씨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재산압류'라는 극악처방보다, 국민연금 부과 보험료 재검토해야
이런 주민들의 얘기를 전해들은 국민연금 남부지사 박희정 팀장은 “우선 시행초기 단계 정부의 홍보가 부족했다”라고 말해 국민적 합의과정이 미흡했음은 인정했다. 하지만 박 팀장은 “국민연금 제도의 시행 취지를 고려해 볼 때 소득의 지출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라며 “어차피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고령자에 대한 복지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탄생한 국민연금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조금 어려워도 지출 우선순위를 연금 납부에 두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박 팀장은 “개인 사업체를 등록하고도 실제로 사업을 못하거나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는 증빙만 이루어지면 납부유예를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찾아오는 민원인들의 대부분은 연체가 몇 년씩 이루어진 후에 소득여부의 증빙조차 어려워진 시점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라며 “국민연금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몇 년씩 체납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국민연금 남부지사를 방문해 상담해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국민연금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공단은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난 반면, 출산율은 낮아져 부양해야 할 노령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연대하여 부양비를 마련해야 되고, 본인도 소득능력이 있을 때 스스로 노후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단 관계자의 희망처럼 지금 우리지역에서 미납으로 독촉장을 받고 있거나 압류통지서를 받고 있는 지역가입자들 중 몇 명이나 지출 우선순위를 연금 납부에 두고 자신의 노후를 준비할지는 의문이다. 

국가에서 시행초기에 정확한 설명 등을 통해 국민적의 전폭적인 합의를 끌어내지 않은 채 시행한 것에 따른 몸살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납부예외자와 체납자의 소득과 지출에 대해 얼마나 실질적인 접근을 통해 국민연금 보험료가 책정되었는지 의문이다.

남부 3군의 지역가입자 10명 중 5명이 납부예외자이거나 보험료 체납자라는 현실은 국민연금이 ‘복지제도’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꼭 필요한 국민연금제도라면 체납보험료의 해결을 위해 ‘재산압류’라는 가장 쉬운 극악처방을 선택하기 이전에 소득과 생활비 지출을 분석한 후 국민연금의 부과 보험료가 합리적으로 설계가 된 것인지 재검토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누가만들었나 2017-12-27 17:50:45
칼만 안 든 날도둑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