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하고 싶은 일은 악기 들고 무대에 서는 것입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악기 들고 무대에 서는 것입니다"
함께사는 세상[110] 한얼째즈음악학원 김욱성씨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3.12.27 00:00
  • 호수 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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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우리 지역에서 '팝오케스트라'의 창단을 주도해 세간의 주목을 받은 김욱성씨.

해마다 크고 작은 많은 행사들이 열린다. 그 행사장의 음향 콘트롤 박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 중 하나가 김욱성(36)씨다. 간혹 무대 위에서 한껏 부풀어 오른 볼로 색소폰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또 인구 6만도 안 되는 작은 우리 지역에서 `팝 오케스트라(옥천 팝스)'의 창단을 주도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각 학교나 직장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그룹사운드 단원 중 그의 손을 거쳐간 인물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런 몇 가지 이유가 아니더라도 우리 군에서 `음악'이라는 공통 주제어로 사람들을 묶으면서 김욱성씨를 빼 놓는다는 것은 영 어색하다.

분명, 대중문화 영역에서 우리 군을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 그다. 김욱성씨는 `한얼째즈음악학원' 원장이다. 그의 이 같은 다양한 활동이 그의 직업 때문에, 좀더 직접적으로, 먹고살기 위한 직업활동의 하나로 이해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만 이해하기에는 그의 활동반경이 너무 넓고, 열정의 깊이가 너무 깊다.

  ◆`함께 음악할 동료들을 늘리는 작업'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욱성 원장의 고향은 이원면이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동네에 텔레비전 한 대 구경하기가 쉽지 않던 그 시절, 집에 텔레비전이 있었고, 텔레비전을 통해 접한 문화적 경험 때문인 것 같다고 김 원장은 말한다. 본격적으로 악기에 빠져든 것은 아버지가 가져다 준 `기타' 덕분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기타를 하나 들고 오셨어요. 그 때가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인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한 음악 활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을 거치며 줄곧 이어진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그룹사운드 활동은 대학시절까지 계속됐고, 당시 밴드가 활동하는 주 무대였던 `나이트 클럽' 활동 경력도 가지고 있다.

"당시에는 청소년보호에 관한 법률이 그렇게 강할 때가 아니잖아요. 자랑하고 싶은 경험도 아니지만 그렇게 부끄러운 경험 역시 아니에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이 있고, 당시에 설 수 있는 무대는 극히 제한적이었으니까요. 다른 의미 보다 남 앞에 나의 음악 실력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당시 가장 큰 의미였죠."

음악을 좋아했던 김 원장은 특별히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그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좋아하는 것을 좇아, 하고 싶은 것을 좇아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옥천에서 `한얼째즈음악학원'을 시작한 것은 93년. 다른 사람이 운영하던 학원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고향에서의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가 음악 학원을 경영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으로서의 구실에 충실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지역에 음악인의 폭을 확대하는데도 큰 목적이 있다.

소극적으로는 악기를 배우려 학원을 찾는 수강생들을 지도하는 것에서, 적극적으로는 옥천 팝스를 만들고, 학교와 사회인들이 중심이 되는 `생활(?)밴드' 구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련의 과정들. 김 원장의 이런 작업들은 지역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함께 음악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좀 더 늘리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그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은 악기 연주를 가르치고, 행사 스텝으로 음향과 무대를 꾸미는 일이 아니라 바로 무대에 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러 명이 함께 모여 음악을 하고, 무대에 섰으면 좋겠어요. 멋진 연주도 들려주고 싶고,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요. 행사장마다 많이 돌아다니고 행사를 열기도 하지만 실제로 제가 설 수 있는 무대는 많이 없거든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은 나중에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는 동료들을 확보하는 과정이에요."

그렇기에 김 원장은 지역의 문화행사가 좀더 연속성을 가지고 지속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무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지역의 상설 무대공연행사가 좀더 풍부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최근, 우리 지역의 청소년 댄스그룹이나 그룹사운드 등의 활동이 많이 쇠퇴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 
김 원장은 지역 주민들이 문화를 찾으려고만 애쓰지 말고 직접 자기가 만들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얘기했다.  지역에 문화예술인들이 많아 질 때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은 직업보다 취미로 할 때, 음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이 배가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조언이었다.

"어렸을 때 음악을 좋아하는 것과 지금 좋아하는 것은 조금 차이가 있어요. 어려서는 드러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음악을 한 것 같아요. 무대에 서서 관중들을 보며 연주하는 모습.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그 음악 자체가 주는 행복과 즐거움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요."

때로는 과욕으로, 때로는 무모함으로, 혹은 고집으로 비춰지기도 하는 그의 시도들이, 옥천이라는 작은 고장의 풍성한 지역문화를 형성하는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 옥천 팝스오케스트라
◆옥천 팝스에 대한 몇 가지 얘기들
"무모했다기 보다는, 지역행사를 많이 하면서 보니까 공연을 할 수 있는 인력을 외부에서 많이 초청하더라구요. 예산도 그만큼 많이 소요되구요. 그래서 되도록 지역에서 소화해보자는 것이 처음 생각이었지요. 옥천은 작은 시골이기 때문에 훌륭한 팀이 없고, 서울은 서울이기 때문에 훌륭한 팀이 있으라는 법도 없잖아요. 구성원들이 의지만 있고 서로 잘 할 수 있도록 뒷받침만 된다면 지명도 있는 팝 오케스트라가 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만들고 싶어요."

자신의 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활동을 하다보니 옥천팝스의 안정적인 운영이 쉽지 않다. 그리고 그것은 예상 못했던 일이 아니다. 현재는 상시적인 모임을 하지는 못하고 행사 일정이 잡히면 약 한 달 전부터 모여 연습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김 원장은 밝혔다.

"옥천에서 음악을 한 사람들이 이제 한창 고등학교와 대학 등에서 공부를 하는 과정이에요.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옥천을 무대로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 꺼에요.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좀더 안정적으로 운영이 될 수 있겠지요."

여기에 김 원장은 한 가지 욕심(?)을 더 부렸다. 지난 18일 창단 연주회를 가진 `옥천주니어팝스오케스트라'를 창단한 것.  미래 옥천 팝스를 구성할 음악인을 양성한다는 의미와 지역의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지금 지역에서 성인들과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행사는 많이 늘었지만 초등학생들을 위한 행사나 무대는 많이 없잖아요. 기껏해야 학교에서 하는 학예발표회가 전부죠. 어렸을 때 눈으로 보는 문화적 경험도 중요하겠지만 직접 체험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그런 기회의 확대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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