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세요?] "다시 일어서야지"
[어떻게 지내세요?] "다시 일어서야지"
대장암과 투병중인 심재필씨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3.10.18 00:00
  • 호수 6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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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재필씨

그가 만든 투박한 대금에서 맑은 소리가 났었다. 시조경창대회에서 곧잘 나와서 대금반주를 맡아 주었던, 그리고 그 시우회를 창립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던, 또 15년 남짓 군 노인회장을 맡고 있는 그가 90세의 나이로 병상에 누워있다.

심재필 군 노인회장이 지난해부터 대장암으로 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 7일 성모병원에 재차 입원한 심회장은 야윈 몸으로 힘겹게 말했다.  "몸이 이제 고장날 때가 됐는지... 지난해부터 이렇게 아프네."

중봉충렬제 기간에 전시된 노인공예품 전시대회에서 그는 자신이 만든 대금을 출품했었다. 약간은 구불구불하며 투박해 보였지만, 50년 동안 대금을 만지고 불어온 노인의 손때는 맑은 음을 내기엔 충분했다. 

"젊을 때 인쇄업을 하고, 자유당 시절에 대금을 배웠어. 노인문화와 충효사상을 접목시킨 시우회에도 관심이 많았구. 그동안 사무국장이 고생을 많이 했지. 내가 아파서 제대로 일도 못하는데, 정성희 시우회장도 잘 하고 있고. 얼마 전 군민대상도 받았잖아."

마침 문병 온 유지철(69) 노인회 사무국장을 가리키며 말한다.  "할아버지, 이젠 빨리 일어 나셔야죠? 다시 노인회 일도 맡고 그래야죠."  "글쎄. 이놈의 병이 사라져야 하는데... 도무지 잘 낫지가 않아. 시우회 일도 돕고 싶고 노인회 일도 할게 많은데..."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아래로 야윈 얼굴이 아픈 병색을 그대로 드러냈지만,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그래서 멋들어진 대금연주에 시조 경창 한 수가 신명나게 뽑아져 나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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