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재선거를 보고
동이 재선거를 보고
  • 이안재 ajlee@okinews.com
  • 승인 1999.05.29 00:00
  • 호수 4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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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1일 실시된 군의원 동이면 재선거와 관련, 이번 선거가 농번기가 시작되는 시점이 겹치고 사유야 어찌되었든 동이면 주민들이 선거와 관련, 무관심한 양태가 드러나면서 최악의 투표율이 기록될 것이란 예측이 나돌았다.

이 때문에 사람에 따라 달랐지만 투표율이 50% 선에 머물 것이라는 예측이 많이 나돌았다.

이같은 비관적인 예측이 나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투표율에 민감한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재선거의 투표율이 예상치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준비작업의 하나로 선거 당일 투표장에 일찍 오는 주민들에게 경품을 제공하고 선거가 끝난 후 마을별 투표율을 비교, 가장 높은 마을에 30만원의 시상금을 주겠다고 이장회의를 통해 공언했다.

이는 도시지역의 재·보궐선거에서 30%대에 머물고 마는 투표율을 거울삼아 선관위로서는 투표율을 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과연 투표율은 농촌지역임을 감안하더라도 재·보궐선거 투표율로서는 지극히 성공적인 65.8%로 나왔다. 선관위의 투표율을 올리기 위한 아이디어는 성공을 거둔 셈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 켠의 씁쓸함은 어쩔 도리가 없다.

재선거날 동이면내 각 마을 이장님(!)들은 마을 방송을 통해 투표를 독려했다. 각 개인에게 주어진 신성한 권리인 주권행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투표율이 가장 높은 마을에 돌아가는 시상금과 숙원사업 해결 약속을 우리 마을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우리 마을이 1등을 차지해야 한다는 설명이 덧붙여졌음은 물론이다.

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투표도 하고 마을에 좋은 일도 생기면 더 좋을테니까.

이번 선거는 재선거였기 때문에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땅히 행사해야 할 주권을 행사, 우리 지역의 일꾼을 선출하는 일인 데도 경품을 제공한다는 약속 때문에 튜표율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유권자로서의 자존심을 구기는 일에 다름아니다.

지방자치는 생활자치다. 주민들이 참여하고 감시하며 방향을 제시해줄 때 발전은 기약될 수 있다. 가뜩이나 '뽑아놓고 나몰라라' 하는 주민들의 무관심이 자치시대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주권마저도 투기성 행사의 경품 대상으로 전락해서는 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다고 할 수 없다.

주민 참여의 활성화. 자치시대에 주어진 절대절명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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