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손발 잘 맞는 군과 의회 `원주민 아니죠?'
[기자의 눈] 손발 잘 맞는 군과 의회 `원주민 아니죠?'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3.08.23 00:00
  • 호수 6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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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의 만평

"작년에 군수님 지시로 검토해봤는데 암석이 많아서 사업비가 30억원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금강 2교 쪽에서 연결하는 도로를 내달라는 얘기는 나오긴 했는데<&28137>, 거기가 대부분 원주민이 아니죠?"
"예, 거기 사는 분들이 이사 올 때 불편한 사항을 알고 들어왔기 때문에 과도한 사업비를 투자해서... 잠정적으로 안 하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지난 19일 의회 의원간담회에서 집행부 공무원과 한 군의원의 대화 내용이다. 용담댐 건설 이후 금강 변에 살고 있는 우리지역 주민들이 침수기간이 길어져 불편함을 겪고 있어 그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 속에서 나온 얘기다.

위 대화의 주제가 된 곳은 동이면 적하리 `올목마을'이다. 이 마을은 금강에서 강을 건너는 세월교를 건너야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장마철이나 집중호우가 내리면 세월교가 잠겨 한 달 이상 통행이 불편할 때가 많다. 더구나 용담댐이 건설된 이후에는 이런 불편이 길어졌다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고무보트 지원 얘기도 있었고 항구적인 대책으로 최근 인수한 폐고속도로 금강 2교를 건너 산기슭을 따라 마을까지 '임도'를 개설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그리고 논의 과정에서 '옥천에 살던 사람이냐?, 다른 지역에서 이주한 사람이냐?'가 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이사온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는 분명,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웃음 섞인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전개된 대화였지만 가슴이 답답했다.

군의 행정을 집행하는 공무원인 건설과 양만석 관리담당과 집행부를 감시하고 주민들을 대표하는 오갑식 의원을 통해 나올 수 없는, 나와서도 안 되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불편을 알고도 이사왔으니까 감수하고 살라는 얘기를 하는거냐? 어떻게  그런 생각으로 행정업무를 추진할 수 있느냐?"라고 호통치는 군의원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당초부터 글렀는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의회에서 집행부에 매년 지역 인구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로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하는 모습과 비교할 때 너무나도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다.

오히려 옥천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외지인들이 생활을 하는데 불편한 것은 없는지 살필 줄 아는 모습이 지금 필요한 자세가 아닐런지.

각 자치단체마다 줄어드는 인구 때문에 각종 인구유입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가까운 예로 전북 진안군의 경우 용담호 주변, 매매가능한 토지에 대한 관련법규 검토를 끝낸 후 주택 건축이 가능한 토지를 모아 책자로 만들고 적극적인 외지인 유치에 나서고 있다.

충남 홍성군은 대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 혜택을 제시하며 전입을 촉구하고 있다. 충청북도내 각 자치단체들도 출산장려를 위한 각종 시책들을 펴고 있다. 우리 군에서는 다른 거창한 정책수립보다 공무원과 군의회 의원 등의 `의식교정'이 인구증가정책 중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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