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3시간을 컴퓨터와 함께 하는 김달용씨
하루 13시간을 컴퓨터와 함께 하는 김달용씨
함께사는 세상[108]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3.08.09 00:00
  • 호수 68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PC 119 사장 김달용씨

뿌리치려 해도 끈질기게 따라붙는 것이 `인연'이라면 `PC119' 김달용(32) 사장에게는 `컴퓨터'가 그의 인연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그는 이런 주장을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2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며, 고향인 옥천에서 A/S(애프터 서비스)전문 업체인 PC119를 개업했을 때였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선한 눈매와 쑥스러운 웃음이 인상깊었던 또래 청년이었다.

하도 `경기가 좋지 않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터에 자신의 고향에서 사업을 벌인 그를 다시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 당시에 다 듣지 못한 얘기도 듣고, 그의 눈에 비친 고향의 모습도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말 컴퓨터 A/S는 안 하려고 했는데...
그의 고향은 옥천읍 원각마을이다. 옥천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고, 전문대학 무역사무자동학과를 졸업하고 무역학과에 편입학했다. 무역사무자동학과에 다녔다는 그의 이력이 그나마 컴퓨터 A/S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지금 그의 모습을 어색하지 않게 만든다.

"처음 컴퓨터 A/S를 시작한 것은 배우려고 시작한 거였어요. 수업의 절반이 컴퓨터 관련 수업인데 제가 너무 모르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관련 아르바이트를 했죠. 아르바이트하면서도 적성에 맞지 않아서 `직업으로 삼을 수 없겠구나'생각했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기억 속에 97년, 98년은 명확하게 자리잡고 있다.  98년 졸업하면서 컴퓨터 A/S와 관련 없는 일반 기업에 합격이 되었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외환보유고 발표 후 회사로부터 `기다리라'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끝을 기약할 수 없는 기다림이었고, 그는 친구와 대전에서 컴퓨터 관련 가게를 잠깐 열었다가 `역시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접었다.

그리곤, 하나라도 확실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컴퓨터 A/S 기사로 일을 시작하고, 그 때부터 직장이라는 생각을 갖고 일을 시작했다. 그 시점이 컴퓨터 A/S와의 인연을 그가 받아들인 시점일 것이다.

"계속 새로운 증상으로 A/S 요구가 발생하고, 그 다양한 증상과 변화 속도만큼이나 소비자들이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일일이 설명하는 작업이 그리 쉬운일이 아니더라구요."

그가 아르바이트 이상으로 A/S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였다. 그의 얘기를 들으며 3년 전 그가 한 말이 생각났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무상수리기간이 끝난 후 이루어지는 A/S에 대해 소요되는 비용을 무척 아까워한다는 부분.

컴퓨터 A/S를 직업으로 삼은 지금, 그 고민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 부분에 있어 고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꼭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고향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반반'이라고 표현했다. 

아는 사람들의 컴퓨터를 봐주는 것이 좋은 점도 있지만 때로는 곤란함으로도 다가온다. 그럴 때는 고향이 아니라 차라리 대도시에서 원칙대로(때론 야박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일을 하는 것이 편하겠다는 생각도 한다. 

"개업하고 세 달 지나면서부터 마음을 비웠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온 거죠."

마음을 비웠기 때문인지 언제라도 그 마음을 채울 다른 것이 있다면 주저 없이 자신보다 더 잘 PC119를 이끌어갈 사람에게 넘기고 `업종변경'을 할 생각이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아직 그 것이 무엇인지는 찾지는 못했다. 그러면서도 금새 요즘 새롭게 생긴 고민을 털어놓는다.

"A/S를 하면 할수록 내가 여기서 그냥 확 접어버리면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통신판매나 서울 용산전자상가 등에서 컴퓨터를 구입하고 제대로 A/S를 받지 못하는 주민들이 있는 것을 보고, 생각에 없었던 조립PC 판매를 시작한 후에는 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악착같이 해서 절대로 문은 닫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많이 헷갈리는 부분이죠."

이 때문인지 그는 지금 상황이 조금 나아지면 A/S 기사를 한 명 더 채용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컴퓨터 A/S라는 직업이 `딱 굶어죽기 십상이다'라면서도 그는 공격적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듯 했다.

◆편하게 나눈 몇 가지 이야기들

 #1.
대화 도중에도 그의 휴대전화기는 쉴새 없이 울려댄다. 열에 아홉은 A/S 의뢰거나 `왜 오지 않느냐?'는 항의 전화다. 자주 울려대는 전화기 소리에 무안했는지 그가 오늘 서비스 의뢰가 들어온 곳이라며 종이를 펼쳐 보여준다. 종이에는 10여 군데의 개인과 회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날도 그는 그 중 4∼5군데 밖에는 돌지 못했다. 늦으면 밤 10시∼11시까지, 하루에 13시간을 일해도 그의 시간은 부족하기만 하다. 정말 중노동이었다.

"친구들이요? 한 밤 중에 불러도 부담 없이 나와서 만나 줄 녀석들이 있으면 만나고요. 그렇지 않으면 못 만나죠." 

#2.
그가 바라는 옥천의 모습은 `다양한 동호회'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살아있는 도시의 모습이다. 회비를 내고 가입하면 자격이 주어지고 그에 걸 맞는 대우와 스스로의 위치가 확인되는 사회단체보다는 회비 걱정도 없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동호회.

"대도시에는 최근 그런 동호회 문화가 활발한 것 같은데 아직 우리 지역은 활발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최근 `인라인 동호회'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이제 10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활동중인 이 동호회의 이름은 `옥천 인라인'이다. 포털사이트 DAUM(다음)에 freeline(프리라인)이라는 카페도 개설했다. 그나저나 하루에 13시간씩 일하면서 인라인을 즐길 시간은 있는 것인가?

"일하다가 밤 9시쯤 나가서 한 시간 정도 인라인을 타다가 들어와서 일 좀 마무리하고 퇴근하죠. 그 거라도 없으면 살 수 없으니까요."

인라인은 친구들도 자유롭게 만나기 어려운 김달용씨가 나름대로 뚫어 놓은 `숨구멍'이다.


#3.
CD롬을 이용해 혼자 게임을 즐기던 아이들은 이제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 워드와 문서작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컴퓨터 교육은 이제 `인터넷 사용법'을 중심으로 한 교육으로 바뀌고 있다. 그만큼 컴퓨터의 활용방향이 인터넷 중심으로 흐른다는 얘기다.

"정보의 바다라고는 하는데, 그 바다를 제대로 헤엄치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워요. 아이들이 학습자료를 얻을 수 있는 곳부터 시작해서, 둘러보면 정말 유용한 것이 많거든요."

학부모들이 `성인사이트 접속 차단, 게임 이용시간 조절' 등을 통제하고 제한하는 데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보다 유용한 사이트를 찾아 소개해주는 방향으로 컴퓨터 사용 교육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성인들의 인터넷 활용에 대해서도 그의 눈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여자들의 경우 인터넷 채팅이나 `음악방송청취' 등이 주를 이루고 남자들의 경우에는 `인터넷 고스톱'이나 `성인사이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 중독'에 대한 문제는 `고객보호차원에서 답변이 힘들다'는 말로 살짝 비껴갔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