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조폐창…정치인의 외줄타기
[기자의 눈] 조폐창…정치인의 외줄타기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3.08.02 00:00
  • 호수 6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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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옥천청년회의소 사무실에서 있었던 조폐창 매매철회를 위한 옥천군민 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격한 논의가 벌어졌다. 잠시 주춤했던 지역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화살이 다시 쏟아졌고, 결국 지역의 대표적인 주민대표라 할 수 있는 군수와 의장이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아 옥천조폐창 문제를 해결하는 길에 앞장을 서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논의 가운데 `조폐창 매매철회 운동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눈길을 끌었다. 옥천조폐창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았던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거점으로서 옥천조폐창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이런 주민들의 시각에 지역의 정치지도자들이 미친 영향은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진행하고 있는 싸움 역시 출발이 여기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동의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명제다.

그렇기에 군에서도 많은 예산을 들여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에서 판다고 하면 매입할 계획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문제는 `옥천조폐창'과 `지역발전'의 연관성에 대한 명확한 논리가 제시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선·후가 바뀌었다는 얘기다. 군이 막대한 세금을 들여 `매입하겠다'라는 방침을 정했다면, 그에 따른 합리적이고 타당한 논리를 제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7월25일자 `옥천소식지'에는 `우리군의 입장'이라는 글이 1면에 실렸다. 내용의 대부분은 `일방적으로 매각 처분한 조폐공사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이었고, "조폐공사 및 하나님의교회측의 매각철회가 성사된다면 옥천군이 재매입 하는 방안을 검토 매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 군정질문·답변을 통해 "고용효과가 큰 벤처기업 및 첨단산업 업체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겠다. 위의 사항이 여의치 않을 경우 중앙의 관계부처 및 충북도와 협의하여 농공단지조성 등 별도의 방안을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라고 유봉열 군수가 답변했다.

매각이 이루어진지 두 달여가 지난 지금 군의 입장을 정리해 보면 `판다면 매입하겠다', '매입해서 유망 기업을 유치하거나 농공단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정도다. `재난'으로 규정하며 `삭발'까지 단행하면서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 비해 논리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과거 `한남대학교 제2캠퍼스를 유치해 시 승격을 위한 토대를 만들겠다'라는 주장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목소리다. 유봉열 군수는 군정질문답변을 통해 금효길 의원의 `옥천조폐창이 계속 유찰될 때 매입할 계획이 없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결과론적인 얘기다'라고 답했다.

맞다. 결과론적인 얘기다.

하지만 이 얘기가 왜 결과론적인 얘기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평가는 필요하다. 모든 정치지도자들이 나서서 `옥천조폐창'관련 공약을 내세운데는 그만큼 `옥천조폐창'이 지역에서 갖는 의미가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군은 `옥천조폐창'과 관련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정책개발을 하지 못한 채 수동적이었다.

군에서 제시하고 있는 조폐창과 관련한 나름대로의 노력 대부분은 `대학과 업체의 유치'에 초점이 가 있다. 하지만 유치 노력 자체가 군의 발전 방향을 설정한 전략적 노력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무작위적이었다. 이는 군이 명확한 미래비전을 갖고 `옥천조폐창'을 바라보지 못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이것 역시 결과론적인 판단이라면 할 말 없다.

하지만, 우리 군 행정에 결과론적인 평가가 나오지 않을 수 있을 만큼 한 발 앞선, 체계적인 정책을 개발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어느정도 인지를 가늠하기에는 충분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지금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옥천조폐창 문제'를 풀어 가는 모습에서 또다시 옥천조폐창 매각 이전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옥천조폐창을 매입해 농공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정말 올바른 해법일까?, 아니면 고용창출을 많이 할 수 있는 벤처기업은 어떤 기업을 말하고, 유치가능성은 정말 있는 것인가? 한남대 유치를 부르짖던 때와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대책위 한 관계자는 "4년 동안 끌어온 조폐창 문제에 대해 가장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사람들이 뒷짐을 지고 있거나, 마지못해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왜 앞장서서 치고 나가지 못하는지 답답하다"라는 심정을 밝혔다.

이 관계자의 말을 들으며 또 한 번의 `정치적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지역 정치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분명한 것은 떨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는, 안전띠 없는 외줄타기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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