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세요?] 시장의 치열함 대신 여유를 가진 할머니
[어떻게 지내세요?] 시장의 치열함 대신 여유를 가진 할머니
5일장에서 만난 강경자씨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3.08.01 00:00
  • 호수 6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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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자씨
▲ 강경자씨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그치고 폭염이 난무하는 바야흐로 여름시대인 것 같다. 유유히 흐르는 금구천에는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고기 쫓는 재미에 한창이다. 아이스크림 수레가 활개치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얼굴이 벌겋게 익어간다. 그런데, 말복만을 남겨둔 삼복더위에도 여전히 뜨거운 바닥을 덥히는 사람들이 있다.

시장 할머니들이다. 왁자지껄 빼곡이 들어선 그 곳에는 더위가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축협 맞은 편에서 장사를 하시는 두 할머니를 만났다. 통통하게 살찐 조선오이, 가지런히 알이 박힌 옥수수, 시원하게 쭉쭉 뻗은 부추, 알몸인 채로 드러난 고구마 줄기 등 나란히 같은 품목을 펼쳐놓고 사이좋게 장사하는 두 분을 만났다. 틀린 품목이라야 감자와 가지, 열무 등이다.

"아니, 그럼 아주 치열한 경쟁이 되겠는데요. 저쪽에서 많이 팔면 질투도 나잖아요?"
"다 자기손님이 따로 있는 법이고 옆 손님 탐 안내는 법이여. 오히려 같이 파니까 좋은 걸. 서로 얘기도 나누고."

지독한 우문인 것 같아 부끄러워졌다. 집에서 땀흘려 기른 농산물, 사위와 아들이 실어다 주면 해넘이까지 쉬엄쉬엄 판다고 한다. 할머니들에겐 시장사람들에게 보이는 악착같은 치열함은 없었지만, 장사도 순리에 맡기는 그 여유가 부러웠다. 10년 남짓 같은 장소에서 서로를 보아 온 두 할머니, 어디서 왔는지 궁금했다. 조령2리 할머니는 신문에 많이 나왔다며 이름 밝히길 꺼려해서 양수리 할머니만 사진에 담아냈다. 할머니들의 여유가 한여름 무더위에 시원함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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