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앗거리에서]환경 규제로 못살겠다면서?
[물방앗거리에서]환경 규제로 못살겠다면서?
  • 이안재 기자 ajlee@okinews.com
  • 승인 2003.08.01 00:00
  • 호수 68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개의 읍과 8개 면으로 이루어진 옥천군의 전체 땅 면적은 537.13㎢이다. 이중 대청호 수질을 보전하기 위한 대청호 상수원보전 특별종합대책고시에 의한 환경규제 면적은 1읍, 7개면에 걸쳐 449.82㎢에 달한다. 군 전체 면적의 83.75%다. 이 고시는 지난 90년에 제정되었고 이후 99년과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강화되었다. 환경부가 지난 5월15일 예고한 고시개정안은 특히 경기도 지역의 감사원의 감사 이후 지적사항에 대한 보완으로 시행될 예정이었다.

고시개정안 중 ▲외지인이 상류에 들어와 집을 지으려면 세대주를 포함한 세대원 전원이 6개월 이상 거주할 때 건축이 가능하도록 했다. ▲숙박업·음식점이 포함되는 복합건축물은 400㎡ 미만, 창고는 건축연면적 800㎡ 이상이 제한되고 ▲폐수배출시설은 1일 500㎥에서 200㎥로 입지가 강화된다. 또 ▲유·도선사업 및 수상레저사업을 위한 토지점용허가 및 농약사용 우려가 있는 천연잔디골프장의 입지제한이 강화되고 ▲난개발 억제를 위한 오수배출시설, 폐수·축산폐수배출시설의 신규 설치 및 증설을 제한했다. 우사 450㎡(136평) 이상, 돈사 500㎡(151평) 이상이 이에 해당된다.

이같은 고시개정안이 통과돼 시행될 경우 군으로의 인구유입은 지금보다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미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인구유입을 위한 방안을 속속 내고 있는 상황에서 보면 우리만 거꾸로 가게 되는 셈이다. 가령 한 사람이 대청호변 경관에 반해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시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그 사람이 우리 고장에 집을 지으려면 온 가족이 6개월은 살아야 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게 까다롭게 주택건축요건을 해놓으면 옥천이 아니면 안된다는 사람을 빼놓고는 귀찮아서라도 이주하지 않을 것이다.

군에서는 이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다. 금강수계특별법 등에 의해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군민 생존권 박탈이 우려되는 이중삼중의 규제를 받음으로써 고시가 법을 지배하는 초법적인 논리라는 것, 상류지역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개정안이라는 점이 반대이유였다.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제출기한(6월5일)을 5일이나 넘긴 6월10일 의원간담회에서는 이 문제가 군에 의해 보고되었다. 예고안에 대한 경기연합대책위의 공동보조 요청을 논의했는데 우리 고장은 해당사항이 거의 없다는 이유와 지난 95년 고시개정안 파동 때 함께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달랑 군의 반대의견 표시만으로 마무리했던 사안이다. 의회도 물론 그 흔한 건의서 한 장 내지 않았다.

예고안이 발표되자마자 군은 물론 주민들에 의해 비상대책위까지 꾸렸던 양평군 등 경기도 팔당수계 자치단체들의 대응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우리 고장에 당장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해도 주민들의 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군이든, 의회든 주민설명회 한 번 없이 그냥 지나가버렸다. 경기대책위의 노력으로 고시안이 유보될 때까지.

뭐! 그냥 지나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일련의 지역현안에 대응하는 군이나 의회의 행태를 보면 우리 고장에 도대체 공무원들과 의원들이 있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말끝마다 대청호 환경규제로 인해 못살겠다고 얘기하면서 살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게 큰 문제다.

비단 이것뿐만 아니라 조폐창 문제도 그렇고 최근들어 불거진 동이면 금강변 주민들의 생활불편 해소노력과 관련해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일정한 제한은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환경이 보존돼야 지구가 살 수 있고, 사람들이 살 수 있으므로. 

다만 우리 고장 주민들이 생존하기 위해 환경규제에 따른 보상책을 마련하는 등의 좀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고시개정안 유보와는 상관없이 우리 고장 주민들이 당해왔던 피해를 정당하게 보상받는 길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보상을 위한 대응논리 개발에 힘써야 한다.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제 살길 찾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지리멸렬하고 있는 지 답답한 마음이 하루빨리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