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세요?] 여름 더위 쫓아낸 '독서삼매경'
[어떻게 지내세요?] 여름 더위 쫓아낸 '독서삼매경'
안남면 도덕2리 안순씨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3.07.26 00:00
  • 호수 6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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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남면 도덕2리 안순씨

그냥 지나치려 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다시 들렸다. 마루 창문 너머로 책을 펴놓고 공부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 착하고 예뻐 보였기 때문이었다. 공책에다 연필로 꾹 눌러 쓴 글씨들은 정겨운 고향할머니 글씨체이다. 

안남면 도덕2리에서 공부하는 안 순(73) 할머니를 만났다. 안남면 소식을 찾으려 여기저기 둘러보는 중이었다. 단박에 안남 어머니학교 학생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몇 번 취재하러갔다 눈에 익었는지 할머니는 대뜸 "여기는 어쩐 일로 왔어?"하며 반갑게 맞아준다. 7월18일부터 방학이라 학교에 못 가게 돼 못내 섭섭하단다.

"요즘같이 날 궂은 날엔 학교가 있어야 덜 심심하지. 비 암만 쏟아져도 학교 가고 싶던데.."

배우는 재미에 푹 빠진 것인지, 저기 경로당에서 화투하는 할머니들도, 마을 어귀에서 이바구하는 할머니들도 이제 눈에 안 들어온단다. 할머니는 공책에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는 우리 한 걸음 더'라는 글귀를 썼다. 자신이 직접 작문한 거란다. 그리고 `책 좀 한 번 읽어 주세요'라는 간청에 더듬더듬 한글자 한글자 읽어내신다. 

할머니는 방학이 어서 빨리 끝나기를 학수 고대한다. 같이 공부도 하고, 소풍도 가고, 바자회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무더운 여름, 옥수수와 토마토가 익어 가는 그 여름철에 할머니의 공부하는 풍경은 어떤 청량음료보다 더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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