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언제까지 못본 척 할 것인가?
[기자의 눈] 언제까지 못본 척 할 것인가?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3.07.14 00:00
  • 호수 6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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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천안초등학교 합숙소 화재로 고귀한 어린 생명들이 피워보지도 못하고 져 버렸을 때 세상은 난리가 났다. 그리고 그 것이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교육인적자원부는 `초등학교 합숙금지'를 대책으로 내 놓았다.
 
그리고 6월말, 우리지역 옥천상고 농구부원들이 집단으로 가출한 뒤 복귀한 사건이 벌어졌다. 결과만을 봤을 때 천안초등학교의 참사에 비한다면 아무 것도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건이 갖고 있는 `의미' 자체는 그리 다르지 않다. 소위 엘리트체육이라 불리는 `학교체육' 시스템의 문제를 그대로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교육관련자, 체육관련자, 학부모, 학생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옥천상고 농구부의 이번 집단가출사건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옥천상고 선수들의 가출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다른 종목 운동부의 가출사건도 이미 알려진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별 일 아닌 것'이 더더욱 아니다.
 
주변에서 운동부에 들어간 자녀를 빼내기 위한 눈물겨운 학부모들의 투쟁기 한 번쯤 들어본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다.  반대로 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학생이 운동을 하도록 만들기 위한 눈물겨운 투쟁기 또한 존재한다.
 
우리 지역 운동부 선수들이 수업결손 없이 수업과 운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믿는 사람도 거의 없다. 우리 학교 운동부에서 `폭행과 폭언은 없다'(원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폭행과 폭언이라는 것은 없다) 라고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학교 선수들에게 `승리'라는 결과보다 정말 더 중요한 것이 과정을 중시하는 `스포츠 정신'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교육계에서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을 믿을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지금도 우리 군 각 초·중·고등학교에선 육상, 농구, 배구, 유도, 태권도, 배드민턴, 양궁 등 모두 6개 `지정 종목'이 학교체육으로 육성되고 있다.
 
또, 이런 문제들이 우리나라 체육정책 속에 구조적으로 얽혀있기에 작은 지역에서 변화를 꾀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무도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가출사건은 또 다시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감내하며 국내 체육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지금의 현실을 눈감는다는 것은 너무 무모하다. 잠깐 숨을 고르고 다시 고민해 보자. 이런 현실속에서 나의 자녀가 운동을 하겠다면, 혹은 외부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 흔쾌히 동의를 할 수 있을지 부터가 고민의 시작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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