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앗거리에서]'말로만 투명행정' 이젠 안 된다
[물방앗거리에서]'말로만 투명행정' 이젠 안 된다
  • 이안재 기자 ajlee@okinews.com
  • 승인 2003.07.04 00:00
  • 호수 6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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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의 만평
민선 3기 1주년이 되는 날이 1일이었다. 지난 1년 동안 전체 사회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변화 움직임에 동력을 달아주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우리 고장은 어떤가?
 
지난해 7월2일 제33대 군수 취임식에서 유봉열 군수는 `…공직자 본위의 행정 마인드를 주민 본위의 서비스행정 마인드로 전환하여 주민과 함께 여는 행정, 투명 행정, 참여 행정의 기틀을 마련하고…<이후 생략>'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행정을 어떻게 펼 것인가는 이 간단한 몇 마디 말 속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직자 위주의 마인드를 주민 위주로 바꾸어 주민과 함께 여는 행정, 투명 행정을 펼치겠다는 다짐이었다.
 
민선 3기가 시작되면서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공개적이고 열린 사회로의 전환이 시도되었다. 이런 움직임에 따라 우리 고장에서도 간헐적으로 공개행정, 투명행정 요구가 분출되었다. 하지만 변화했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주민 위주의 행정 마인드를 옥천군 공무원들이 가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게 솔직한 내 생각이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우선 관사 사용과 관련해 많은 시장, 군수들이 관사를 내놓았고 이를 주민들의 복지시설 등으로 쓰려는 시도를 했다. 빠르게 전환이 이루어진 곳도 있다. 우리 고장은 아직 묵묵부답이다. 유 군수는 적당한 쓸 곳을 제시하면 관사를 내놓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이는 문제가 있다. 말로만 `사용할 곳을 제시하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의견을 모은다든가, 공모를 통해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옳다. 그래야 군수가 관사에 더이상 연연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두 번째로 군수 업무추진비와 관련, 군은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누구와 밥을 먹었는지를 알게 되면 주민들간 불협화음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걱정은 그럴듯한데 번지수는 빗나가 있다. 전라남도 나주시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개인 이름만 빠져 있을 뿐, 어느 단체와 간담회를 가졌는지, 밥을 먹었는지까지 상세한 내역이 모두 공개되고 있다.

『1. 27 동강면 이장단과 간담회 860,000원/ 2. 27 지역내 주요인사들의 모임인 목요회원들과 간담회 199,000원/ 3. 15 동초제 판소리행사 지원 50,000원』등이 그 사례들이다.
 
이와 관련, 군과 공직협(5월 당시)은 `기관장과의 협의'를 통해 `기관운영비와 시책업무추진비는 공개불가, 부서운영업무추진비는 필요할 때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부서운영업무추진비는 필요시에 공개하겠지만 군수와 부군수 등이 주로 사용하는 기관 및 시책업무추진비는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이에 비해 중앙정부에서는 투명한 정부, 공개행정을 위해 총리훈령까지 발령했다.

정보공개 청구가 없더라도 국민들의 정보공개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행정정보의 사전공표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훈령은 6월24일 발령되었다. 여기에는 업무추진비 집행내역까지 포함되어 있다. 총괄조정실 김효명 과장은 예시를 통해 개인정보가 아닌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샅샅이 밝히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또 총리훈령은 중앙부처가 일차 적용대상이지만 앞으로 행정정보공개법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조례 개정 등을 통해 공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 본위의 공무원 마인드가 정착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주민복지를 위해 수영장 건립운동을 추진했던 수영장건립추진위에서는 수영장 도 투융자심사와 관련, 행정정보를 공개할 것을 청구했다. 청구한 다음날 문화관광부 담당자는 내용이 불충분하니 상세한 내용을 알려달라며 연락을 해왔단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다음에 또 청구하라는 말과 함께. 충청북도는 청구한 지 4∼5일 후 `복사는 힘들지만 열람은 가능하다'며 연락이 왔다. 우리 군은 민원인에게 답변해야 할 기간인 15일이 지나서야 연락이 왔단다. 중앙과 우리 군의 행정양태가 바뀌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사회 전반적으로 투명하고 열린 행정을 지향하고 있는데 우리 군은 아직까지도 너무 닫고 있다. 사실 공개해봐야 별 것도 없을 업무추진비를 왜 그렇게 끌어안고 있는 지, 군수 관사는 왜 그렇게 처리를 하지 않고 있는지, 공무원들의 행정양태는 왜 그렇게 변화가 늦는지 참 답답하다.

주민없이 `공개행정·참여행정'은 없다. 항상 남들이 해야 하고, 법령으로 규정돼야 하는 행정은 뒷북행정으로 가기 십상이다. 민선3기 1주년을 계기로 좀더 열리는 군정이 되기를 열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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