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세요?] 흙의 숨결에 파묻혀 즐거운 아이들의 일상
[어떻게 지내세요?] 흙의 숨결에 파묻혀 즐거운 아이들의 일상
유진이와 예빈이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3.06.27 00:00
  • 호수 6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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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살 예빈이(왼쪽)와 일곱살 유진이(오른쪽)

까칠까칠한 모래흙이 손 잔등을 간질이는 그 느낌이 좋은 건지 흙 안에 손을 살짝 밀어 넣고 두꺼비집을 짓다가 차곡차곡 흙을 긁어모으더니 막대기 하나를 위에 살포시 꽂는다. 삼양초등학교 앞을 지나다가 조그만 모래밭에서 노는 아이들 둘의 풍경이 눈 안으로 확대되어 빨려 들어왔다. 

보습학원 강사인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는 예빈이는 가장 친한 학원 언니 유진이와 흙장난을 한다. 다섯 살 예빈이와 일곱 살 유진이는 흙으로 마술 부리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순식간에 고양이를 만들더니, 토끼, 거북이, 김밥, 빵 모양까지 만들며 저희들끼리 웃고 즐긴다. 그러더니 쌓아놓은 흙산에 막대기가 넘어지지 않도록 조용히 잽싸게 흙을 훔친다. 흙뺏기 놀이. 유진이는 요령껏 잘 가져 가는데, 예빈이가 늘 막대기를 넘어뜨린다. 

내가 좀 더 낮은 목소리로 아이들과 교감을 하기 위해 물어봤다.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 일곱 살인 유진이는 공부 잘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고 다섯 살인 예빈이는 예쁜 공주가 되고 싶다고 했다. 5살과 7살의 차이란?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께 새집 다오..."
콘크리트가 흙보다 많은 시대에 숨통처럼 트여있는 초등학교 앞 조그만 모래밭에 아이들의 노랫결이 흙의 숨결과 맞물렸다. 아이들은 꿈결같은 세상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 같았다. 문득 아이들 옆에서 무임승차를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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