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앗거리에서]`내 아이의 기록을 NEIS에서 빼라'
[물방앗거리에서]`내 아이의 기록을 NEIS에서 빼라'
  • 이안재 기자 ajlee@okinews.com
  • 승인 2003.06.27 00:00
  • 호수 6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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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일이 아니지만 나는 아직 컴퓨터라는 문명의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축에 속한다. 기사 쓰고 인터넷 정보검색에다, 내 이름으로 등록된 전자우편에서 편지를 확인할 정도다. 만약 컴퓨터에 문제라도 생기면 다른 직원을 불러야 해결할 수 있다. 우리 사무실에서 소위 `정보지수'가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그래서 가끔은 직원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도 거의 매일 되풀이되는 짜증이 있다. 전자우편 사용자라면 매한가지겠지만 `스팸메일' 때문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광고메일에다, 음란메일은 거의 날마다 수신거부를 해도 이름만 바꾸어 들어온다. 거기에다 휴대전화로 오는 광고문자는 또 어떤가? 불안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정부의 전자정부 구현정책에 따라 추진하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교무, 학사, 보건분야를 인권침해 요인이 있다며 삭제할 것을 권고했고 교육인적자원부는 전교조와 협의를 통해 일단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그리고는 `수기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NEIS로 하라'는 단서를 달아 각 학교에서 알아서 결정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학교별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눈속임이다.

실제로 이 시스템은 지난해부터 군내 일선 학교에서 대부분 시행해왔기 때문에 전교조가 주장하는 `수기'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NEIS 시행학교로 분류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1학기 학사처리만 되지 않았을 뿐, 지난해(5학년이라면 4학년때까지의)까지의 기록은 모두 이 시스템에 저장되어 있다. 실질적으로는 NEIS를 운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NEIS 시행에 따른 근본적인 문제는 교단 갈등이 아니라 국민들의 인권, 학부모와 학생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호되느냐는 점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국가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인권 침해요인을 상당 부분 삭제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교육행정의 정보화와 편의를 볼모로, 말 한 마디 없이 개인정보의 주체인 학생들과 학부모의 정보를 모아 인터넷에 띄우고 한꺼번에 움켜쥐려 하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다. 우리 학부모와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동의서 한 번 내밀었다면 말도 안한다. 인권위가 괜히 삭제권고를 했겠는가? 

개인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만큼 개인정보 보호는 국가가 나서서 적극 해야 할 일이다. 개인정보 오남용을 막기 위해 법규도 마련되어 있다. 정보사회의 가장 큰 역기능이 개인정보의 오남용과 유출로 인격, 명예훼손 등의 사생활 침해이고, 심지어는 범죄에 이용돼 경제적 피해까지 발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시행은 단순히 교육 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각종 단체들이 그 위험성을 지적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이다. 옥천에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주민들과 관련된 얘기다. 차제에 앞으로 군의회나 도의회, 군수 등 지방정치를 하시겠다는 분들도 새겨들을 일이다. 선거 때 당신의 정보가 유출돼 폭로자료로 활용될 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NEIS를 시행하더라도 내 동의 없이는 나와 내 아이들의 예민한 정보를 인테넷에 올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 동안 올린 정보도 빼주기를 요청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올리지도 않을뿐더러 일일이 손으로 적고 학교 담장 너머로 유출하지 않는다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사회는 우리보다 돈이 없어서 시행을 못하고 있는가? 과연 그런가?  

차라리 NEIS 개발에 들어간 수많은 세금으로 교육환경 개선이나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더라면 훨씬 좋은 학교환경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탄식이 가슴에 와닿는다. 

전자메일 주소가 인터넷을 돌아다니고, 음란물 제작자들의 손에 들어가 있는 세상에서,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기가 문제일 뿐, NEIS는 반드시 뚫린다(해킹 당한다)'는 정보전문가의 말이 섬뜩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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