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급해도 명확한 평가부터
[기자의 눈] 급해도 명확한 평가부터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3.06.20 00:00
  • 호수 6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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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조폐창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다. 지역내 시민·사회단체들을 거의 망라해 매각반대 운동에 나선다고 한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 역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미 계약금과 중도금이 오간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너무나도 좁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매각이 철회되는 방법은 세가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주민들의 민심을 수용해 한국조폐공사에서 위약금을 물어주고라도 매각계약을 파기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옥천창을 매입한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에서 계약금을 떼일 것을 감수하고라도 계약을 파기하는 것, 마지막 하나는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다른 기업체나 대학 등에 재 매각하는 것 등이다.
 
세가지 방법 모두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다.  이런 싸움에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나서려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이번 옥천창의 매각에 대한 주민들의 안타까움을 그만큼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주민들의 염원과 절실함을 받아들여 한국조폐공사와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가 합의를 통해 직접적인 금전 손실없이 계약자체를 백지화하는데 합의할 수도 있다는 공상적이지만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현실성 있어 보이는 결론도 상상해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9일 있었던 시민·사회단체의 대책회의에서 나온 몇가지 지적들을 지면을 통해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려 한다.  이날 한 주민은 "지난 과거사는 절대로 논할 필요 없다. 과거사는 내년 총선에 표로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옥천창의 처리문제에 대해서 많은 정치인들이 장밋빛 이야기들을 해왔지만 역량의 부족으로 가장 좋지않은 결과로 나타났다"라며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못하고 지역주민들에게 떨어졌다는 점을 분명히 규정을 지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주민은 "책임을 져야 하는 그 사람들이 지금 선거운동이 아닌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을 서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물론, 지금 옥천창의 매각 결과를 놓고 책임 소재를 따지고 있을 시기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대로 된 싸움을 위해서는 명확한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옥천창의 매각이 발표되고 어찌해 볼 시간도 없이 바로 주민들의 뜻과는 상반된 방향으로 옥천창이 매각된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햇수로 4년이 된, 더군다나 올 초부터는 한국조폐공사관계자들로부터 끊임없이 `매각가능성이 높다'라는 전망이 나온 상황 속에서 이런 결과가 초래되었기에 더욱더 명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 평가는 결과에 대한 `탓 하기'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싸움에 `칼'이 될 대응논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서의 평가를 얘기하는 것이다. 이런 평가과정없이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계약 행위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논리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본보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 주민, 정치권, 군 모두 4년 동안 무엇을 하고,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치러진 지금 시민·사회단체들이 매각 반대를 외치려 하는지에 대한 자기 답변을 먼저 한 후에 `매각 반대'를 위한 논리를 만들고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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