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세요?] 파란만장했던 17년 포장마차
[어떻게 지내세요?] 파란만장했던 17년 포장마차
포장마차하는 김옥기씨
  • 점필정 기자 pjjeom@okinews.com
  • 승인 2003.06.06 00:00
  • 호수 6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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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마차 '십오야'를 17년간 운영하는 김옥기씨

서민들이 하루 하루의 시름을 털어 버리는 곳, 포장마차는 그렇게 서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밤마다 불을 밝힌다. 옥천농협 옆에서 포장마차 `십오야’를 꾸리고 있는 김옥기(63·양수리)씨. 김씨가 포장마차를 처음 시작한 것은 17년 전이었다. 김씨는 오랜 시간만큼이나 많은 이야기 꺼리를 하나 둘 풀어내기 시작했다.

“남편이 국제기계에 다니다가 몸이 아파 그만 뒀어요. 그런데 큰 애가 대학에 들어가고, 둘째는 고등학생이 되고... 정말 살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다 누가 포장마차 한 번 해보라고 해서 시작했지요.”

김씨가 포장마차 문을 열었을 때는 포장마차가 21개까지 있었다고. 그러다 군에서 도시 경관을 정리한다며 지금의 자리로 포장마차를 모았다. 그와 함께 포장마차는 모두 군에 등록을 해야 했는데, 김옥기씨는 14번째로 등록을 하게됐다. 하지만 남편 황순영(현 양수1리 이장)씨가 `4’가 싫다며 15번째로 등록을 해 지금의 `십오야’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그때는 어찌나 싸움을 많이 하던지, 매일 저녁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어요.”

김씨가 처음 포장마차를 열었을 당시, 손님들 중에는 지역 어깨(?)들이 꽤 많았다고. 술을 잘 마시다가도 눈이라도 마주치면 바로 싸움이 벌어졌다. 포장마차 안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남아나는 집기가 없을 정도였다고. 또 싸움이 격해지면 김씨가 쓰는 부엌칼을 집어들기가 일쑤여서 부엌칼을 함부러 꺼내놓지 못하던 그런 시기가 있었다고 김씨는 회상했다.

“그때는 오징어 무침이 그렇게 잘 나가더니, 요즘은 거의 찾질 않아요.”

요즘은 시간이 갈수록 포장마차를 찾는 손님들의 연령이 내려가고 있단다. 당시만 해도 50∼60대가 주였는데, 지금은 20∼30대 손님이 많은 편이란다. 또 여자손님도 꽤 많이 찾는편이라고. 그렇다보니 주로 찾는 음식도 같이 변해왔다. 지금은 뼈 있는 닭발이 인기가 높다고 김씨는 말했다.

“지금은 엄마 힘들다고 우리 딸이 밤마다 나와서 도와주고 있어요.”

김옥기씨는 허리디스크가 있어 움직임이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항상 어머니가 고생하는 것을 안쓰럽게 생각하던 막내 딸 황금주(29)씨는 매일 이곳 포장마차에 나와 일손을 거든다. 

“장사는 잘 안 돼요. 그나마 꾸준히 찾아주시는 단골손님들 덕분에 밥 먹고사는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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