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세요?] 8남매 키운 억척 아줌마
[어떻게 지내세요?] 8남매 키운 억척 아줌마
옥천읍 삼양리 서영자씨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3.05.23 00:00
  • 호수 67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어머니를 자랑스러워하는 둘째딸과 함께.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기차화통을 삶아먹은 것 마냥 귓전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녀에게서 나온 기적소리는 고단한 세월의 흔적을 살라먹고, 힘차게 전진하는 기관차의 소리였다. 그녀가 올해 어버이날 표창대상자에서 ‘장한어버이’로 선정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13년 전 남편을 사별하고, 막내 아들을 뺀 나머지 일곱 딸들을 전부 혼자 힘으로 시집을 보낸 억척스러움, 35년 간 고추를 팔며 시장바닥에서 거칠게 살아갔지만 끝까지 놓치지 않았던 성실함 등은 마을 사람들에게 귀감이 됐다.

서영자(62·옥천읍 삼양리)씨, 옥천 장날만 되면 시장철물점 앞에 고추를 깔아놓고 파는 ‘떠벌이 아줌마’. 여느 장돌뱅이처럼 그녀가 누비는 곳은 비단 옥천뿐만 아니라 보은, 청산, 경북 화령, 영동, 또 멀리 갈 때는 점촌, 안동, 영주까지 그녀의 기적소리가 울려 퍼지곤 했다. 가는 장마다 인기가 좋아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단다.

집 안에 걸린 가족 사진을 보니까 힘든 인생을 살았으면서 그녀가 행복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액자를 가득 메운 일곱딸과 일곱사위, 그리고 막내 아들. 그녀는 푸근하고 만족한다고 말했다.

첫째는 도 공무원, 둘째는 도서대여점, 셋째는 학습지 교사, 넷째는 이미경 헤어나라의 미용사, 다섯째는 안내보건지소의 물리치료사, 여섯째는 가정 주부, 일곱째는 서울에서 영어 강사, 막내는 스물 넷 대학생이다. 75세까지는 시장판에 남고 싶다는 그녀가 가장 바라는 것은 막내 아들이 좋은 며느리를 보고 성공했으면 하는 것이다. 

“다들 우뚝나게 부자는 아니더라도 제 깜냥대로 잘 사니까 그게 행복한 거여. 며느리는 고달프겄어. 억척 시어미가 있으니 어디 시집오려 하겄어?”
“장날 많이 찾아오라고 그려. 좋은 고추 많으니께.”

떠벌이 아줌마의 화통 삶아먹는 소리가 오래도록 들리기를 바랐다. 8남매의 어머니, 서영자씨가 환하게 웃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