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세요?] "우리는 아직 총각이랍니다"
[어떻게 지내세요?] "우리는 아직 총각이랍니다"
안내면 오덕2리 청년농군 임재열·김은우씨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3.05.09 00:00
  • 호수 6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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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열(왼쪽)·김은우씨

그가 다시 돌아왔다. 분명 떠날 리가 없었다. ‘장갗 가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결연한(?) 말을 남기고 지난 겨울 홀연히 수원으로 떠났던 그가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얼마 전이었다.

그런데 오자마자 갑자기 사과나무를 몇 그루 심더니 ‘두문불출’하며 ‘잠수’를 탔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고향을 지키는 한 친구는 그 친구가 도시에 가서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틀림없이 다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듯 했다. 

둘도 없는 단짝, 안내면 오덕2리를 짊어지고 가고 있는 청년 농군, 김은우(33)씨와 임재열(33)씨를 만난 것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지난 6일. 오덕2리 이장을 맡고 있는 임재열씨는 아버지가 고추 모를 빨리 심으라는 성화에도 아랑곳 않고 트랙터로 남의 밭을 열심히 갈아주고 있었고, 김은우씨는 건너편 논에서 아버지와 형과 함께 다시 모를 심고 있었다. 

“수원에 올라가서 건축물 외벽 공사 일을 했어요. 사실 결혼하러 올라간다는 것은 핑계였는데, 내심 바라긴 했죠. 여자가 많긴 많데요. 그러면 뭐해요. 그림의 떡인 걸. 말 한 번 못붙여 보고 그냥 내려왔죠. 답답해서 못 살아요.” 

옥천군 농민회 사무국장 일을 그만두고 돌연히 떠났던 김은우씨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고향에 다시 돌아와 좋다고 말한다. 도시에서 번 돈은 사과나무 450주를 사서 몽땅 심었단다. 

“같이 와서 일하니까 좋죠. 서로 경쟁도 하고 의지도 되고.” 임 이장은 다시 온 친구가 무척 살가운가 보다. 둘은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고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얼른 결혼해서 부모님 근심 덜어드리고 고향에 뿌리내리고 싶은 맘 간절한데 모든 게 그들 뜻대로 되는 것만은 아닌가 보다. 농촌 실상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마을일도 도맡아 하는 두 청년 농군에게서 건강함과 성실함이 그대로 배어 나왔다.

☎ 오덕2리 이장 733-2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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