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세요?] "준 공무원이라 불러 주세요"
[어떻게 지내세요?] "준 공무원이라 불러 주세요"
공무원직장협의회 새 간사 전영재씨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3.04.11 00:00
  • 호수 6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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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재씨

두꺼운 안경테에 수더분한 얼굴, 느릿한 어조로 한 두마디씩 건네는 폼이 순진한 고학생을 보는 듯 했다.

그가 ‘우리집’이라 써 붙인 군청 2층 공무원직장협의회 사무실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은 4대1의 막대한 경쟁률을 뚫고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전영재(26·옥천읍 죽향리)씨는 지난 4일 공무원직장협의회 간사로 공채됐다. 

“처음에 필기시험까지 본다고 해서 얼마나 긴장했는데요. 공무원 노조의 설립배경과 왜 노조가 필요한 지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그랬어요.”

서류심사와 필기시험, 면접까지 몇차례 테스트를 거치고 합격한 전씨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공무원 회원들의 따뜻한 배려로 일이 즐겁단다.

“오후 1시부터 출근하거든요. 대전에서 건축회사에서 캐드 일을 하다가 집에서 재충전을 하는 중이었는데 잘 됐죠. 공무원 노조를 통해서 사회에 대한 공부도 해보고, 남는 여유 시간 틈틈이 공부도 하고요.”

우송공대 컴퓨터 응용과를 졸업한 전씨는 전공인 컴퓨터 캐드일도 계속 하고 싶지만, 공무원에도 관심이 많다고.

“공무원 시험준비도 하려고요. 공무원 회원분들이 너도 열심히 해서 빨리 들어오라고 해요. 이래저래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노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구요? 예전에는 무슨 노동조합하면 과격한 이미지만 그렸는데, 그것은 편견같아요. 하위조직에서 나오는 하나의 언로이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커뮤니케이션 통로라고 생각하거든요. 언론매체에 의해서 공무원 노조도 왜곡된 측면이 많아요.”

뚝배기처럼 투박한 모습과 딱딱해 보이는 전공에 걸맞지 않게 그의 가슴엔 의외의 시심이 웅크리고 있었다.

“가끔 시를 쓰거든요. 정지용의 향수와 피천득의 수필집도 좋아해요.”

아! 참, 전영재씨는 죽향리 이장인 전운찬씨의 3형제 중 둘째인데, 아버지의 권유로 시험을 보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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