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세요?] "옥천에 정을 좀 붙이려고요"
[어떻게 지내세요?] "옥천에 정을 좀 붙이려고요"
경찰서 구내식당 송선영 영양사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3.03.28 00:00
  • 호수 6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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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부터 경찰서 구내식당을 책임지는 송선영씨.

밥솥이 품어내는 하얀 연기는 말 그대로 풍요로움이다. 색색깔로 눈을 즐겁게 하는 반찬들은 자연스레 입맛을 돋군다.

정말 쇠라도 집어삼킬 20대 초반에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경찰서 전·의경들과 악성 범죄들과 시시각각 싸움을 벌이는 경찰서 형사들에게는 식사는 그 날의 컨디션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거기에 송선영(25)씨가 있었다. 지난 12월부터 경찰서 구내식당을 책임지는 송씨는 대전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위탁급식회사인 아라코에 취직해 중부대학교에서 영양사로 재직하다 옥천경찰서 구내식당 지점장으로 왔다.

스물 다섯에 벌써 지점장이라. 직책과 나이, 얼굴이 다소 조화롭지 못한 것처럼 보였지만, 슬금슬금 웃으며 두 명의 아주머니들과 같이 일하는 솜씨가 여간내기가 아닌 듯 하다. 

“충남 논산이 고향이에요. 옥천은 처음이고요. 대전에서 학교 다닐 때 옥천이 가깝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 곳에선 거의 유배(?)생활하는 셈이죠. 아직 변변한 친구하나 만들지 못해 경찰서, 은행, 슈퍼 등만 왔다갔다하거든요. 지금은 여경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타향살이가 낮설어서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즐겁게 먹는 전·의경들과 경찰들을 보면 힘이 난다고. 

“처음 맡아보는 지점장업무라 아직 업무면에서 미숙한 면이 많아요. 사실 일하는 아줌마들이 저보다 훨씬 음식도 잘 만들고요.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어요.”

“힘든 점요? 경찰은 항상 365일 깨어 있잖아요. 그래서 설날에도 집에 못 갔는 걸요. 항상 밥을 챙겨 줘야 하니까. 그래도 내가 직접 만든 식단과 음식을 먹고 주민들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니 뿌듯해요.”

앞으로 식당 안에 매점이 들어서면 바빠질 거라고 하면서도 새 일터가 있는 옥천에 조금씩 정을 붙이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송선영 songsy-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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