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초 동이면 청마리 탑신제 때 자그마한 체구에 목에는 카메라를 걸고, 양손은 비디오 카메라를 잡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장면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담아내는 그가 인상깊었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지난 14일, 옥천읍 의용소방대장 이취임식 자리에서였다. 이전에도 물었지만, 또 다시 물었다.
“이것도 무료로 담아주는 거에요?”
“그럼, 내 좋아서 하는 일인데, 당연히 무료지.”
전병국(69·동이면 금암리)씨, 그는 1999년 동이초에서 정년퇴임한 퇴직교사이다. 그의 집에는 비디오 테잎과 카메라 필름이 수북하다. 비디오만도 3개, 이것으로 화면 편집을 한다. 그리고 나서 우편으로 이 사진과 영상들을 찍힌 사람들에게 보내준다.
적하리 올목이 고향인 전씨는 57년에 경남 남해 상주국민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고, 60년대에는 아버지 농사를 도와주러 잠시 쉬기도 했지만, 이후 계속 교사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영상 기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퇴직 이후에도 스스로 즐거운 일을 해야겠다며 교사퇴직금 얼마를 보태 시작한 일이 행사 무료 촬영이었다. 보내주고 인사 한 번도 못 받으면 다소 섭섭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계속 할거란다.
“봉사하면 좋잖아. 맘도 개운하고.”
그에게 전화번호를 묻자 이력이 빼곡이 적힌 포상 내역서를 건넨다. 그의 한 세월의 노력이 빚어낸 그 이력들이 그를 있게 한 삶의 증거물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몇 글자로 간단하게 요약된 그의 이력보다 그의 마음씀씀이가 훨씬 값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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