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센터 김혜숙 간사
자원봉사센터 김혜숙 간사
함께사는 세상 [101]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3.03.14 00:00
  • 호수 6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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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활동 참여, 세상을 넓게 보게 합니다"

사실, 김혜숙(34·옥천읍 죽향리)씨를 만나려 했던 것은 지난 3월8일이 `세계여성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여성회관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여성이 바라보고 있는 우리 군의 여성' 정도를 그 날 만남의 `핵심 주제'로 생각하고 룰루랄라 여성회관을 찾았다.  그 곳에서 만난 김혜숙씨는 여성회관에서 예상한대로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성회관은 그녀에게 있어 공간의 의미가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일을 하고 있는 일터는 「자원봉사센터」. 그렇다고 그 이유가 그 날 만남의 선을 처음부터 꼬아 놓을 수준은 아니었다.  분명한 것은 그녀 역시 우리 군에서 살아가고 있는 30대 여성이기 때문이다.  신문에 얼굴을 내 놓는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정중하고 친절하게 설득하려는 김혜숙씨에게 우리 지역의 신문임을 내세워 간신히 동의를 얻어내고 한 시간여의 급한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김혜숙씨는 고향이 이원면 건진리다. 이원중학교를 다녔고, 옥천여고 마지막 졸업생이 되었다. 8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이원면사무소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하다 경기도 안양우체국에 취직했다. 그 곳에서 1년 남짓 근무한 후 다시 그녀는 옥천에 돌아왔다. 안양으로의 1년간 외유가 그녀가 경험한 유일한 고향 밖 생활이었다. 

고향에 돌아와 90년 11월부터 옥천군에서 임시직으로 근무하면서 95년 결혼을 했다. 함께 군청에서 근무하고 있던 공무원과. 둘이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비밀이란다. 그냥 맞은 편 사무실에서 일했었다는 것까지만 밝혔다.

98년까지 계속 근무를 하다가 98년 11월 옥천군자원봉사센터 간사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이원면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윤수씨와의 사이에 준희(8살), 소영(7살)이 남매를 두고 있으며, 남매가 커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한없이 행복하다고 김혜숙씨는 말했다.

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에 다니고 있는 것도 지금 그녀의 삶에서 큰 부피를 차지하고 있다. 야간대학도 생각을 해 보았지만 한창 손이 많이 가는 두 아이들을 키우며 대학을 다니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을 것 같아 대신 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했다.

집에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소개를 받고 그리 힘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도 재미와 흥미를 느끼며 이제는 2학년이 되었다.

■일에 대한 얘기

"직접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경우는 적지만 그래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처음에 자원봉사는 주부들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는데 지금은 남자 분들도 많이 참가해 주시고요."

처음 자원봉사센터가 문을 열었을 때 200여명의 회원 모두 주부였던 것에 비해 지금은 단체가입도 많아지면서 1천50여명으로 회원이 늘었고, 무엇보다 남자들의 참가(대부분 개인 가입보다는 `해병전우회'같이 단체가입이지만)가 확대된 것이 의미 있다고 김혜숙씨는 설명한다.

남자들의 자원봉사 참가와 함께 가족단위봉사활동이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것이 김씨의 바람이다. 자주는 못하더라도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가족 모두 함께 자원봉사활동에 참가하면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국가적으로도 자원봉사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앞으로는 할 일이 더욱 많을 것 같다는 김혜숙씨. 김씨는 지금까지 많은 사회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자원봉사센터에서 이런 활동자원을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배분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얘기한다.

"일을 한다는 거요?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제가 몰랐던 것도 많이 알게 되고 스스로가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많은 사람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좋구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김씨도 간혹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유혹에 빠진다. 유혹의 중심에는 역시 '아이들'이 있었다.

"가끔은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어요. 업무 때문에 시내에 나갔을 때 아이들 손 붙잡고 다니는 내 또래 엄마들 보면 부럽거든요. 우리 아이들 생각이 나니까요."

■여성

"처음 여성회관에 왔을 때는 임시직 한 명뿐이었는데 지금은 담당 주사 1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도 외형적으로 바뀐 것 같구, 자활후견기관이 들어오면서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구요. 또 과거에는 여성회관에서 하는 교실이 주로 취미교실이 많았고 주부들도 그 쪽에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요즘에는 기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기술을 배워서 사회참여를 하려는 의욕이 그만큼 많아진 것 아니겠어요."

김혜숙씨가 일터가 있는 여성회관에서 바라본 최근의 변화다. 작은 공간이지만 그 곳에서도 변화하는 지역 여성의 사회참여욕구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지역의 다양한 교실을 비롯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더욱 늘어나야 할 것 같다는 그녀. 스스로 `일하는 여성'이기도 한 김씨에게 여성의 사회생활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역시 `육아문제'였다.

"애가 어리다보니까 직장에서 일도 해야 하고, 애들도 잘 돌봐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될 때가 있어요. 간혹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아이들을 다그칠 때도 있구요. 그 때마다 미안하기도 하죠. 그래도 새 정부에서 일하는 여성을 위한 정책을 많이 내 놓고 있으니까... 처음에 다 하기에는 너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서 힘들 꺼예요. 그래도 점차적으로 좋아지겠죠."

"일하는 여성이 전업주부보다 자녀 교육에 대한 불안감이 더 많다는데 어떠세요?"

"글쎄요 그 것은 잘 모르겠어요. 아직 아이들이 어리잖아요. 학원을 보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뭘 많이 가르치겠다는 생각은 안 해요. 집에 엄마가 없어도 스트레스 안 받고 잘 지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지요."

하지만 김씨는 아이들이 좀더 크면 시댁이 있는 청주로 이사를 가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는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도 옥천 살기 좋잖아요. 공기도 맑고, 기본적으로 사는데 필요한 것들은 갖춰져 있구요. 근데 문화시설이 좀더 확충되고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음악도 듣고 그림도 보구요. 그런 점이 아쉬워요. 아이들도 가서 놀만한 공간이 많지 않은 것 같구요."

지금 옥천에 살고 있는 젊은 학부모들의 고민이 그대로 집약돼 김혜숙씨를 통해 또 한 번 확인됐다.

■나머지 이야기들

"행복하세요?"
"그럼요, 행복하죠. 애들 크는 것봐도 행복하고 직장에 있다 돌아가서 반겨주는 아이들을 보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데요?"
"김혜숙씨 행복은 전부 아이들 때문이에요?"
"그렇지는 않지요. 보람 있는 직장생활도 행복하구, 남편도 그렇구요. 내가 말을 잘 못해서요.(웃음)"

그렇게 대화를 마쳤건만 다음 날 김혜숙씨에게 전화가 왔다.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것인데 무슨 부담이 있겠는가 싶은 것은 기자의 생각이었나보다. 빼 놓은 말이 있어서라고 김혜숙씨는 말했다. 대화가 끝나고 헤어진 후 다시 곱씹어 보았을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혼자서 자원봉사활동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거든요. 혹시 자원봉사 하고 싶은 분은 언제라도 자원봉사센터에 전화하면 친절하게 상담해 드린다는 얘기도 꼭 써주세요."

전화번호는 국번 없이 1365, 731-6158, 옥천군자원봉사센터 홈페이지는 oc1365.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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