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보다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보석보다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내고향 옥천] 크래프트 하우스 디자이너 겸 샵매니저 황인재씨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3.03.07 00:00
  • 호수 6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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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읍 매화리 출신인 황인재씨.

이야기를 하면서 드러난 그녀의 두드러진 특징은 크게 두 가지였다. 생활 속의 공예, 즉 대중과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실천적인 공예를 한다는 점과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뒤늦은 40대에 보석 디자인 공부에 뛰어들었다는 점이었다.
 
이 두 가지 특징의 뿌리를 찾아 들어가다 보니 강남의 압구정동에서 보석가게(?)를 하는 그녀가 화려하기보다는 다소 소박하게 느껴졌다. 미리 한 전화통화에서 그녀는 넌지시 샵 홈페이지(http://www.craft-house.co.kr)주소를 알려주었다.
 
‘크래프트 하우스’란다. 단순한 보석가게가 아닌 디자인 작가들이 직접 수공예로 만든 것을 전시해 놓은 공예화랑의 구실도 한다는 것이다.
 
옥천읍 매화리 출신 황인재(46)씨가 그 곳에 디자이너 겸 샵매니저로 있었다. 단아하면서 세련된 옷차림이 벌써부터 그녀를 말해주었다. 그녀가 베이지색 상의에 한 브로치와 귀걸이는 본인이 직접 흑진주로 디자인한 작품으로 벌써부터 사람들에게 60세트 이상이 팔릴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단다.
 
“영국의 시인이자 공예가인 윌리엄 모리스의 ‘레드하우스’정신에서 비롯된 생활 속의 공예를 국민대 조형학과 김승희 교수가 우리나라에도 정착시키려고 지난 94년도에 ‘크래프트 하우스’를 세웠어요. 공예품이 단지 전시관에 갇혀 있지 않고 직접 사람들의 일상에서 살아 숨쉬어야 한다는 취지에 저도 공감을 했고 그래서 디자이너 겸 샵 매니저로 나서게 된 거죠”
 
이렇게 말한 그녀가 진정 보석공예와 인연을 맺은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뒤늦은 배움의 열정으로 시작한 보석공예는 그녀에게 많은 의미를 던져준 것 같았다.
 
그녀는 옥천읍 매화리 구덕재에서 고개를 넘어 40분 넘게 걸어다녔다는 죽향초 61회 졸업생이었고, 얌전하고 문안하게 학창생활을 보냈다는 옥천여중 29회 졸업생이었다.
 
“재작년이었을 거에요. 초등학교 동창회, 중학교 동창회에 참가해 보니 30년 넘게 잊고 지냈던 친구들을 만나고 `고향이란게 이런거구나. 추억은 시간이 갈수록 아름다움이 더해지는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유재현, 부천에 사는 정순옥, 서울에 사는 김동림, 친했던 단짝들을 만나 반가웠어요.”
 
그녀는 옥천여중을 졸업하고 대전에서 학교를 다녔다. 현재 황인호 옥천보건소장이 그녀의 큰오빠란다.
 
“큰오빠가 참 많은 도움을 줬어요. 고등학교 졸업한 후에 서울에 있었을 때, 옥천농협에 시험보라 권해주고 준비해 준 것도 큰오빠였고, 지금 남편과 만난 것도 큰오빠가 소개해줘서 만났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매화리에 있는 어머니를 모시러 고향에 내려온 큰오빠가 살면서 크게 의지가 돼요.”
 
결혼을 하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있던 그녀는 부업으로 ‘웅진씽크빅’이라는 공부방을 시작했고,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방송과 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단다.
 
“실제 내 아이들도 같이 있었고, 같이 공부하는 아이들을 내 아이처럼 가르쳤어요. 그 때 잠깐 유명세를 떨쳤어요. 그러고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모델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딸이 둘인데 둘 다 너무 얌전하고 내성적인 거에요. 중년의 가정에 매몰되어가는 나를 찾고 싶은 것도 있었고, 자라나는 딸들에게도 교육적으로 뭔가 보여주고 싶었어요. 엄마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배운다는 것을. 그래서 국민대 대학원 디자인센터 주얼리 디자인과정에 들어갔고, 현재는 단국대 디자인 대학원에서 장신구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불과 6년 전 이야깁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모두 남편(이의영, 외환은행 안양지점장)과 두 딸의 강력한 후원이 없었다면 될 수 없었다며, 공을 가정에 돌린다. 올 6월이나 9월쯤이면 자신의 작품 전시회도 계획돼 있단다.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해, 아이들의 실천적인 모델이 되기 위해, 공예가 ‘생활의 기쁨’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는 주위의 보석들이 흉내낼 수 없을 정도로 소박하면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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