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하는 CJ 김종수씨
인터넷 방송하는 CJ 김종수씨
함께사는 세상 [98]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3.02.21 00:00
  • 호수 6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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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숲속의 호수 인사드리겠습니다~' 인터넷 방송하는 김종수씨는 청취자들의 취향까지 파악하는 꼼꼼한 CJ 였다.

아그네스: 1분전
아그네스: 30초전
아그네스: 큐, 호수씨 수고하세요.

방송사인으로 짐작되는 위 내용은 소리와 큐사인 행동이 아닌 17인치 모니터 위에 뜬 대화창을 통해 전달됐다. 

19일 오후 12시20분, 다음 방송 CJ(computer jockey 혹은 cyber jockey)인 아이디 ‘숲속의 호수’는 자신의 음악방송 시그널 음악인『베사메무초』를 내보내며 오프닝 멘트를 날렸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숲속의 호수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지역에서 취재가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많이 안 들어오신 것 같습니다. 들어오신 분들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공자님, 영은님, 채원님 ... 등 자리하셨습니다. 벌써 봄이 왔나요? 산에 들에 나가보면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이 나물을 캐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자 첫 곡으로 녹색지대의 `사랑을 할거야' 들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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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하는 CJ 김종수씨

 
방송시작 큐 사인을 받은 후 첫 곡을 올릴 때까지 정말 숨가쁜 시간이 흐르고 음악이 나가는 동안 잠깐의 여유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 여유도 잠시, CJ는 자신의 음악파일 저장창고에서 신청곡을 뽑아내고, 대화창을 통해 들어오는 대화에 일일이 답을 해주느라 여전히 분주한 손길을 놀린다. 나폴리방송국에 접속해 음악을 듣고 있는 청취자들 역시 대화창을 통해 안부인사를 묻고 신청곡을 올리느라 분주하다.
 
CJ와 청취자와의 대화뿐 아니라 청취자 상호간의 대화도 활발하다. 대화 내용을 통해 청취자들 간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정도의 친분관계가 있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실시간으로 방송에 접속하는 사람들의 아이디가 별도의 창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CJ가 바라보는 모니터에는 음악을 내보내는 프로그램 창, 대화창, 접속자를 확인할 수 있는 창, 음악파일 등 다양한 창이 떠 있고 그 모든 것이 CJ 한 사람에 의해서 통제가 된다. 

‘숲속의 호수’는 말했다.
“일인 다역의 시스템으로 방송을 하다보면 언제 3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예요”
 
진행자와 청취자 혹은 시청자간의 일방통행(물론 요즘엔 많은 보완책이 제시되고 있지만)방식인 기존의 전통적인 방송패턴과는 여러모로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엔지니어, 프로듀서, 작가 등을 별도로 두지 않고 모든 것을 CJ가 혼자 한다. 하지만 방송 자체는 인터넷으로 접속해 음악을 듣고 있는 청취자들이 참여해 함께 만들고 있었다.
 
선택된 소수가 아닌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고, 청취자들에겐 능동적인 참여가 보장된다는 매력이 최근 인터넷 방송국의 급격한 증가를 불러오고 있는 요인으로 보였다.
 
이에 대해 ‘숲속의 호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항상 노래와 함께 했던 감성이 숨어있는 것 같아요. 기존 라디오 방송도 음악을 제공하긴 하지만 청취자간의 수다를 제공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인터넷상의 음악방송은 그런 것들이 가능하고 그 것이 스트레스 해소로 이어지거든요”라고 인터넷 1인 방송의 인기를 분석했다.
 
이날 큐 사인을 준 ‘아그네스’는 세이클럽 나폴리방송국에서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방송진행을 하고 있는 CJ다. 그 뒤를 이어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가 이날 만난 ‘숲속의 호수’가 진행하는 방송시간이다. 청취자들의 신청곡과 자신이 직접 선곡한 곡에 때로는 직접 노래도 부르며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숲속의 호수’는 월요일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일주일에 4일을 옥천읍 죽향리 자신의 집, 조그만 방에서 음악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숲속의 호수’ 방송을 들으려면 세이클럽에 접속해 세이캐스트에서 ‘30/40대’를 클릭해 나폴리방송국을 검색해 들어가면 된다.

청취자 취향까지 파악하는 꼼꼼한 CJ
‘숲속의 호수’는 꼼꼼한 CJ다. 변변한(세련된) 방송콘티 하나 없이 즉석에서 언변의 기본기를 갖고 매일의 방송을 소화해 내고 있지만 자신의 음악방송에 자주 접속하는 청취자들의 음악취향까지 파악해 곡을 선곡해 들려준다. 물론, 대화창을 통해 따뜻한 말과 안부인사도 잊지 않고.
 
그래서 그의 컴퓨터 주변에는 노트와 두꺼운 메모지가 있다. 미처 몰랐던 음악 신청이 들어오면 가수와 곡명을 꼼꼼이 적어두고, 음악 신청이 밀리면 별도의 메모지에 정리를 해 두었다가 꼭 챙겨준다.
 
매일 방송을 하면서 신청이 되었던 것은 신청자의 아이디와 함께 기록해두니 자연스럽게 고정 청취자들의 음악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숲속의 호수’ 설명이다. 또 하나 방송 진행자로서 갖춰야 할 소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음악방송을 시작하면서 ‘숲속의 호수’에게 다가온 변화다.
 
최근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 음악에 대한 뉴스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덕분에 사람들과의 대화내용이 풍부해지고 아들과의 공감대 형성에도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 간혹 대화창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호수) 오빠’라는 호칭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아내 김현홍(44)씨도 남편의 새로운 취미생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간혹 음악을 듣는 청취자라고 ‘숲속의 호수’는 밝힌다.
 
“요즘 청취자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OST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어요. `눈사람'이나 `별은 내 가슴에', `올인' 등의 OST가 특히 많은 인기를 끌고 있죠.” 최근 자신의 청취자들 선호 음악을 분석해 내는 모습이 제법 프로답다.

40대 중반에 찾은 새로운 취미
‘숲속의 호수’라는 아이디로 음악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김종수(45·옥천읍 죽향리)씨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컴퓨터를 전혀 다룰 줄 모르는 소위 컴맹이었다. 주위에서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 컴퓨터를 켜 게임도 하고, 인터넷 항해도 하다가 우연히 접한 인터넷 방송에 푹 빠진 것이 현재의 ‘숲속의 호수’를 만든 계기다.
 
“인터넷을 하다가 음악동호회에 가입을 했는데 어쩌다 부시샵(시샵=영어 sysop에서 온 말 system operator로 시스템 운영자를 말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동호회 운영자를 통칭하는 말로 사용한다)을 맡아 동호회를 관리하면서 방송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었죠.”
 
스스로를 통기타 세대라고 규정하고 있는 김씨는 생활 속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당시의 좋은 음악들을 떠올렸고,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직접 방송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방송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던 김씨는 가까운 대전을 오간 것은 헤아릴 수도 없고, 직접 차에 컴퓨터 본체를 싣고 서울을 오간 것도 여러 번이다. 그렇게 발품을 팔아 1인 방송의 시스템을 익히고 본격적인 CJ로 방송을 시작한 것이 작년 9월쯤이다.
 
“방송을 하고 싶은 사람은 사운드 카드 좀 좋은 것하고 마이크, 앰프가 조금은 좋아야 돼요. 노래파일을 받으려면 40∼80기가 하드가 별도로 있어야 되구요. 이렇게 준비하는데 약 30만원 정도(기본 컴퓨터 장비 제외)면 돼요.”

마무리
12시께부터 시작한 취재가 1시를 넘기고 있었다. 서로 점심을 먹었느냐는 안부가 오가면서 접속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숲속의 호수’가 진행하는 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평균 40∼50명 선, 이날은 취재하러 온다는 사실을 밝혀서 그런지 접속자가 다른 날보다 줄었고, 대화창의 활기도 덜하다는 것이 ‘숲속의 호수’ 설명이다.

취재가 어지간히 마무리되어 갈 때쯤 접속한 ‘은아’라는 아이디의 청취자는 “오늘 호수아저씨가 영 내숭이에요. 내일 다시 취재해야겠어요”라며 한마디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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