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내 이름은 까미
<여론광장>내 이름은 까미
작성자: 까미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17.01.26 14:49
  • 호수 13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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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까미! 사는 곳은 가화굴다리 주변에서 맴도는 길냥이 입니다 . 입은 옷이 검은 상복처럼 까매 까미라 그렇게 불러 준답니다. 아직까지 무엇을 얻고 무었을 잃었나도. 아니 아직까지 내 자신의 존재도 모르면서 내 생에 가을을 지나 겨울 골목길을 들어와 버렸습니다.

어제는 땅거미가 지는 어둔 한 길가 모퉁이에서 철모르는 꼬막손의 아이 하나가 하얀 담벼락에 크레용으로 알 수 없는 그림과 글을 혼합하더니 휘몰이 장단에 맞춰 휘두르듯이 내 마음속에 있는 길고양이를 그려놓았습니다.

굶주림과 허기에 지쳐 자기 목숨 따위는 아랑곳하지안고 오가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두 눈을 질끈 감고 신작로를 여러 번 가로질러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이제 더 이상 좌시 하지 않는 갓 시집온 새 각시의 눈치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내 어미가 그랬듯이 나에게도 부양해야 하는 어린 새끼가 있기 때문에 온갖 멸시와 배고픔의 설음은 사치일 뿐이며, 오로지 생선가시에 붙은 비릿한 생선 머릴 입에 물어준다면 그것은 분명 잃은 것을 찾은 것이 아니고 그것은 최소한 내일 아침까지 버틸 힘을 문 것이기 때문입니다.

늦가을에 무서리를 맞고 힘겹게 달려있는 한 장의 나뭇잎이 바람에 떨고 있다. 오늘같이 폭풍이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안간힘을 쓰며 매 달려있는 것은 비록 생명을 다한 한 장의 마른 나뭇잎일망정 따스한 봄날에 한줌의 햇살을 기다는 바로 그것 입니다.

나는 많은 아픔을 봐 왔고 당해 봤습니다. 내 형제가 그랬고 내 동료 내 새끼들이 그랬습니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야비하게도 그 배 고품을 이용하여 소름끼치는 울음소리, 생김새가 혹은 눈빛이 섬뜩하다는 이유만으로도 극단적인 선택의 행동이 내 사랑하는 새끼들이 두 눈을 뒤집고 녹아내리는 창자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나뒹구는 모습을 볼 때, 그 어미로써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그때의 심정 생각해 보신일 있으세요?

우리 길냥이 들도 자기새끼들 위하는 것은 사람들 못지않게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원 하옵건대 먹을 것은 안줘도 좋습니다. 사람과 같이 둘도 없는 하나의 생명을 죄의식 없이 함부로 거두지 말아달라는 부탁입니다.

언젠가는 모르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보고 채웠던 많은 일을 배낭에 담아 등에 지고 아주 먼 여행을 떠날 때 다시는 살아 돌아올 수 없는 강, 스틱스강 늙은 뱃사공 카론의 두 눈을 바라보면서 웃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난 오늘도 검은 상복을 입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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