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 교육·문화시설 탐방>배움·나눔·교류·활동의 장, 모두 갖춘 하자센터
<어린이·청소년 교육·문화시설 탐방>배움·나눔·교류·활동의 장, 모두 갖춘 하자센터
하자센터 청소년운영위 '시유공'과 함께한 하루
  • 이창욱 기자 lcw@okinews.com
  • 승인 2016.09.23 13:47
  • 호수 1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옥천 청소년 16명이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 공간을 둘러보고 이 곳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과 교류하기 위해 3일 서울로 떠났다.

먼 길을 찾아 온 옥천 청소년들을 반긴 이들은 '시유공' 친구들이었다. 시유공(始維空)은 '비로소 생각할 공간을 만든다'는 뜻을 지닌 낱말로 하자센터 청소년운영위원회다. 지난해 첫 활동을 시작한 시유공은 올 3월부터 2기 활동을 시작했다.

눈에 띄는 것은 시유공 청소년들은 본명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블랙홀', '전또', '토마토', '바다' 등 일종의 별명을 만들어 사용했다. 이는 호칭이나 이름에 따른 차별을 허용치 않겠다는 하자센터의 의지이기도 하다.

옥천 청소년들은 이들로부터 하자센터와 시유공의 활동들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듣고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 활동에 들어갔다. 일명 '풍선게임'.

방법은 간단했다. 각자 풍선을 하나씩 불어 자신의 이름과 별명을 적은 뒤 가운데로 모은다. 모아진 풍선 중 자기 것을 뺀 아무 풍선이나 하나 골라 풍선의 주인을 찾은 뒤 풍선에 주인 얼굴을 그리는 방식이다.

한 번에 얼굴을 다 그리는 게 아니다. 총 다섯 번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첫 번째는 눈을 그리고 두 번째는 코를 그리는 식이다. 모델이 된 게 어색한지 어정쩡하게 미소를 짓고선 모습부터 "내가 이렇게 생겼어?" 까르르 웃음이 넘어가는 모습까지, 그렇게 얼굴을 마주보며 두 지역 청소년들은 서로를 조금씩 알아갔다.

자기 얼굴이 다 그려진 풍선을 들고 각자 '저는 이렇게 생긴 누구입니다' 소개를 하는 것으로 풍선게임은 마무리 됐다.

얼굴과 이름을 익힌 두 지역 청소년들은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한 테이블에 7~8명씩 총 세 테이블로 나누어 앉은 청소년들은 세 가지 질문을 두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정리된 내용들을 견출지에 적어 붙였다.

질문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꿈꾸는 삶을 이루어 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현재 내가 되고 싶거나 관심 있는 직업은 무엇인가, 내가 꿈꾸는 삶을 만들기 위해 하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였다.

세 번째 질문에 대해 박채은(옥천여중 1학년) 학생은 "자원봉사자가 되고 싶다"며 "남을 도와주는 게 좋아서 그렇다. 해외로 많이 나가보는 경험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풍선게임을 하고 있는 탐방 참가자들과 하자센트 시유공 청소년들 모습.
▲ 풍선게임을 하고 있는 탐방 참가자들과 하자센터 시유공 청소년들 모습.
▲ 풍선게임을 하고 있는 탐방 참가자들과 하자센터 시유공 청소년들 모습.

■게임 통해 경험한 사회 격차 '수저게임'

오후에는 본격적인 공간 탐방에 들어갔다. 신관과 구관으로 나뉘어 있는 공간 곳곳을 하자센터 스텝들의 설명을 들어가며 살폈다.

청소년들의 눈길을 가장 길게 끈 곳은 건물 내부 공간이 아닌 구관과 신관 사이 자유롭게 펼쳐진 '작은달시장'이었다. 벼룩시장과 같은 성격의 공간이다.

작은 달시장에는 누구든 필요한 물건을 팔거나 물물교환 할 수 있도록 가판이 마련돼 있었다. 또 달시장 한 쪽에는 사회적기업 '이야기꾼의 책공연'의 이야기 한마당도 펼쳐졌다.

▲ 작은 달시장에서 열린 사회적기업 '이야기꾼의 책공연'의 책 공연을 참가자들과 하자센터 시유공 청소년들, 주민들이 관람하고 있다.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하자센터가 인큐베이팅한 사회적기업 중 한 곳이다.

청소년들의 숨은 끼가 발산됐다. 이다영(옥천고 2학년) 학생은 가판 한 곳을 잡고 평소 즐겨 그리던 캘리그라피(손으로 그린 그림문자) 실력을 뽐냈다. 지인 자녀의 돌을 축하하는 그림문자부터 가게가 번창하길 기원하는 그림문자까지 다양한 글귀를 팔았다. 유수아(옥천고 2학년) 학생은 준비해온 열쇠고리를 같은 가판에서 몽땅 팔기도 했다.

▲ 작은 달시장에서 '캘리그라피' 작품을 판매한 이다영 학생.

이날 탐방의 마지막 활동은 두 개 조로 나뉘어 '목공체험'과 '수저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목공실로 향한 친구들은 준비해 온 패트병과 도시에서 버려진 목재들을 활용해 핸드폰 스피커를 만들었다.

▲ 참가자들은 이른바 '수저론'에서 착안한 '수저게임'을 하며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수저게임은 월간 '잉여' 최서윤 편집장이 개발한 것으로, 최근 사회적 용어로 떠오른 '금수저', '흙수저'에서 착안한 게임이다.

게임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게임 시작 전 카드를 하나씩 뽑아 자신이 '금수저'(건물주·경영자)인지 '흙수저'인지 결정하고 그에 해당하는 재산과 평판칩을 받고 게임을 시작한다.

이후 총 10라운드까지 진행하며 법안을 발의하고 세금을 내며 임금을 받는 등 사회적 활동을 간접적으로 수행하며 각 라운드마다 재산과 평판을 정산한다. 마지막 라운드가 끝나고 최종 정산을 했을 때 사회 점수가 나빠 여전히 '헬조선'인 경우 금수저가 승리하고 사회 점수가 좋아져 '헬조선'을 벗어나면 흙수저가 승리하는 방식이다.

금수저 3명, 흙수저 7명인 상태에서 시작한 이번 게임은 최종 정산 결과 사회점수가 마이너스 35점이 돼 금수저가 승리했다.

흙수저들은 '월세 제도를 없애고 전세 가격은 동결한다'는 법안, '금수저들은 흙수저들에게 1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칩을 기부한다' 등 사회 격차를 줄이기 위한 법안을 만들고 언론개혁에도 힘썼지만 금수저들의 날치기 법안 통과와 담합을 이겨내진 못했다.

게임이 끝난 후 각자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한 청소년은 "금수저의 권리가 부러웠다"며 "실제 우리나라가 이런 상황이라는 걸 알게 돼 충격이 컸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가 많았던 만큼 각자 기억에 남은 활동은 달랐다.

 
▲ 하자센터 커뮤니티 목공방에서는 플라스틱 페트병과 나무 팔레트를 활용한 휴대전화용 스피커 만들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스피커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는 최동운(왼쪽)학생과 오준호 학생.
▲ 참가자들은 이른바 '수저론'에서 착안한 '수저게임'을 하며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탐방 참가자들과 시유공 청소년들이 함께한 수저게임 현장. 

지호준(이원중 2학년) 학생은 "수저게임에서 1등을 했는데 재미있었다"며 "도시에 버려진 자전거들을 수리해서 새 것처럼 만들던 자전거 공방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박진희(옥천고 2학년) 학생은 "작은달시장에서 동화책을 읽어주던 게 처음본 거라 인상적이었다"며 "목공하면서 못 박는 것도 좋았다. 스트레스 해소가 됐다"고 말했다.

이다영(옥천고 2학년) 학생은 "친구들이 부탁하면 가끔 캘리그라피를 그려주곤 했는데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주셔서 의외였다"며 "전반적으로 제가 몰랐던 이런 공간이 있었구나, 그간 너무 좁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여기 살면 아마 시유공 같은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상준(옥천중 3학년) 학생은 "센터를 돌면서 봤던 '오딧세이' 대안학교가 기억에 남는다"며 "여행을 많이 안 가봐서 그런지 학생끼리 걸어서 바다까지 갔다는 게 인상적이다. 또 수저게임을 하면서 게임 내내 사회를 변화시키고 고쳐나간다는 게 재미있었다. 옥천에서 하자센터 같은 공간이 생길 수 있을까 기대는 해보지만 의문도 든다"고 말했다.
▲ 풍선게임 후에는 몇 가지 질문을 놓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테이블토크'가 이어졌다.

▲ 풍선게임과 테이블토크 후에는 하자센터 내부 공간을 둘러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사진은 하자센터 옥상에 마련된 텃밭. 이곳은 인분을 활용해 농사를 짓는다.
 이날 점심은 하자센터가 인큐베이팅한 사회적기업 중 한 곳인 '소풍가는 고양이' 도시락. 점심을 먹기 전 탐방 참가 청소년들이 카메라를 보고 브이를 그리고 있다.
▲ 옥천신문 지역공동체 캠페인 '어린이·청소년 교육·문화시설 탐방'이 지난 3일 진행됐다. 이번 탐방에서는 서울시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를 방문했다. 탐방일정이 끝난 뒤 참가자들과 하자센터 관계자들, 시유공 청소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박누리 nuri@okinews.com / 취재지원: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