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열심히 방청하고 떠들자, 그래야 의원·공무원 변한다'
'더 열심히 방청하고 떠들자, 그래야 의원·공무원 변한다'
지난해 의회 방청한 주민자치위원들 한 자리에
'주민 관심과 감시가 공부하는 의회 이끌어 낼 것'
  • 정창영 기자 young@okinews.com
  • 승인 2015.01.01 10:41
  • 호수 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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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시선은 불편합니다. 감시와 평가를 위한 목적이라면 더욱 불편해집니다. 하지만 주민이 위임해준 권력을 대리하는 정치인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굳이 누가 지켜보지 않더라도 대리인의 신분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능하고 불성실한 정치인들을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지속적인 의회 방청을 한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제7대 의회 개원 이후 적게는 한두 번에서 많게는 열 번이나 의회를 찾은 주민자치위원 다섯분을 모셨습니다. 토론에 함께 해준 분들은 △박영웅 옥천군주민자치협의회장 △박수민 옥천군주민자치협의회 사무국장 △박해군 옥천군주민자치협의회 감사 △이용수 옥천읍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이시창 안내면주민자치위원회 간사 이상 다섯 분입니다. 진행 및 정리는 옥천신문 정창영 편집국장이, 사진은 장재원 기자가 맡았습니다.

지난 2006년 옥천살림지킴이라는 행·의정 주민 감시단이 1년 남짓 활동했었다. 당시 옥천살림지킴이는 군수 관사 입주 반대, 관광성 해외연수비 반납 등 성과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내부사정으로 1년여만에 활동을 종료했고 이후 우리고장에는 공식적으로 의회를 감시하는 주민단체는 없었다.

▲ 옥천군주민자치협의회 박영웅 회장
박영웅 : 먼저, 의회 방청을 제안한 사람으로서 그 취지를 설명 드리고 싶다. 1년 농사 잘 하면 3년 수확한다는 얘기가 있다. 처음 1년을 잘하면 쭉 잘 가는 거고 아니면 3년 내내 빈껍데기만 간다. 당선 초기에 매일 술자리 갖고 모임 쫓아다니다 보면 의원들이 공부할 새가 없다. 그런걸 방지하기 위해서, 의원들이 그런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주민자치위원회 차원에서 방청을 추진했다. 공부하고 노력하라는 동기유발을 기대했다. 일단 외형적으로는 의정활동 시간이 길어진다거나 집행부에 요구하는 자료 양이 늘어나는 등 변화가 있었다.

박수민 : 의회 방청은 처음 해봤다. 처음에는 잘 모르고 들어갔는데 솔직히 아주 많이 실망했다. 특히, 의장님이 회의 진행을 제대로 못하는 모습 보고 많이 실망했다. 의원은 미리 준비한 질문지 보고 말하고 공무원들도 미리 준비한 답변서 보고 말하는 거 보고 짜고 치는 고스톱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첫날은 한번 질문만 하고 넘어가던 의원들이 뒤로 갈수록 공무원 답변에 보충 질문을 추가로 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의회 방청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 옥천군주민자치협의회 박해군 감사
박해군
: 8명 의원 중에 재선 의원 1명, 삼선 의원 1명이 있다. 이 사람들이 의회를 이끌어가야 하는데 보니까 시골 동네이장들보다도 진행을 못하더라. 창피할 따름이다. 방청객으로 그냥 앉아만 있기가 뭐해서 의회사무과에 '우리도 자료를 달라'고 하니까 '전례가 없는 일'이라서 줄 수 없다고 하더라. 주민들 수준은 자발적으로 의회 방청할 정도로 올라갔는데 공무원들 수준은 한참 멀었다.

이시창 : 저는 두 번 방청을 했는데 의원들 자질 향상을 위해서 개인 학습이 필요한 것 같다. 초선 의원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군정에 대해 꿰차고 있어야 질문도 하고 뭐가 잘못됐는지 짚을 수가 있다. 그래야 미래발전을 위해 개선책도 제시할 수 있고. 군의원들이 앞질러 가면 공무원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용수 : 저도 두 번 들어갔는데 옥천군의회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우왕좌왕 갈팡질팡' 여덟글자로 정리할 수 있다. 의장 회의진행이 초등학교 학급회의 수준밖에 안되더라. (다른 의원들도) 질의하는 거나 진행하는 거나 모든 것이 초보 수준이었다. 처음에는 그랬는데 두 번째 갔을 때는 많이 발전돼 있더라. 주민들이 방청을 하니까 의회도 대응을 해나가면서 발전을 했구나 느꼈다.

첫 방청 때 기대 이하 실망 '그래도 점차 나아져'
재선·삼선 의원 존재감은  도통 찾아볼 수 없어


참석자들은 총평 이후 8명 의원 각자에 대한 평가를 해봤다. 의정활동을 기준으로 의원들을 상중하로 평가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토론 끝에 모범이 되는 '상'급 의원만 거론하기로 합의했다. 문병관 의원이 최고의 활동을 보여줬다는데 모두가 동의했고 그 뒤를 이어 이재헌 의원이 '예상 밖'으로 기대 이상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옥천군주민자치협의회 박수미 사무국장
박수민
: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의원도 있는 반면 문병관 의원 같은 분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서 보충 질문하고 또 나가고 또 나가고, 혼자 그렇게 하는 모습이 안타깝더라는 거지. 한두 명만 서로 쳐주면 모양새도 좋고 집행부도 더 긴장할텐데.

이용수 : 문병관 의원이 잘해서 다른 의원들한테 동기부여를 해줬다고 본다. 문 의원이 날카롭게 질의하고 보충 질문까지 하는 모습을 주민들이 잘한다고 박수 쳐주니까 다른 의원들도 배워서 저렇게 해야 되겠다,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이재헌 의원도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잘하고 있다. '상'으로 평가해줘야 한다.

의원들에 대한 평가와 함께 집행부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봤다. 대체적으로 공무원들이 공부가 부족하고 답변 준비가 부실했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언론과 방청을 의식해 몸을 사리는 공무원들의 태도는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영웅 : 저는 공무원들이 의원들 질문의 요지를 못 알아듣는 경우가 상당히 있었던 것 같다. 질문 범위를 조금만 벗어나면 답변을 못해서 '정회'(의사 일정을 잠시 중단하는 것)하고 자료 찾는 일이 자주 벌어졌다. 안되면 서면답변 하겠다고 하고. 집행부가 너무 쉽게 서면답변하겠다고 하는 것 같았다.

▲ 옥천읍 주민자치위원회 이용수 위원장
이용수
: 집행부하고 의회 상호 간에 사전 조율이 너무 많이 돼 있더라. 짜고치는 고스톱이다. 질문하고 답변할 내용을 미리 안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문제 다 주고 답까지 다 나와있는 상태에서 질의·답변하는 거 의미가 없다. 그러다 의원이 (예정에 없던) 보충 질의하면 집행부가 공부가 안돼 있어서 서면답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박영웅 : 1차 질문지는 사전에 줘서 답변서를 받을 수 있지만 그걸 가지고 군민 의견하고 안 맞는 부분이 있다면 보충질의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첫 번째는 짜고칠 수 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질문에서 진짜 의원의 능력이 나오는 거고 답변하는 공무원의 자질이 나오는 거다.

이시창 : 제가 아는 상식으로는 과장급은 기본적인 틀만 갖고 답변하지 디테일(세세한) 부분까지는 모른다. 하지만 팀장은 디테일 하게 알아야 한다. 팀장들한테 직접 물어봐도 충분할 것 같은데. 그런데 조례 몇 조 몇 항을 아느냐고 과장한테 물어보고 그걸 답변 못하면 '무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용수 : 군정질문 같은 걸 왜 하는 걸까. 제가 이런 말 하는 이유는 군정에 관련해서 의회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군민들한테 확산이 돼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국회의원들은 의정보고회 같은 것도 하는데 군의원, 도의원들이 의정보고회 했다는 소리 한번도 못 들어봤다. 결국 나팔수가 없다는 얘기다. 방청한 사람들이 밖에 나가서 '보고 들은 것'을 떠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욕을 얻어 먹고 의원들이 바뀐다.

박수민 : 저는 실과장들이 정말로 공부를 안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의원들이 뭘 물어보면 솔직히 말하면 되는데 혹시 문제가 될까봐 진짜 생각을 말하지 않는다. 공무원들도 자기 생각이 분명히 있을텐데 자기가 한 말이 신문에 나고 방청객들 통해서 밖으로 나갈까봐 정확하게 말하지 않더라. 지나치게 몸 사리는 답변 태도도 문제가 있다.

방청객도 자료 좀 보자하니 '전례 없다' 거부
공무원들이 주민 의회 방청 가치 외면하는 꼴
가칭 '의정지킴이' 제도, 공식 요청할 계획

주민자치위원회는 당초 의회 방청 뒤 연말에 보고서를 내기로 했다. 단순 방청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의회 감시와 의원 평가가 가능하도록 방청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기로 한 것. 하지만 보고서 발간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취소됐다. 보고서 발간 무산을 비롯해 의회 방청의 한계와 개선점을 짚어봤다.

박영웅 : 보고서 꼭 내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못했다. 의회 평가 보고서라는 게 방청 한 두 번 한다고 쓸 수 있는 게 아니더라.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일정한 기준으로 채점하고 모니터링 해야 하는데 주민자치위원들이 읍면별로 돌아가면서 들어가다보니 그 부분이 어려웠다.

▲ 안내면 주민자치위원회 이시창 간사
박수민
: 방청객에게는 아무도 자료를 주지 않는다. 의회와 집행부 간 질의, 응답이 길게 이어지는데 아무 내용도 없이 지켜보기만 하면 집중이 잘 안된다. 그러다보니 조는 분도 더러 계시고 스마트폰 보는 분도 생긴다. 방청 왔는데, '에이, 뭔 말인지도 모르겠고 재미없네' 이러면 다시 안 오게 된다. 그런 부분이 아쉬웠다. 내년에 다시 방청하게 되면 자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박해군 : 손님이 왔으면 앉을 자리를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 자료도 없이 앉아서 듣기만 하다보니 의원이 질문하는 게 도로를 포장하라는 건지 도랑을 만들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내용도 모른 채 앉아서 듣기만 하면 방청하는 의미가 없다.

이용수 : 방청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설 보수도 필요하다. 본회의장은 방청객 20명 이상 들어가면 앉을 자리도 없더라. 위원회실은 5명이면 끝난다. 그렇게 해서는 방청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시설 증설을 해야 한다.

이시창 : 2014년은 주민자치위원회가 교두보가 됐지만 앞으로 다른 단체까지 함께 하게 된다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주민자치위원회는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방청을 진행하고 현장에 오지 못한 주민들한테 방청 내용을 전파할 방법도 필요하다.

박영웅 : '의정 지킴이 제도'를 공식적으로 건의해보려고 한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들어가든 다른 주민이 들어가든 군 예산으로 하루 5만원 일당 주면서 '어떤 의원이 몇 번 떠들었고 그 말이 타당성이 있는 건지 없는지, 답변을 잘한 과장은 누구고 못한 과장은 누군지' 이런 식으로 평가서를 낼 수 있게 가칭 의정 지킴이 사업을 요청하려고 한다. 집행부와 의회가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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