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수도관 식수공급 파장 일파만파
철거 수도관 식수공급 파장 일파만파
주민들, '책임자 처벌해야 한다'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11.09.02 10:03
  • 호수 1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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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이 철거해야 할 수도관을 이용해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했다는 지난달 26일자 본사 단독보도 '철거 수도관 식수 공급 파문' 기사의 파장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은 이번 사태가 안전한 마실 물 공급을 책임져야 할 옥천군 행정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비판과 함께 부실한 업무처리와 예산낭비를 초래한 공직자들에 대한 징계 등 책임추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치단체가 수십억 원을 들여 새 수도관을 묻고도 철거수도관으로 십년 가까이 주민 식수를 공급한 것이 핵심인 이번 사태는 본사 보도가 나간 직후 지상파 방송사들의 취재가 이어지면서 전국으로 알려졌다.

한국방송(KBS)은 지난달 29일부터 정규 뉴스프로그램을 통해 이번 문제를 다루며 "버젓이 새 상수도관을 설치하고도 폐기해야 할 수십 년 된 낡은 수도관으로 주민들에게 계속 물을 공급해 온 이상한 지자체가 있다"며 "더 큰 문제는 해당 군이 이런 상수도관이 몇 개나 되는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 현장을 고발했다. 또 문화방송(MBC)과 연합뉴스 등의 통신사들도 깨끗한 새 수도관 대신 시커멓게 녹슨 노후 수도관으로 주민들이 사용하는 수돗물이 공급되는 현장을 보도하거나 사실관계를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주민 박아무(54.옥천읍)씨는 "옥천신문에서 기사를 보고 걱정은 했는데 경기도에 사는 친지들로부터 뉴스에서 봤다며 괜찮냐는 안부전화를 받았다"며 "다들 공기 좋고 물 맑은 동네로 알고 있는 옥천이 엉터리 행정으로 유명세를 치르니 주민입장에서는 부끄럽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주부 김아무(29, 옥천읍)씨도 "방송화면에서 침전물이 잔뜩 쌓여있는 노후수도관 모습이 나왔는데 정말 구역질이 났다"며 "새 수도관을 두고도 주민들이 저런 썩은 관으로 물을 마시도록 방치한 공무원들은 처벌해야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 옥천군상하수도사업소가 지난달 30일 구읍 우편취급소 사거리에서 상수도관 교체를 했다. 새 상수도관을 설치했음에도 노후관을 이용해 상수도를 공급했던 군 행정에 대해 지역 방송 취재진들이 취재를 하고 있다.

주민들을 경악케 만든 철거수도관 식수공급 사건의 진상이 옥천군 자체적으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공직감사업무를 맡고 있는 참여감사과가 이 문제에 대한 진상을 조사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감사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사무관 A씨 역시 과거 상하수도사업소장으로 오래 근무했던 경력이 있어 옥천군 자체 감사가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기는 힘든 상황.

옥천군의회는 지난달 30일 의원간담회를 통해 김재한 상하수도사업소장으로부터 현황과 조치계획만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노후관 교체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상하수도사업소 김재한 소장은 "(스스로도)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빠른 시일 안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옥천군 상하수도사업소는 본사가 보도한 구읍 지역 노후수도관 문제를 포함해 옥천읍지역 노후관 전반에 걸쳐 9월부터 노후관 폐쇄를 확인하고 11월부터는 정비계획을 수립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회 박희태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주민들은 이번 일이 학교급식에 불법 도축한 쇠고기를 공급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다"며 공직자들의 경각심을 주문했다. 옥천군의회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행정사무감사에서 철거수도관 식수공급 파문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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