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만 군수 취임 1주년 인터뷰>"주민의 눈으로 신중한 행정 펼치겠다"
<김영만 군수 취임 1주년 인터뷰>"주민의 눈으로 신중한 행정 펼치겠다"
주택문제 → 군이 직접 택지개발 검토중
교육문제 → 교육계뿐 아니라 전 지역적 협의체 시급
고령화는 지역의 큰 숙제, 출산 장려 정책 더 고민할 것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11.06.17 09:30
  • 호수 1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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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 바쁘다··· 이런 저런 핑계로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출근길에 나설 때면 어김없이 기자의 양심에 돌을 던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자와 이웃해 살고 있는 김영만 군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더워진 날씨에 정장 상의를 벗어 옆구리에 끼고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내면서 걷는 군수의 모습을 차창 너머로 지켜보는 옥천신문 기자의 입장은 우리 충청도 말로 참 '거시기'합니다. 나부터 걷기, 내가 먼저 자전거타기 만큼 우리고장 교통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실천도 없기 때문입니다. 문득 걸어서 출근하는 김 군수를 붙잡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는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군수 취임과 민선5기 출범 1주년이 다가오고 있는 지난 15일 출근길에 나선 그를 쫓아가 물었습니다. "김영만 군수, 당신 요즘 무슨 생각하며 삽니까?"

1년 째 걷기 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바로 며칠 전 일이에요. 걸어서 출근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 역시 걸어서 출근하는 날은 약속한 것처럼 같은 장소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거든요. 저는 1년 내내 군청 앞 횡단보도 신호등에서 주민 한 분을 항상 우연찮게 마주쳤는데요, 이 분께서는 몸을 가누기 힘들 만큼 불편하신 분인데 목발을 짚고 항상 어디를 가시더군요. 그래서 늘 "아침 일찍 어딜 가시느냐"고 인사를 드리면서도 늘 마음속으로는 '몸도 불편하신데 아침마다 어딜 가실까'하고 궁금했죠. 그러다가 14일 어우르기 한마당 행사에서 도지사 표창을 받는 분을 가만히 봤더니 다름 아니라 매일 마주치던 그 분이시더군요. 정말 깜짝 놀랐고 감동했습니다. 그 분은 자신의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매일 봉사활동을 나가시던 길에 출근하는 저하고 마주쳤던 것이었죠.

길에서 느낀 주민의 삶, 지역의 불경기 현실
만나는 어른들 열 분 중에 아홉 분은 다 일자리를 달라고 말씀하십니다. 출근길 뿐 아니라 어딜 가도 마찬가지 말씀이에요. 나이는 들었지만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데 일자리는 없다는 말씀이죠. 공공근로사업에 내가 왜 탈락했는지, 언제 다시 자리가 나는지 물어보십니다. 어버이날 면지역 행사장에 가면 이 질문에 답하느라 반드시 군 사회복지 담당공무원과 동행해야 할 정도입니다. 만나는 노인들마다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하시는 것은 그만큼 노인들의 생활이나 노인들을 부양하고 있는 가정의 형편이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상점이나 개인 사업을 하는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에요.

옥천읍 교통문제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지만 장사하시는 분들은 가뜩이나 장사가 안 돼 견디기 힘든데 불법주정차 단속이나 유료주차장 운영이 그나마 상가로 올 사람들을 쫓아내는 것 아니냐며 걱정들이십니다. 우리고장 경기가 인근 자치단체보다는 어느 정도 괜찮지만 도시에 비하면 많이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 김영만 군수는 약속대로 1년째 걸어서 출근을 하고 있다. 민선5기 출범 1주년이 가까운 15일 출근길을 함께 걸으며 김 군수는 길에서 만난 주민들의 삶, 지역경제, 인구정책, 남은 임기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 했다.

불경기에 덮친 인구 감소, 민선5기 대책은?
이사를 나가고 들어오는 전출입에서의 인구감소 문제보다 심각한 문제는 출생수가 사망수를 따라잡지 못하는 인구 자연감소 문제가 큽니다. 여기에 대전에서 옥천으로 이사를 오려 해도 적당한 아파트가 없는 문제가 전입자 수를 묶어놓는 요인이고요. 지금 우리 인구의 21.7%가 65세 이상 노인인데 이 통계를 61세 이상으로 뽑아보면 26.9%, 만나이가 아닌 집 나이로 계산하면 60대 이상 연령의 주민들이 무려 전체인구의 30%를 넘어요. 출생아 수가 사망자를 못 따라가고 4~50대 가장의 자살율도 무시 못 할 수준입니다. 결국 20대, 30대 주부들의 출산과 보육에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돈 몇 푼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할 생각입니다. 인구문제나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산업단지 정책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내년 준공되는 청산산업단지의 경우 모닝STS와 5개 계열사간 입주 협의가 잘 되고 있으며 현재 분양중인 가풍리 의료기기 전자농공단지 역시 14일을 기점으로 실제 분양율 69%를 달성했습니다.

옥천첨단산업단지는 아예 산단 기획단계에서 주거단지와 연구소를 산업단지 관련시설로 포함시켜 기업과 인구, 그리고 기술력이 산업단지와 함께 옥천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주택문제는 2개 정도의 건축회사가 옥천읍 모처에 임대아파트 조성 가능 부지를 놓고 토지주와 협의 중인데요, 군에서는 이런 민간 건설사의 임대아파트 건립 계획과는 별도로 행정이 택지를 개발해 분양하는 문제를 충청북도와 협의 중입니다. 만약 이 문제가 추진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으면 대형 건설사들이 읍지역 아파트 건설에 직접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김영만 군수가 출근길 인터뷰 중 마주친 주민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교육 문제로 옥천 떠나는 주민들, 해법은?
10만 자족도시가 갖춰야할 가장 근본적인 자산은 교육입니다. 최근 옥천신문이 보도한 학교폭력의 문제는 말 할 것도 없이 지역교육현장이 갖는 경쟁력이 바로 주민들로 하여금 옥천을 떠나거나 옥천을 찾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납니다. 그러나 교육계의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당장 학교 선생님들 거주문제만 놓고 보아도 자성할 것이 많아요. 지금 옥천에 거주하면서 자녀를 옥천에서 교육시키며 생활하는 교사들이 전체 10%도 안됩니다. 이런 교사들의 마인드 속에서 지역교육의 기대를 걸기는 어렵습니다.

또 다른 교육기구로 학교운영위원회가 있습니다. 저도 활동을 해봤고요. 이 위원회가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학교운영위원회가 명실상부한 교육자치 기구로 자리매김 하는 데는 '아이들이 볼모'라는 의식 때문인지 풀어야할 과제가 많아요. 이를 위해서 군의 사회단체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지원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교육가족 스스로가 더 많이 연찬하고 토론하시길 바랍니다. 특정학교를 거론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우리 고장 실업계 고등학교의 역량을 높이는 문제는 저 역시 대단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성화냐, 전공개선이냐, 아니면 대안학교 표방이냐 등등 의견은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위한 첫 단추는 행정이나 학교보다는 학교를 아끼고 사랑하는 지역사회가 먼저 끼우는 것이 어느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우리 모두를 위해 가장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대청호 친환경 도선에 거는 기대는?
10년 이상 걸려야 오염원을 철거하면서 완결될 조성공사가 5년에 끝났고 2~3년 걸리는 담수가 홍수로 8개월 만에 끝난 댐이 70년대 말의 대청댐 역사입니다.

댐 바닥에는 수질악화의 주범인 인 성분을 배출하는 퇴비와 각종 폐기물이 가득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댐을 헐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유일한 대안이 친환경도선입니다. 수질을 개선할 것이라는 것이 제가 이 사업에 거는 가장 중요한 기대입니다.

친환경 도선이 운항한들 청남대가 있는 청원처럼 관광소득이 급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친환경도선은 우리 고장을 말뿐인 친환경 농업지역이 아닌 실질적 유기농업 지역으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친환경 도선의 운항 자체가 우리 군에게는 친환경청정지역에 대한 공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투명하다'는 군수에 대한 평가, 어떻게 생각하나'
잘난 체 하는 것인데 과연 얼마나 가는지 두고 보겠다는 이야기부터 군수가 지나치게 융통성이 없다는 이야기, 업무추진비를 안 쓰고 반납하니 김영만이는 일을 안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어요. 때로는 간접적인 청탁으로 정말 청렴한지 어떤지 떠보는 인사들도 적지 않았고요. 사실 청탁이나 편의를 요구하는 분들 중에 군수하고 사이 나쁜 사람은 없습니다. 다 군수 되기 전부터 가깝고 좋았던 사람들이니 군수가 됐다고 이런저런 부탁도 할 수 있는 것이겠죠. 하지만 가까운 분들에게 인정머리 없다는 욕을 먹고 인관관계에 상처를 감수하면서라도 진실한 마음으로 취임초기에 강력하게 대처한 것이 저에게는 지금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모 시장처럼 시장실에 카메라까지 설치하면서 민원인들 겁줄 필요가 없을 만큼 청탁하는 공무원이나 주민은 없습니다. 옥천신문 보도도 덕을 봤고요(웃음).

▲ '약속을 지키는 군수가 되겠다.' 김영만 군수는 지난 1년이 주민참여의 형식적 조건들을 갖추는 시기였다며 남은 임기는 이를 기반으로 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들을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남은 임기 3년의 구상은?
주민과 약속을 지키는 군수가 되겠습니다. 지난 1년간 관련조례 제정 등 주민참여와 관련한 형식적인 조건들은 어느 정도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그 틀을 통해 주민의 실질적인 의견과 여론이 수렴되고 이를 바탕으로 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들이 추진될 것입니다. 지역사회에서 개인적인 이해나 직업을 바탕에 깔고 소수가 여론을 형성해서 결국은 군의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과거의 행태는 단호하게 극복하고 주민의 생활현장에서 군정이 출발하겠습니다. 다행히 군의회도 현장중심의 의정을 펼치고 있고 군수까지 현장 확인을 철칙으로 삼다 보니 공직사회도 자연스럽게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지난 1년간 터무니없는 사업으로 지역사회에 불필요한 갈등은 없었으니까요. 행정이 자기 생각으로 아무리 근사한 계단을 만들어놔도 그 길이 불편한 길이면 개구멍이 생깁니다. 처음부터 개구멍이 필요 없는 길을 만드는 것이 제 생각이고, 주민의 눈으로 하는 행정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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