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청성초 묘금분교 마지막 운동회
'99 청성초 묘금분교 마지막 운동회
  • 이안재 ajlee@okinews.com
  • 승인 1999.10.02 00:00
  • 호수 4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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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수보다 이제는 다시 못 볼 학교의 마지막 운동회에 쏠린 학부모와 지역주민, 졸업생들의 수가 더 많다. 지난 달 25일 청성초(교장 전영이) 묘금분교 마지막 운동회. 전 날인 추석까지 줄기차게 내리던 가을비가 거짓말같이 개인 아침, 운동장 군데군데 비로 파인 부분을 고르느라 채워진 흙이 학부모들의 수고로웠던 운동회 준비 과정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이윽고 준비체조 시간. 재학생들의 수는 18명. 여기에 이미 학교를 졸업한 중학생들까지 함께 참여했지만 운동장을 꽉 채울 수는 없었다. 하늘에는 만국기, 묘금초교를 졸업한 동창들이 그늘로 찾아들었고 몇몇 학부모들은 경기 진행을 도왔다. 묘금초교에 근무했던 교사들과 인천에서 백혈병을 치료하고 있는 김보선 양도 나와 친구들이 펼치는 마지막 운동회를 보았다.

"25년 전 교장으로서 처음 이 학교에 근무한 만큼 인상에 가장 많이 남는 곳이 묘금이예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곳입니다." 이범순(71) 전 교육장의 아쉬움 섞인 말. 7회 졸업생이자 이 학교 교사로도 근무했던 진기환(54) 영동 심천초 교감은 "모교일 뿐만 아니라 교사로도 근무했던 묘금초등학교가 폐교된다니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한다.

1회 졸업생인 안금환(64·양저리)씨는 "멍석을 깔고 공부했던 초창기 생각이 나요. 학교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랐는데 착잡한 심정"이라며 안타까운 모습. 운동장 한 켠에서는 이 학교 학부모들이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음식을 접대하고 있다. "명절이 하루 지난 날이라 선생님들이 쉬어야 되는데 우리 학부모들이 요청을 했어요. 이 근방 5개 마을 주민들의 중심체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학교에서 모이는 것도 힘들 것 아니겠어요?." 음식을 만드는데 열중하던 학부모 곽철안(38·묘금리)씨의 말이다.

아이들, 학부모, 졸업생들이 펼치는 경기, 노인들이 참여한 경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그나마 만국기와 함께 잔치 분위기를 돋운 요소였다. "2000년 2월말 통폐합이 아쉬운 마음이지만 학교버스를 운행, 학생들의 등교에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며 "청성초를 전국에서도 가장 교육환경이 개선된 학교로 만들어 보겠다"는 전영이 교장의 운동회 대회사가 펄쩍펄쩍 뛰며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아이들의 모습과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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