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봉
관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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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0.03.03 00:00
  • 호수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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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같은 대한독립 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물이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선열아 이나라를 보소서 동포여 이날을 길이 빛내자.

▲3·1절이 엊그제로 71주년을 맞았다. 혼은 역사속에서 만들어 진다고 한다. 혼이 없는 민족, 그것은 살아있다고는 하나 형체만이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만큼이나 고난과 역경으로 얼룩진 나라는 그리 흔치않을 것이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뚜렷한 민족의 혼이 있었기에 지금에 우리가 있다고 해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선열들의 혼과 얼을 되살리고 후손들에게 그 맥을 계승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었던 것이다.

▲동지섣달을 1평도 안되는 차가운 마루바닥에서 온갖 고문에 시달리며 독립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쳐부를 때 오직 자신만의 영달을 위해 일제에 빌붙어 나라와 민족을 팔아먹었던 민족의 반역자들, 항의운동을 전개하던 투사들의 종적을 캐내어 밀고하기를 스스로 원했던 고등계 형사의 끄나풀들, 일제와 야합하여 같은 민족의 수탈과 억압을 일삼았던 매판 자본가와 지주민들이 오히려 권력을 휘두르고 버젓이 부를 누리고 있는 아리송한 세상은 반세기를 넘게 세월이 흐른 오늘에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일제의 억압에 시달리고 있는 민족을 구해보기 위하여 가족까지 버려가며 동분서주하던 그분들은 갔지만 그 후손들은 세상에 알려지기를 거부한 채 아직도 단칸셋방에 궁핍한 삶을 걷고 있는 자들이 수두룩하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일본인들의 인기가수나 보컬그룹들의 음반과 테이프 등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하는 사실이다. 아무리 서구의 향락, 퇴폐문화에 이성을 잃어버린 그들이라고는 하지만 말이다.

▲이런 와중에서 매년 치러오고 있는 3·1절 기념행사가 무슨 소용이 있을런지. 3·1운동의 진정한 의미는 저버린 채 점차 형식에만 치우친 나머지 껍데기 행사로 머물고 마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 자못 의아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독립운동의 유공자들을 발굴하여 찬란한 훈장을 수여하는 것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3·1운동의 민족정신을 되살릴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한 때다. 말로만 외쳐대는 피상적인 습성을 과감하게 탈피하여 3·1정신이 거듭날 수 있는 고심어린 몸부림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숱한 영혼들을 이젠 편히 쉬게 할 때도 된 듯하다. 비록 민족의 오랜 염원인 통일이란 과제가 한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말이다. 3·1만세운동이 그날의 함성만으로 머무를 것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를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한 장엄한 몸짓이었음을 똑바로 인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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