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는 어디 있나?
 곽봉호
 2003-05-27 08:56:09  |   조회: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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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黑白)

       
      以白爲白者, 眞也; 以白爲黑者, 僞也. 其眞其僞, 童孺立察,
      而瞽者懵焉, 以鍾爲鍾者, 眞也; 以鍾爲磬者, 僞也. 其眞其僞,
      臺圍卽辨, 而聾者迷焉. 有所蔽, 故有所惑, 小蔽則小惑,
      大蔽則大惑. 小蔽者, 黑白鍾磬之類也, 大蔽者, 天下國家之機也.
      以賢爲邪, 以邪爲賢, 是僞也. 何異於以白爲黑, 以鍾爲磬耶?
      -신흠(申欽, 1566-1628), 〈핵위편(覈僞篇)〉


      흰 것을 희다하는 것은 참이지만,
      흰 것을 검다하는 것은 거짓이다.
      그 참과 거짓은 아녀자도 금새 알아본다.
      하지만 장님은 알지 못한다.

      종을 종이라 하는 것은 참이나,
      종을 경(磬)이라 하는 것은 거짓이다.
      그 참과 거짓은 하인들도 바로 분별한다.
      그러나 귀머거리는 헛갈린다.

      가리는 바가 있기 때문에 미혹됨이 있다.
      작게 가리워지면 작게 미혹되고,
      크게 가리워지면 크게 미혹된다.
      작게 가리워지는 것은 흑백과 종경을 혼동하는 따위이고,
      크게 가리워지는 것은 천하와 국가의 기틀이다.
      어진 이를 삿되다 하고, 삿된 이를 어질다 하는 것도 거짓이니,
      흰 것을 검다고 하는 것이나,
      종을 경이라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누가 봐도 뻔히 그런 것을 자꾸 아니라고 우기면,
      손가락질이 뒤따른다.
      그런데 눈에 뭔가 씌이면,
      누가 봐도 뻔한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욕심이 앞을 가려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하고,
      허영이 앞을 가려 가짜에게 제 몸을 망친다.
      나중에 돌아보면 너무도 분명한 일인데
      그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기꾼은 잡아서 가두면 되고,
      못 잡더라도 재물의 손실은 시간을 두고 채워나갈 수 있지만,
      나라의 일은 한번 그르치면 돌이키기가 어렵다.
      저마다 우국충정을 말하고,
      애국의 결단을 외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시커먼 가짜다.
      진짜는 어디 있나?


       

      까마귀의 암수를 누가 구분하겠는가
      너나 없이 자기가 어진 사람이라고 외쳐대는데 진짜는 잘 보이지 않는다


2003-05-27 08: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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