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민예총이 이원종 지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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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3-14 09:49:37  |   조회: 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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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이원종 지사님!



이철수(판화가, 충북민예총 부회장)

존경하는 이원종 지사님, 아마 인정하시기 어려울 것입니다.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시고 서울시장을 경험하신 도정의 책임자 입장으로 충청북도 행정 중의 한 분야가 전국 하위권이라는 불명예를 지적 당하는 것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으실 것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충청북도의 문화예술 분야는 전국 최하위권입니다. 예술인들은 그 증거로 지사의 문화의식 부재를 지적했을 뿐입니다. 그것을 증명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만약 그것이 오해라고 말씀하신다면 오해를 해소할 의지를 보여주셔야 합니다.
지사님께서는 충북도가 문화예술 진흥의 의지가 크고 강하다는 증거로 문예진흥기금을 내세우셨습니다. 잘 아시겠습니다만 충청북도 문예진흥기금은 다른 시도에 비해 비교적 늦게 지원금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타 시도가 적은 액수로 서둘러 입안하고 집행하던 90년대 초반에 지역예술계의 동의를 얻어 다른 타 시도에 비해 몇 해 늦어지더라도 충분한 기금을 조성하여 제대로 지원하자는 취지가 배경에 있었습니다. 때문에 충청북도의 문예진흥기금은 충청북도가 주장하는 대로 타 시도와의 인구수 대비 문예진흥기금의 총액이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문예진흥기금이 시작된 해는 1996년 일이고 그때는 전임 주병덕 지사 시절이었습니다. 그 이후 이원종 지사님 재임 시절에 문예진흥기금을 많이 확충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해야 해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 문제는 여기서 접겠습니다.
그 다음 무엇보다도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비중이 적다는 것을 숨기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장 답답하게 느끼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충청북도 지사의 문화 의지가 있는 것이냐?' 하는 물음에 대해 '무슨 소리냐 우리가 이렇게 잘하고 있다. 이건 거리감에서 비롯된 오해에 불과하다'라는 답변을 듣게 되면 이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잃게 됩니다. '잘못한 것이 없다'라고 하는 것이 잘못입니다. 잘못한 것은 괜찮습니다. 인정하지 않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얼마 전 제가 속한 민예총에서 충청북도의 문화예술관련 예산을 살펴보았습니다. 충청북도의 2003년 문화예술관련예산은 전체 예산 대비 1.8 %였습니다. 우리가 지적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에 한정하는 것입니다. 지사님께서 제시하신 5.7 %가 문화예술관련 예산이라는 수치는 분명한 오류로써, 그것은 문화관광국의 전체 예산일 뿐입니다. 특히 5.7 %라는 예산 중에는 2004년에 개최되는 전국체전 관련 예산과 규모가 큰 관광이나 청소년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도에서 제시한 자료처럼 문화관련예산은 분명히 1.8%입니다. 이것을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 저희들 생각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충청북도 예산과 사업은 주로 국가 예산과 사업을 시 군으로 이양하는 것이었으며 충청북도가 직접 계획하고 실천하는 사업은 극히 적습니다.
지난 6.13 선거에서 지사님께서는 문화와 관련한 여러 가지 공약을 내걸고 당선 되셨습니다. 그리고 선거운동 기간 중에 민예총을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문화와 관련한 공약제안을 받으셨습니다. 지사 당선 이후에는 그 중에 7개를 실천공약으로 발표 하셨습니다. 그 중에는 전국체전의 성공적인 개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체전도 잘해야 되겠지요. 그러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충북문화재단의 설립, 미술관 건립을 비롯한 핵심적인 공약이 중장기 추진 사항으로 빠져있는가 하면 시 군이 추진하는 사업이 그대로 충청북도의 사업인 것처럼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청주시의 직지 세계화 사업과 청주문화산업 단지 조성 등은 청주시가 중점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지사님의 실천공약은 중원문화권 창달 계획만이 남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의 내용을 보면 중원문화권 정비 복원 사업을 지속 추진한다는 정도의 내용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도민들의 가슴속에는 '말 잘하는 지사, 똑똑한 지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원종 지사님께서 지금까지 문화와 관련하여 해놓으신 대표적인 일은 '종(鍾) 만드신 일'입니다. 여러 말씀드리진 않겠습니다만 문화예술의 진흥에 더 많은 일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도민 중에는 그런 일에 굳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신다면 예술인들은 당장의 어려움을 참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도가 추진하는 일을 나서서 돕게 될 것입니다.
일찍이 충청북도는 '체인지 21' 이라는 종합계획을 수립해 두었습니다. 이 체인지 21의 하위 개념으로 '문화비전 21'이 있고 그 역시 1억이 훨씬 넘는 돈을 들여 계획을 완성한 훌륭한 계획입니다. 전문기관이 용역하고 계획을 합의하기 위해서 문화원 예총 민예총 등 문화예술관련 단체들과 학계, 언론까지 나서서 어렵게 합의한 것입니다. 그 속에는 지금 말씀드린 대부분의 것들이 이미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실천해 주시면 됩니다. 우리는 그 실천을 미루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지 새로운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 아닙니다. 실천하는 지사님의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실천하지 않는 계획을 수립한 것이라면 이것은 허장성세요 사상누각입니다. 내내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2003-03-14 09: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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