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보 민언련 이사장, 김동민 교수, 김정란 교수, 진관 스님, 손혁재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 지식인 154명은 7일 오전 10시 30분 안국동의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조선일보> 기고·인터뷰 거부를 위한 지식인 1차 선언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154명의 지식인들은 <조선일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개혁과 평화적인 통일은 어렵다는 점에 뜻을 같이하고 이 신문의 일탈적인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시민운동 차원의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조선일보> 허위,왜곡 보도에 대한 공동대책위원회'를 한달내에 구성해 <조선일보> 거부 운동을 지식인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까지 확산시킬 계획임을 밝혔다.
아래는 7일 있었던 '<조선일보> 거부' 선언에 동참한 일부 인사들의 인터뷰이다.
나는 왜 조선일보에 기고와 인터뷰를 거부하는가?
김서중 성공회대 언론학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언론학 교수 ⓒ박수원
"일부 지식인들 중에는 <조선일보> 이용론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조선일보>는 그들의 매체 전략을 위해서 진보진영의 목소리도 담아내는 것이지 '진보적'이기 때문이 절대 아니다. 진보진영의 목소리가 <조선일보>에 담긴다고 해서 그 신문이 '공정'하다고 보면 오산이다. 이러한 지식인 사이의 '착각'을 깨기 위해서 조선일보를 거부하겠다는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김서중(39, 성공회대 언론학) 교수는 '왜 <조선일보> 거부 운동에 동참했는가'라는 질문에 위 대답과 함께 또 한 가지를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조선일보>에 '경고장'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는 몇 사람이 <조선일보>에 기고 안하고 인터뷰 안 한다고 <조선일보>가 변하겠느냐고 반문하지만, 인터뷰를 받고 기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 신문과 거래를 안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 일부에서는 <조선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기존의 보수 신문들에 대해 모두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정부 정책이나 대부분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이 큰 매체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체 영향력이 큰 신문에 보도가 되면 잘못된 내용이어도 선전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항의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다.
물론 <동아일보>나 <중앙일보>도 문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권 창출이라든가 대부분의 반 사회적 논조를 선포하는데 앞장 선 신문이 바로 <조선일보>이기 때문에 그 만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왜 지식인들이 집단적인 방식으로 한 매체를 공격하느냐는 반론도 있다.
"그 대목에서는 홍세화 씨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관용을 베풀지 않는 집단에게는 관용이 아닌 것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관용을 모르는 매체다. 그리고 지식인들의 집단 행동에 대한 반론에 대해서는 이런 예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기업이 잘못된 물건을 팔면 불매 운동을 하는 것은 정당한 행동이다. <조선일보>에 기고나 인터뷰를 거부하는 것도 잘못된 물건에 대한 '불매운동'이라고 봐줬으면 좋겠다. 지식인들의 행동이 특정 신문을 좌지우지 하기 위한 권력 행사는 아니다."
이명원 <비평과 전망> 편집위원
▲이명원 '비평과 전망' 편집위원 ⓒ박수원
<비평과 전망>이란 책을 통해 문학계에 비판을 하고 있는 젊은 평론가 이명원(30) 씨. 그는 '<조선일보> 기고와 인터뷰 거부 운동' 참여하면서 문인들에게 '<조선일보>에 개인적으로 기고나 인터뷰 요청이 오면 거절할 생각은 있지만 서명하는건 좀 곤란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한다.
"어떤 주요한 테제를 가지고 지식인들이 뭉쳤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내거는 목표가 선명성에 대한 이념적인 것이였다면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현재는 생활에서의 문제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선일보>에 대한 기고와 인터뷰 거부도 그러한 움직임의 하나라고 본다."
- 지식인들이나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조선일보> 활용론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조선일보>에서 좌파적 논의는 장식일 뿐이다. 진보진영에서 활용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 <조선일보>가 원고료를 다른 신문의 5배 이상 주는 현실적 유혹이나 자기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조선일보>에 기고도 하고 인터뷰도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런 의미에서 지식인들이나 진보진영의 <조선일보> 활용론은 자기합리화요, 어불성설이다."
- 최근에 황석영 씨가 <조선일보>에서 주관하는 '동인문학상'을 거부하고, 이와 함께 인터뷰와 기고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름대로 문단에 영향력이 있을 것 같은데.
"황석영 씨의 행동이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본다. 개인적 자의식에 의한 황석영 씨의 문제제기는 문단의 큰 권력인 창작과 비평을 당황케 했고 창비 자유게시판을 통해 이에 대한 논쟁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민족문학진영 자체가 변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 <조선일보>를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고 있지만 구독 부수는 가장 많다. 이문열 씨 같은 사람은 이 지점에서 나름대로 <조선일보>를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조선일보>를 많이 보는 것은 정보량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보량은 자본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 자본은 기득권 속에서 생성된 것들이다.
군대 있을 때 안 사실인데 내무반에 들어오는 유일한 종합일간지가 <조선일보>였다. 제도화된 장치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문부수가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조선일보> 부수가 많은 것이 순수한 독자의 선택이라고만 보기는 힘들다."
장은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부회장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 ⓒ이병한
- 어떻게 이 운동에 동참하게 됐는가.
"몇 년 전부터 선거감시연대(이하 선감연)에 참가하여 언론보도를 모니터 했다. 그 때마다 <조선일보>가 노골적으로 때로는 교묘하게 보수적이고 수구적인 보도를 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이번에 이런 운동이 있다고 해서 지난 8월 4일 서명했다."
- 선감연 활동은 얼마나 했는가.
"94년 지자체 선거, 96년 총선, 97년 대선, 2000년 총선. 이렇게 7년에 걸쳐 4번이다. 특히 올해 총선 때는 전국의 많은 시민단체가 연합한 '2000년 총선시민연대'에 대해 <조선일보>가 '홍위병'이라는 표현을 하는 등 음해성 보도를 제일 많이 했다."
- 일부에서는 '<조선일보>만의 문제인가',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운동적 시각에서 볼 때 전체 언론을 문제삼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언론개혁'이 전략이라면 '조선일보 거부'가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일보> 하나를 타겟으로 삼으면 다른 신문사도 자극이 될 거라고 본다. 또한 다른 언론도 마찬가지인 면이 있지만 그 가운데 <조선일보>가 가장 수구·보수적이다."
- 장 부회장이 이 운동에 동참한 것은 개인적인 결정인가 조직적인 차원인가.
"개인적인 차원이다. 하지만 이 운동이 큰 힘을 발휘하려면 각 단체의 조직적인 결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조선일보>를 거부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개인은 많지만 조직으로서는 갈등이 있을 것이다."
(다음은 이번 '조선일보 기고와 인터뷰를 거부하는 지식인 1차 선언' 참여자 명단이다.)
우 리 의 결 의
하나, 우리는 조선일보가 과거를 반성하고 국민과 민족 앞에 사죄할 것을 촉구한다.
하나, 우리는 이와 같은 요구가 실현될 때까지 조선일보에의 기고와 인터뷰를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