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신문

[출동 굿데이] 오류 2동 실미도 대원 처형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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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실미도 훈련병들 사형전 '애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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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3월10일 서울 구로구 오류2동에 자리잡은 공군 2325정보부대 야산 계곡에 12발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총알은 12명의 기간병 카빈 총구를 빠져나와 눈을 가린 채 애국가를 부르며 '대한민국 만세'를 목놓아 외치던 4명의 심장을 향해 날아갔다. 이윽고 다시 계곡에는 침묵이 흘렸다.
　
지난 16일 이들이 '김일성의 목을 따기' 위해 창설된 실미도부대(684부대) 훈련병으로 71년 8월 대방동 버스총격사건 당시 생존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32년 만의 일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려던 실미도부대 사건의 실체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6일 오후 본지는 총살 현장인 구로구 오류2동의 옛 2325부대 터를 찾았다.
　
국철 오류동 전철역에서 상가와 주택가 골목길을 5분 정도 걸으면 교회가 하나 보인다. 이곳이 바로 32년 전 실미도부대원이 총살당했던 공군 2325부대 터다. 부대는 10여년 전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6만여평 규모의 대지에는 예배당·도서관·식당·주차장 등이 들어서 있다. 교회는 89년 이 터를 공개 입찰받아 90년과 91년 두해에 걸쳐 이전해 왔다.
　
10여년이 지났지만 군부대 자리였음을 알 수 있는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공중강하훈련을 하던 철탑, 페이트칠만 다시 한 군 막사, 방치된 초소 등이다. 교회측은 이 지역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지정돼 있어 기존의 군시설을 보수해 사용하고 있다.
　
옛 흔적 중에는 실미도부대원의 것도 있었다. 교회 정문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야산 언덕배기에 있는 하얀 벽돌로 만든 터가 바로 그것이다. 총살된 훈련병의 혼을 달래기 위해 세운 무명용사비 터다. 이 비는 훈련병들을 사형한 후 2325부대원들이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등 각종 불상사가 겹치자 당시 총살이 집행됐던 사격장 입구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무명용사비는 없다. 교회 이종찬 사무국장로는 "95년이나 96년쯤 대전의 모 공군부대에서 이전해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회측은 비가 오면 흙이 흘러내려 이를 막기 위해 벽돌로 쌓고 바닥에는 보도블록을 깔았다. 지금은 빈 터로 있다.
　
기자가 찾았던 이날 사형당한 유족들이 이곳을 찾아 생사도 알지 못했던 아들 또는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며 대성통곡했다. 32년 전의 총성이 통곡이 돼 다시 계곡을 흔들어 깨우는 듯했다.
　
사형장소인 사격장의 위치는 알기 힘든 상태다. 이장로는 "이곳으로 교회가 이전해 올 때는 이미 사격에 쓰이는 과녁 등이 치워진 상태여서 사격장이 어디인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격장이 있었다는 것과 총살형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실미도 훈련병의 원혼이 이곳을 떠나지 못한 것일까. 이장로는 "어린 학생들이 예배당 등에서 귀신소리가 난다며 무서워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원로장로가 억울한 영혼을 위로하는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군사반란죄 대신 초병살해와 방화죄로 처형된 훈련병들의 유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실미도부대원의 한 유가족은 이곳에 유해가 암매장돼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회 근처에 살고 있는 일부 주민들도 야산을 파보면 유골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국방부는 조만간 실미도 사건의 실체를 모두 밝히겠다고 다짐했다. 어떤 진실이 모습을 드러낼지 온 국민이 주목하고 있다.

구로/글·사진〓권오용 기자 bandy@hot.co.kr

기사작성 2004.02.17. 11:13:16

2004-02-18 0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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