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토호와 싸운 경남도민일보, 꺾이는가
 한겨레(펌)
 2003-11-18 16:08:20  |   조회: 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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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토호와 싸운 경남도민일보, 꺾이는가


석달 전 경남 마산에 있는 <경남도민일보> 사옥 앞으로 한 통의 고소장이 날아왔다. 올 봄에 마산시가 개관한 조두남 기념관에 가곡 ‘선구자’의 작사자이기도 한 친일 문인 윤해영이 독립운동가로 둔갑시킨 전시물을 <경남도민일보>가 못 본 척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경남도민일보>가 기념관의 설계 자문에 참여한 인사의 명단 공개를 당국에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거부된 데 대해 마산시와 황철곤 시장을 비판하니, 그 답변이 명예훼손 소송으로 돌아온 것이다.

언론과의 사이가 불편해지는 것을 가급적 피하고자 하는 자치단체로서 이만한 일에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라 할 만한데, 사실 조두남 기념관을 둘러싼 당국의 완강한 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가령 조두남의 친일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마산시는 기념관의 개관을 밀어붙였고, 급기야 개관식 당일 ‘밀가루 시위’를 벌이던 시민단체 회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기까지 한 바 있다. 조두남 뿐 아니라 생전의 행적이 문제가 된 이은상 기념관을 세우는 일에도 마산시는 집착을 버리지 않고 있다.

마산에서 행세 깨나 한다는 인사들의 뿌리를 더듬어 보면 지역에서 영화를 대물림해온 힘센 집안 출신이 적지 않다. 이런 마산 지역의 사정을 헤아린다면 일생 동안 양지만 밟은 조두남과 이은상 부류의 인물들이 지역유지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아니 이은상 집안의 경우만 해도 고인의 ‘처세’ 덕분에 식민지 치하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지역의 학계와 종교계에서 큰 소리를 쳐왔다.

<경남도민일보>는 1999년 개혁적 지역 언론을 희구하는 지역민의 성원과 6200여 도민 주주의 힘으로 창간됐다. 소송을 둘러싼 <경남도민일보>와 마산시의 갈등을 진보적 지역 일간지와 지역 토호를 대변하는 당국의 싸움으로 생각한다면 신문사쪽으로서는 고소장이 ‘영광의 딱지’로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영진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중앙 언론이 독점해버린 신문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자본도, 지역 유지들 눈치 보기도 없이 지역민의 성원만 기대하며 신문을 찍어내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해가 갈수록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었고 올해 들어 눈보라는 더욱 거세어졌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에 노동조합이 요구한 것은 사원의 경영 참가였다. 그러나 경영진의 반응은 경영 참여는 곧 경영권 간섭이며 그런 ‘강성’ 기자들 때문에 광고 수주가 안된다는 것이었다. 기사 논조를 바꾸고 직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개혁 언론에 복무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저임금을 감수해온 신문사 구성원들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소동을 일으킨 경영진은 물러나게 되었으나 일은 끝나지 않았다. 이들이 조만간 열릴 임시 주주 총회에서 몇몇 대주주와 결탁하여 경영에 복귀하려는 계획을 숨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구 경영진의 의도가 관철된다면 개혁의 기치를 올린 한 지역 신문의 정체성이 완전히 탈각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지 모른다. 그러나 친일 인사를 내세워 기득권 유지에 골몰하는 유력자들과 그들의 편에 선 신문이라면 이미 세상에 넘칠 만큼 있다. 사회에 해악이 되기도 하는 신문의 목록에 이름이 새로 추가될 신문이 굳이 필요할까. <경남도민일보>의 행보는 개혁적 지역 언론이 이대로 주저앉느냐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느냐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새로 태어날 언론들을 위해서라도 <경남도민일보>가 앞길을 잘 이끄는지 예의주시할 눈들이 절실하다.

/정문순


한겨레 신문 11월 17일자 <왜냐면>
2003-11-18 16:08:20
61.xxx.xxx.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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