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고민
 흰머리소년
 2003-11-17 16:11:44  |   조회: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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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고민



참 먹고 살아가기가 갑갑한 세월입니다
아내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교보생명 생활설계사로 10년을 다니며
알뜰히 살아 왔건만, 아이엠에프가 찾아오고...
마침내 읍내에 있는 사무실이 없어지고
이웃 옥천으로 합쳐지면서 출퇴근하기도 힘들고
그래서 포기하고 실업자가 되어 생계가 막막하였지
하여 다시 지난 2월부터 우체국보험 관리사로 출발한 것이
9개월 째 접어들어 정신없이 바쁘게 쏘다니며
적극적인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아내를 도와주기 위해
내가 세탁기도 돌려서 빨래도 널고
출근시간 아내를 위해 설거지도 내가 하면서
이렇게 사는 것도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신문배달을 나간다

한겨레 처음 창간되고 몇 년은 아내도 자전거를 타고
신문배달 하다가 새벽에 택시에 받쳐 몇 달을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고
그 후 오토바이를 배워 타고서도 열심히 했지
이번엔 서툰 자가용차가 들이받아 또 몇 달 병원에 입원하였지
이렇게 살아오면서 아내는 두 번 다시 신문 배달을 시작 할 수 없었고
보험설계사로, 지금은 우체국보험 관리사로 누구보다도 열성이다
그러나 많은 고객들이 아내에게 보험을 들어주어야
힘이 생기고 의욕이 치솟으련만, 친정이나 형제 친인척들도
들어주지 않아 원망스럽기도 하다
아내의 생활력은 저 길가의 질경이만큼이나 질기지
인터넷 띠 동갑내기도 만나면 당연히 보험 적금 설명을 위해서는
부산, 인천, 천안, 어디라도 갈 수 있는 기회만 오면 달려간다

지난 10월 중순 나는 청주의 교도소에 수용인 면회를 갔다가
오후 3시 돌아오는 길에 충북도청 앞의 어느 다방엘 들어가
한겨레 청주주제 오 기자를 만나러 가기 전까지
다방 마담의 살아온 얘기들으며 인생의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나를 보고 왜 머리를 기르느냐,
옷차림도 개량 한복으로 입은 차림새가
보통 사람과 색다른 모습이라며
직업은 무엇이냐고 묻고, 어디 사느냐고 묻는다
혹시 산 속에 사는 도사 같다고, 그래서 나는 솔직히
묻는 말에 전부 대답, 현재 신문배달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교도소에 가서 면회를 다녀오는데
그곳에 있는 여자 분이 나의 아내보다 한 살 위이고
그 여자 분이 내가 엮은 <감나무 잎에 쓴 시> 시집을 보고
그 책갈피의 내 주소로 편지를 보내와서 답장을 해 주었고
그렇게 인연이 되어 일년이 넘었고 현재까지
보내온 편지가 57통, 서로가 쓴 편지를 합하면 장편소설 분량
앞으로 출소할 때까지 합치면 책 몇 권 분량이 되겠지
이 얘기를 들은 마담은 남편 없이 불행하게도 징역을 살고 있는
그 여자를 도와주는 것이 너무도 갸륵하고 기특하다면서
그럼 아내는 그 여자 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에
보내오는 편지를 함께 읽고, 인생의 길벗처럼 여긴다고....
그랬더니 아내는 또 무엇 하느냐 묻기에 우체국 보험 한다고 했더니
마담은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는 그러한 어려운 분들을 자기도 도와주고 싶다면서
당장 아내에게 보험을 들어 주겠다고 했다

이 말을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했더니 처음엔 믿지 않았지
그러나 아내가 며칠 후 그 다방으로 찾아갔을 때는 진실한 약속이라는 걸 알았지
그리고 얼마 후에 그 마담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또 다른 분을 소개해서
가입시켜 주는 것이 아닌가, 세상은 이렇게 고마운 분들이 있음으로
오늘도 우리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 일요일에도 아내의 머리 속은 고객들을 어떻게 만날 것인가
다음 달 월급봉투 생각하며 골똘히 생각하노라니
머리가 터질 것만 같은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는
컴퓨터 앞에 앉아 바둑판을 바라보고 심취하고
또 인터넷 고스톱으로 아내는 잠시라도 고민을 잊어보려고 하지
그지없고 안타까운 아내도 저 강남 땅의 부자집 딸로 태어났으면
지금 쯤 여판사나 여자경찰관이 되고도 남았을 인생을
처연한 신세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오늘 밤 꿈속에서라도 행여나 어느 누구를 보험에 가입시킬 것인가
지금 아내의 머릿속은 미래의 저축, 노후보장의 꿈으로 꽉 차있다

(2003,11,16) 아내 진만순(陳萬順):016-456-1271


*<축복>:은 도종환 시인의 詩제목
2003-11-17 16:11:44
218.xxx.xxx.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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