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5일장 풍경!!!!!!!!!!!!!!!!!!!!!!!!!!!!!!
 박인환/충북 옥천군
 2003-11-14 20:22:07  |   조회: 545
첨부파일 : -
읍내 5일장 풍경




내가 근무하고 있는 이곳은 아직도 5일마다 어김없이 제법 큰 장이 열리는, 하지만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옥천읍이란 곳이다.
어린시절 우리동네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읍내로부터 조금은 멀리 떨어진 시골이었다. 때문에 장날 엄마를 따라 나선 읍내 장터의 모습은 모두가 별천지였고 신천지였다. 음식 골목을 지나기라도 할라치면 엄마는 내게 두 손가락으로 코를 꼭 움켜쥐고 아주 빠른 걸음으로 지나갈 것을 요구하였다. 그 당시 우리집에는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등 층층시하에 어른들이 즐비()했다. 하여 그러한 먹을것들이 어린 내게까지 이르기까지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 아래 엄마는 아예 맛나는 음식 냄새를 맡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고자 한 듯하다.

오늘 아침 밥상을 차리며 마늘값이 비싸다고 투덜대던 아내의 이야기도 있고 해서 오늘은 점심을 먹자마자 장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빼곡이 들어선 도로 옆 장터의 모습은 말 그대로 사람 냄새가 푹푹 풍기고 있었다. 배추와 무 꾸러미 더미에 둘러싸여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있는 아줌마, 잠시 짬을 내 점심을 칼국수로 대충 때우고 있는 옷장수 아저씨…. 고추값을 물어보니 한근에 7천원이라 말하면서 지난 장보다 1천원이 내렸다고 했다. 마늘값을 물어 보았더니 한접에 1만1천원 한다며 다짜고짜 검은 봉지에 담아 준다. 얼떨결에 그냥 값을 치르면서도 기분이 좋아지고 유쾌해지고 있음은 나도 모를 일이었다.

이번에는 모퉁이를 돌아서려는데 웬 할머니가 집에 가서 청국장이나 끓여 먹으라며 청국장 한봉지를 건넨다. “할머이, 나 청국장 안 좋아해!” 하며 겁 없이 반말()을 하고 나니까 그러면 비지장을 사가라고 한다. 그러고는 이내 “이거 집에서 만든 두부니까 손두부도 한 모 사가”라며 마치 거래가 성사된 양 자연스레 봉지에 담기 시작한다. 땅콩 5천원, 비지장 1천원, 담뿍장 2천원, 손두부 3천원, 합계 1만1천원을 건네고서야 할머니와 나의 거래는 끝이 날 수 있었다. 100억원이란 천문학적인 돈이 마치 남의 집 아이 이름처럼 오르내리는 요즈음, 단돈 1만1천원어치의 물건값을 쥐고 거래에 만족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왠지 서글픈 비교로 와닿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하루였다.

박인환/충북 옥천군 옥천읍


|
2003-11-14 20:22:07
218.xxx.xxx.16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론광장
제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옥천신문 게시판 운영원칙 (9)HOT옥천신문 - 2006-11-18 759549
우리가 우리문화를 사랑할때올목인 - 2003-12-06 383
새사람 ^^새물결 - 2003-12-06 405
[옥천프라자] 잘~했다, 김서용! (5)퍼오다 - 2003-12-06 761
RE 이것도 글이라고,, (2)지나가다 - 2003-12-06 464
중앙일보(펌)동병상련 - 2003-12-06 480
1,000만 지방민 선언에 동참해주십시오...지방분권충북본부 - 2003-12-03 483
어찌나 도로가 좋은지.... (3)HOT옥천인 - 2003-12-03 1047
청산면 추곡수매시 이용희씨가 등급도장찍었다던데 (1)HOT청산농민 - 2003-12-02 1011
RE 님은 어느 나라 사람이세요? (1)열심히 살자 - 2003-12-03 562
RE 말같은 소리를 하세요. (6)개콧구녁 - 2003-12-03 531
동참을 권유합니다.바른손 - 2003-11-29 563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는 옥천 여성분이라면 한 번 생각을.... (12)HOT옥천여자 - 2003-11-28 1857
RE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자 (4)옥천남자 - 2003-12-01 561
RE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는 옥천 여성분이라면 한 번 생각을.... (13)옥천 남자 - 2003-11-29 883
옥천 버스 기사님들의 현실.. (1)버스타는애 - 2003-11-27 703
RE 이런 식의 지적은 별로 도움이 안됩니다.구경꾼 - 2003-11-28 508
RE 이런 식의 지적은 별로 도움이 안됩니다.통학생 - 2003-11-28 473
건강생각하세요.읍민 - 2003-11-27 482
행정수도특별법은 조속히 통과되어야 합니다.김서용 - 2003-11-27 504
RE 아래 or 위 (2)아랫 분 - 2003-11-28 452